지난 1월 중순 내란 우두머리의 구속을 앞두고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는 연일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탄 버스가 태극기+성조기 부대 앞을 지나가는데 대형 스피커로 귀에 익은 복음성가 선율이 들려오는 것이었습니다.
"주 선한 능력으로 안으시네. 그 크신 팔로 날 붙드시네… "
귀를 의심했습니다.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님이 옥중에서 지은 시에 곡을 붙인 "선한 능력으로"가 맞았습니다. 좋은 시와 노래가 널리 불려 한편 반가웠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모욕당하고 있다는 묘한 감정이 끓어올랐습니다. 그 노래가 불린 현장이 계엄을 옹호하고, 정당한 법 집행에 따른 대통령 체포를 반대하는 집회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집회를 주도한 전광훈은 지금도 본회퍼 목사님의 시민저항권 논리를 빌어 민주공화국의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고 국가 기관의 전복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나치의 폭정에 항거한 본회퍼 목사님과 독일 고백교회의 시민저항권 논리를 오늘날 한국의 극우파시즘에서 차용하는 믿기 힘든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에도 기독교 파시즘이 만연히 도래했음을 실감합니다. 사실 이 땅에 하느님나라를 건설하자는 주장은 이념적 좌우를 막론하고 뿌리가 깊지만, 그동안 한국의 보수 교회들은 정치사회적 목소리를 내고 참여하는데 소극적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맥락과 경로로 한국의 보수 기독교가 극우 파시즘에 잡아 먹혀 가장 반동적인 세력으로 전면 부상하게 되었을까요? 어쩌면 보수 기독교는 신자유주의 무한경쟁 구도에서 밀려난 자들의 절망과 고립감과 외로움을 잡아먹으며 성장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3월 길목 월례강좌의 주제를 "위기의 시대, 극우를 분석한다"로 정하고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포럼 방식의 강좌가 열리는 3월 20일에는 아마도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고 보수 개신교를 중심으로 한 극우 세력들이 크게 들고일어나는 시기일지도 모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남녘에서는 꽃바람이 불어오고, 산책길 가로수 아래 이름 모를 풀이 연둣빛 이파리로 돋아나기 시작하는 계절, 꽃내음달 3월입니다. 부디 헌정 질서를 어지럽힌 내란 우두머리가 하루속히 파면되고, 진짜 민주주의와 사회대개혁의 봄바람이 다시 불어오길 고대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