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에 코로나바이러스 창궐로 전 세계가 마스크로 덮였습니다. 당연하게도 사진작가들은 새로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나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다소 생소하게 변한 주변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았고 연말에는 동아리 구성원들과 단체전시를 진행하였습니다.
사진촬영을 위하여 늘 아름다운 장면을 찾아다녔습니다. 눈으로 보는 것에 비해 초라한 결과물에 마음이 상하곤 했습니다만 "간절한 기다림 끝에 만난 장면은 카메라가 아닌 눈에 담는 것이다."라는 영화 속 사진작가의 대사를 기억하며 아쉬움을 달래곤 했습니다. 사진작품이 아니라 깨달음을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라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 날 서울숲공원에 갔다가 곱게 차려입고 마스크를 한 노부부가 산책을 하는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다소 힘들어하는 동반자를 세심하고 돌보면서 손을 꼭 잡고 천천히 걷는 모습을 보고 가장 성공한 삶을 산 사나이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손에 땀이 많이 나는 체질이라서 아내가 손을 잡고 걷을 때면 잠시 후 은근슬쩍 손을 떼곤 했지만 이 날 이후부터는 끝까지 손을 잡고 걷는 훌륭한 사나이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