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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라는 새로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posted Mar 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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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라는 새로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우근이가 사라졌다』와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우근이가 사라졌다』

 

책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중증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들을 키우는 부모의 우당탕탕 좌충우돌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관련 책들이 엄마들 중심의 이야기였다면, 이 책은 독특하게 아버지의 육아 경험이 중심이다. 책 제목에서도 상상되듯이 아들이 수시로 사라지기도 하고 아들의 세계가 이해되지 않아서 생기는 여러 사건이 펼쳐진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자폐 아들을 키우는 희로애락을 얘기하거나 그럼에도 감사하다는 간증을 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이해시키기 위해 쓴 장애인식 개선의 의미를 농후하게 지닌 책도 아니다.

 

믿음

 

『우근이가 사라졌다』 책을 읽고 나에게 떠 오른 한마디의 키워드는 '믿음'이다.

특수교사인 나에게 이 말은 도전을 던져주는 말이며 결코 단순할 수 없는 단어다.

믿음 – 안타깝게도 이 단어는 교육 현장에서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단어다. 적극적으로 교육할수록 상처받고 아동학대의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고 교사들은 자조 섞인 말을 하며 힘들어하고 있다. 내 아이만 우선인 풍토 속에서 교육 현장은 점점 적극적 개입을 꺼리고 방어적인 모습으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협력하는 교사와 학부모의 상은 교육학에 문자로만 남아있고, 현실은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로 바뀌어 가고 있는 건 아닌가 두려운 현실이다.

 

중증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들의 사춘기 열병을 지켜보며 불안하고 어쩔 줄 모르지만 그래도 아들을 믿어주고, 기다려 주고, 다시 도전하고, 또 애태우고, 불안해하면서 애써 마음을 고쳐먹는 아버지의 고군분투가 인상적이다.

 

"모든 인간에게는 평생 쓰고 죽어야 하는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 어떤 사람은 그 지랄을 사춘기에 다 부리고, 어떤 사람은 나중에 늦바람이 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죽기 전까지 반드시 그 양을 다 쓰게 되어있다 - 저는 여기서 무릎을 쳤습니다. 사춘기 몸살을 앓는 우근이와 함께 어두운 망망대해를 표류하던 저에게는 그 말이 어렵게 발견한 한 줄기 등대 불빛처럼 느껴졌습니다."

 

교사에게도 선입견과 편견이 존재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어쩌면 지랄을 참아주고 기다려 주고 넘어가도록 지지해 주는 것을 가장 못하는 이가 교사인지도 모르겠다. 교사로서의 보람과 즐거움은 이런 편견과 선입견이 깨지는 순간에서 찾아온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는데도 말이다. 반성을 하게 된다.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이 책은 세계적인 동물행동학자인 템플 그랜딘이 직접 쓴 책이다. 그녀의 삶은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며 일명 서번트 자폐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분이다. 우리와 다름없는 인간이면서도,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완전히 낯선 방식으로 세계를 구성하고 살아가는 자폐인의 삶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자폐스펙트럼은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이가 드물다. 중증이 훨씬 많기에 이렇게 자신의 세계를 보여주는 자폐인의 책은 귀하고 귀한 것이다.

 

이 책에서 템플은 자폐인이 다 같은 것 같지만 엄청나게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하며 세세한 사례를 들어 각 케이스별로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시각적 감각 이상 자폐인과 청각적 감각 이상 자폐인의 차이를 비롯하여 자폐인들의 독특한 정보 처리·구성 방식을 알려준다. 여러 구체적 사례와 최신의 연구 결과를 가지고 말이다. 역시 그녀답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치 자폐장애의 최신정보를 담은 소식지나 전문 매거진, 논문을 읽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만큼 각종 주제의 다양한 지식과 여러 자폐스펙트럼 장애인들의 각양각색의 내용이 담겨 있다. 심지어 약물 사용에 대한 정보도 수십 가지의 정보를 제공해 준다. 그녀가 연구한 소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얻게 되는 것도 이 책만이 주는 매력일 것이다.

 

그녀는 정보를 주로 시각적으로 처리한다고 한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 그녀가 상세히 서술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자세히 알게 되니 자폐 장애인들의 행동이 더 이해하기 쉬워진 것 같기도 하다.

 

어느 정도는 학술서 같기도 하지만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다리로 이만한 책도 없는 것 같다. 전공자인 나에게는 특히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랜딘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내 시야가 더 넓어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녀를 통해 자폐인의 세상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감히 말할 수는 없으나 그럼에도 창문 안으로 들여다본 느낌이 든다.

 

 

자폐스펙트럼은 스펙트럼이라는 말 그대로 개인마다 개인차도 심하고 매우 넓은 다양성을 지닌 장애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처럼 한 능력이 특출 난 서번트도 있으나, 대다수는 의사소통과 행동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그 큰 편차를 고려해 두 종류의 자폐성 장애 상황의 책을 권하게 되었으며, 길목 조합원들께 자폐스펙트럼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이해하는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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