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렸다. 새벽부터 새벽까지. 딱딱하게 굳은 빵 하나를 둘로 나눴다. 500m 찌그러진 빈병 하나를 수돗물로 채웠다.
눈이 오면 네 발로, 비가 오면 세 발로, 그리고 차가운 시선에 눌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한 발로 뛰었다. 새벽녘에 깜빡 잠이 들었다.
앨리스가 물었다. "이렇게 빨리 뛰고 있는데도 왜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요?"
레드 퀸이 대답했다. "여기서는 제자리에 있으려면 있는 힘껏 달려야 한단다. 만약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면 두 배로 더 빨리 달려야 해."
66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이 40%를 넘어섰다. 이는 OECD 국가 중 최악의 수준이다. 한때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빈곤 속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다.
반대로, 청년들 역시 달리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쉬는 청년의 숫자만 44만 명에 달한다. 그들은 노동을 준비하며 뛰지만, 갈 곳 없는 사회 속에서 점점 방향을 잃어가고 있다. 사회는 말한다.
"더 열심히, 더 빠르게 달려라. 그래야 너는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열심히 뛰어도 스프링 위에 서 있는 듯, 제자리에서 흔들릴 뿐이다. 변화는커녕 고단함만 더 깊어질 뿐이다.
이는 개인의 노력 부족이 아니다. 구조적으로 막혀 있는 길 속에서 우리는 제자리에서 달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소설 속 레드 퀸의 그림자가 대한민국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