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 운영하는 길목 신임 이사
- 이종민 조합원
지난 2월 22일(토), 2025년도 길목 사회적 협동조합 정기 총회가 열렸다. 여기에서 이종민 조합원이 신임 이사로 선출되었다. 이종민 님은 미디어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향린교회가 광화문으로 옮기고 방송실이 생기면서 음향세팅 작업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만남과 정보전달이 온라인과 가상세계에서 이루어지며 미디어계도 급속히 진화되고 개인적으로도 일의 변화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한다.
인공지능이 생산과 지식 등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인간은 디지털 문명에 지배받게 되고 여러 직업군들이 침해받기도 하며 인간 존엄의 가치도 흔들리게 되었다. 마침 개인적인 작업으로 향린을 방문한다 하여 방송실에서 그를 만났다. 현재의 미디어 상황과 함께 미디어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고민을 들어 봤다.
Q : 이번, 길목 총회에서 이사로 추대되었습니다.
길목이 초창기에 태동할 때 조합원으로 가입을 했었습니다. 그러다 길목이 다시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재정립하게 되었죠. 재가입을 했어야 했는데 리프레시 안 하고 그냥 있었지요. 그래도 길목의 소식은 듣고 참여할 활동이 있으면 참여했습니다. 근래 향린 공동체에서 가능하면 한 분씩 좀 들어와서 일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저희 교회 장로님이 일을 하시다 고사를 하셔서 말 그대로 제가 대타가 된 거죠. 대타지만 사실은 그전부터 길목에 관심이 좀 많았고 이제는 여러 활동들에 참여하려고 합니다.
길목에서 진행하고 있는 정오음악회는 전에부터 음향 쪽 의뢰를 받고 계속 같이 작업해 오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한 네 번 정도 참여했던 것 같습니다. 좋더라고요. 밖에서 공연을 하다 보니 지나가시는 분들이 굉장히 좋은 시간을 갖는 것 같고, 표정들에서도 보이고 피드백도 좋더라고요. 이왕이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진행하면 어떨까라는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따뜻할 때는 좀 더 자주 해도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지요. 여러 장르 별로 시도해 오고 있는데 이왕이면 좀 접하기 어려운 것들, 특히 국악이라든가 이런 거는 사실 일반 회사원들이 찾아 듣지 않으면 어려운 거잖아요. 특히 라이브로는... 그러니까 오히려 좀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음악들을 해주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합니다. 대중음악은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것이니까요.
길목활동은 크게 두 가지로 봅니다. 소비와 봉사인데요. '심심'활동이나 '도시락 사 들고'와 같은 봉사가 있겠고 인문학 강좌나 평화 기행 등은 약간 지적인 소비 쪽이잖아요. 이렇게 혼재돼 있는데 조합원들이 어떤 비중으로 더 나아가기를 원하는 건지가 좀 궁금하긴 합니다. 중간 평가 같이 설문조사도 좋고 사업방향도 여러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예로 좋은 강좌가 참 많은데 길목 회원들 위주로만 듣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더 영역을 넓혀 다른 교회나, 지역, 또는 단체와 섭외하여 많이 듣게 하는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다른 교회는 이런 강좌 듣고 싶어도 역량이 안 되는 교회도 있거든요,
Q : 그렇다면 미디어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나요?
네, 음향, 영상, 이런 쪽의 멀티미디어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자영업 수준으로 조그맣게 하고 있습니다. 콘텐츠를 개발하기보다는 그런 걸 생산하는 사람들을 돕고 있지요. 콘서트나 연주회의 현장에서 음향과 가수들 녹음이 주업이었으나 코로나 이후 공연들이 없어지면서 비대면으로 유튜브 라이브 쪽으로 급히 사업을 전환했었죠.
Q : 언제부터 이런 작업들을 해 왔나요.
꽤 오래됐죠. 제가 25살에 녹음실에서부터 시작했거든요. 올해 50이니까 25년쯤 되었네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록 밴드를 했어요. 거기서 기타 치다가 중간에 음향 쪽으로 전향하게 되었습니다. 음악을 하다 보면 이게 필수작업이거든요. 기타만 쳐서는 밥을 못 먹고살죠. 그런 이유로 녹음실로 들어갔습니다. 음악을 계속하겠다는 꿈은 포기했죠. 굳이 내가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생각에는 미련을 접었습니다. 플레이어가 되기보다는 이들을 서포트하는 재미도 있더라고요. 현재는 오케스트라 등 여러 팀의 음향을 같이 작업하고 있습니다. 대중음악이나 클래식 쪽이나 가리지 않고 일을 합니다. 공연들이 주로 거의 주말에 있다 보니 평일 날은 녹음 위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 즐겨 듣는 음악도 여전히 록인가요?
음악은 다 좋아해요. 최신 아이돌 노래도 좋아하고 다 좋아합니다. 전에는 록 음악들을 좋아했었죠. 근데 지금은 뭐 그냥 가리지 않고 다 듣는 편이에요. 막상 음악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음악을 자주 듣진 않아요, 운전할 때도 일부러 듣지 않습니다. 왜냐면 그렇게 일상에서 듣는 것은 집중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흘려듣는 것 같거든요, 음악을 들을 때는 완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에서 듣습니다. 크게 듣는 것도 지양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크게 듣는 작업을 하다 보면 조금씩 잘 안 들리거든요. 저희는 나이가 들면 고음 영역이 조금씩 사라져요. 저도 이제 이 고주파 영역들이 잘 안 들리기 시작합니다. 귀를 많이 쓸수록 그 영역들이 좁아지니까 가능하면 음악은 크게 안 들으려고 합니다.
Q : 유튜버 활동도 하고 있나요?
요새는 안 하고 있습니다만 전에 고상균 목사님과 함께 '술기로운 생활'이란 채널을 가지고 활동을 했었습니다. 그러다 바빠지면서 못하게 되었습니다. 영상을 새로이 업로드해야 하는데 그게 힘든 작업입니다. 체력도 요구됩니다. 콘텐츠가 사실 아깝긴 합니다. 한 45개 정도 영상이 올라 가 있습니다. 구독자도 거의 700여 명 되는데요, 잠정적으로 쉬고 있습니다. 유튜브를 하고 싶은 사람들의 채널을 만들고 촬영, 편집까지 맡고 있습니다. 가수 채널도 있고, 의료 채널도 있고, 스포츠 채널도 있고, 장르는 가리지 않고 관리하는 것만도 채널이 10여 개 정도 됩니다. 유튜브 하시고 싶은 분은 연락 주시면 됩니다. ㅎㅎ
Q : 코로나 19를 전후해서 미디어도 인공지능 공간으로 넘어오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변화가 있었을 텐데요.
저도 일의 종류가 완전히 바뀌어 버렸습니다. 그전에는 주로 공연 위주였다면 지금은 유튜브 시대가 돼버린 거죠. 음향인에서 유튜브 일꾼이 돼버렸습니다. 플랫폼들이 바뀌었고 그와 더불어 AI 시대가 되면서 일하는 사람들의 영역들이 좁아지고 있는 걸 감지합니다. 저희 영역에서도 어쩔 수 없이 AI를 많이 쓰거든요. 음악을 편집하거나, 만들거나, 영상을 만들고, 보고서 같은 것에도 사용하게 됩니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에 많이 놀라고 있습니다. 저도 AI툴을 여러 가지 사용하는데요. 편하게 이용하면서도 결국 이렇게 우리의 일이 없어지는구나 하며 한숨이 쉬어지더라고요. 노래도 그림도 영상도 키워드 몇 개면 뚝딱 그럴듯하게 만들어 주는 게 좀 무섭기도 합니다. 그래도 인간은 결국 서로에게 발견되는 빈틈에서 관계가 시작된다고 생각하거든요. AI처럼 턱턱 답을 못 주지만 우리는 그 빈틈 안에 서로 인정하고, 그 안에서 서로 채워가면서 인간성을 교류하는 거잖아요. 그걸 고민해 봐야 합니다.
Q : 들꽃 향린교회에 나간다고요.
2010년 1월 첫 주에 나갔으니까요. 벌써 15년이 됐네요. 저의 신앙생활은 군대에 가면서부터입니다. 그때는 한참 기타 치고 할 때니까 군대에서는 종교 활동 중에 유일하게 음악 활동이 가능했었지요. 그래서 교회를 갔어요. 성가대도 했는데 재미있더라고요. 그러면서 교회를 좀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고 제대하면서 아는 선배가 인도하는 교회를 가게 됐습니다. 교회에서 만나서 결혼한 건 아니지만 결혼도 하고 쭉 신앙생활 하다가 기존 교회에 조금 회의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검색을 좀 했어요. 예장, 기장, 상관없이 좀 제대로 선교하는 교회를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향린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가 양평에 살고 있는데 명동에 있는 향린은 너무 멀고 그나마 가까운 천호동에 있는 들꽃향린을 찾게 된 거죠.
들꽃향린에는 장로님 외 직분은 없습니다. 대신 운영위원회 시스템입니다. 매년 운영위원을 뽑아서 임기가 2년인데 당회와 함께 운영하는 체제입니다. 운영위원장과 운영위원을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제가 운영위원장이었던 당시, 교회도 어렵고 저도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그러다 또 코로나가 왔죠. 코로나 때는 비대면으로 예배를 보게 되었는데, 제가 촬영도 하고 하니까 목사님과 둘이 예배를 드리며 송출했습니다. 코로나가 끝나고 나니까 조금 개인적으로 지치더라고요. 그러나 빠지지도 못하고 해소되지 못한 채, 한 1년 좀 넘게는 그냥 가는 둥 마는 둥 했습니다. 올해부터는 다시 또 운영위원으로 뽑히는 바람에 게으름 피우는 것도 더는 못하게 되었네요. 지금은 조금 편안해졌습니다.
Q : 작년으로 들꽃 향린이 20주년이라고 합니다. 향린의 공동체이지만 들꽃만의 특별한 선교 방향이 있다면?
김경호 목사님께서 강남 향린교회에서 분가해 나왔고 지금은 박재형 목사님께서 담임 목사로 시무하고 계십니다. 김경호 목사님께서 지역 시민 사회와 연대활동에 강점이 있는 분이셨습니다. 그 영향으로 교우들도 지역 선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세월호 때는 강동일대를 수천 명이 행진하는 행사를 공동주최하였고 매해 8월에는 평화통일운동을 강동구 중심가에서 시민단체와 함께 기획하고 진행하였죠. 그중 기억나는 것은 강동구청 하청업체에서 해고된 청소 노동자 투쟁 과정입니다, 촛불교회와 함께 구청 앞에서 기도회를 가져 그들의 목소리를 확성시켜 주었고 지역의 시민단체와 함께 조합을 꾸려 그들이 노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왔지요. 시민단체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교회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활동을 열심히 했었습니다. 2019년 강동구 소녀상 건립 이후 코로나의 영향으로 관계의 지속성이 끊어지고 주도하는 사람의 부재가 생기면서 조금 소원해지긴 했는데 앞으로의 들꽃향린교회가 다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환경생태운동에 열심인 교우들이 있어 그 영역이 확대되어 가고 있습니다. 환경생태 문제는 보편적 가치의 영역이라 생각하여 선교활동이라기보다는 생활의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형보수교회도 환경운동은 열심히 하니까요.
우리는 어떤 선교 방향으로 나아가야 될 것인가, 아주 작은 선교 목표라도 실천할 수 있는 방향을 찾자는 목소리들이 있는데 아직은 정확한 타깃 설정이 안 돼 있는 상태라고 봅니다.
Q : 앞으로의 계획이라든지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을까요?
지금 여러모로 경기도 안 좋긴 하지만 사람들이 기존 시장에서 점점 빠져나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그러니까 내가 기존에 누리던 매체들도 다 바뀌었잖아요. 우리가 옛날에 음악을 듣는 매체가 LP에서 CD로 옮겨갔다가, MP3로 갔다가, 이제는 유튜브로 듣잖아요. 플랫폼이 단순화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음악적 활동이든 예술적 활동이든 무엇이 지속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걱정이 있는 겁니다. 음악도 AI가 만들고 그림도 영상도 AI가 만드는데 나의 능력으로 내 생산물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라는 거에 대한 궁금증이 생깁니다. 그래서 내가 향후 10년에도 내 능력으로 무언가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입니다.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지속 가능한 삶 말입니다.
교회를 보면서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선교의 역할이 있을까 하는... 동네에 십자가 하나 보태는 것만으로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일을 잃은 노동자 한 명, 차별로 괴로워하는 성소수자 한 명. 그 한 명을 위한 간절함이 선교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한 명을 찾기 위한 우리의 준비가 무엇일까 고민 중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