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이경식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24
The Social Animal (2011년)
이 책은 마치 구체적 인물의 일대기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책이다. 가상의 인물인 두 인물 해럴드와 에리카의 탄생부터 죽음까지의 일대기를 다루면서 때로는 진화심리학, 발달심리학 등 심리학 연구서로, 때로는 뇌과학, 교육학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로, 때로는 사회·문화·정치의 사회학의 장으로 이끌어 가는 등 우리를 여러 세계로 이끌어간다. 하지만 방대한 내용을 다룸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관계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경우는 읽을수록 정말 제목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분들도 아마 'social animal'이라는 제목 그대로의 인간 본성을 데이비드 브룩스의 사회 문화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해학의 문체로 재미있게 접하게 될 것이다. 책의 내용을 소개하는 것은 여기서 멈추고 인상적이었던 글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녀는 학생들에게 실수하라고 강조했다. 일이 잘못되었을 때의 고통과 실수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경험은 깊은 교훈으로 마음속에 각인된다.
학자들은 중상층 가정과 빈민층 가정에서 진행되는 대화 속에 단어양이 어떻게 다른지 정교하게 관찰하고 계산했다. (중략) 네 살 시기를 기준으로 할 때 가난한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전문직 부모 아래 성장한 아이들에 비해 3200만 개의 단어를 적게 들었다. 한 시간 단위로 계산한 결과 가난한 집안의 아이는 한 시간에 약 178개의 단어를 들었고, 전문직 부모를 가진 아이는 한 시간에 약 487개의 단어를 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은 듣는 말의 양만 차이가 나는 게 아니었다. 정서적인 어조도 달랐다. 해럴드는 늘 칭찬으로 목욕을 했다. 아무리 사소한 성취라 하더라도 매번 해럴드는 부모에게서 열광적인 찬사를 들었다. 이에 비해 에리카는 칭찬을 듣는 횟수에 버금갈 정도로 기를 꺾어 놓는 말을 많이 들었다. (중략) 간단하게 말해 해럴드의 부모는 해럴드에게 돈만 물려준 게 아니었다. 습관과 지식, 자기 계층의 인지적 특성까지 함께 물려주었다. 에리카는 이런 보이지 않는 강점을 대부분 손에 넣지 못했다.
작거나 없는 아이들의 환경은 "필요한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바꾸어야지 하나만 바꾼다고 개선되지 않는다.
지혜란 과학적인 지식이 아니라 우리가 어쩌다 놓이게 된 환경의 윤곽을 파악하는 특별한 민감성이다. 또한 지혜는 바뀌거나 온전하게 묘사되고 계산될 수 없는 요인이나 영원한 조건과 충돌하는 일 없이 살 수 있게 하는 능력이다. 아울러 경험 법칙에서 배울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경험 법칙은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지혜'로 농부를 비롯해 평범한 민초들에게 녹아 있는데, 여기에서 과학의 법칙들은 기본적으로 통용되지 않는다. 표현할 길이 없는 우주적 지향의 이 감각은 '현실감', 즉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지식'이다.
우리는 삶의 많은 부분을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모형들을 받아들이라고 설명하면서, 동시에 내가 가진 정신적 헤게모니를 다른 사람들로부터 지켜내려고 애쓰면서 보낸다.
이 책의 단편적 내용들도 '아' 하는 깨달음을 주지만 구석구석 나의 삶과 비교해 보면서 읽다 보니 그동안 흐릿하던 개념이나 인식이 좀 더 선명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 본성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분이 계신다면, 삶의 의미, 행복의 길에 대해 흐릿해진 분들이 계신다면, 혹은 가을의 정취가 독서를 부르는 분이 계신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