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저항조직 하마스가 '알 아크사 홍수'라고 명명한 무장공격을 이스라엘 스베르돗 지역과 가자 지구 인근 음악 축제 현장에 감행하였습니다. 가자지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이스라엘 정착촌 스베르돗은 2019년 이스라엘 공군이 가자지구를 폭격할 때, 이스라엘 정착 주민들이 언덕 위에서 불타오르는 가자지구를 내려다보며 파티를 벌인 지역입니다. 지난 수십 년간 이스라엘이 자행해 온 팔레스타인 폭격은 뉴스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하마스의 10월 7일 공격은 서방을 비롯한 언론들로부터 맹렬히 비난받았습니다. 하마스의 무장 공격으로 인한 이스라엘 민간인의 희생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홀로코스트라는 비극적 역사를 가진 이스라엘이 점령지 팔레스타인 땅에서 자행하는 집단 학살로 인해 수없이 이어지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비참한 죽음의 역사는 이미 70년을 넘어섰습니다.
1948년 건국된 이래로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땅의 원주민들을 상대로 지속적인 전쟁을 벌였습니다. 이스라엘은 2000년 넘게 그 땅에 살던 팔레스타인 아랍인과의 공존이 아니라 75만 명을 강제로 추방하는 정책을 택했고, 수많은 팔레스타인들이 그들의 고향에서 쫓겨나 주변국인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등지로 흩어진 채 지금까지 난민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땅에 남아있는 이들 또한 그곳에서 이스라엘의 엄격한 감시와 통제 아래 난민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그들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 나치보다 더한 존재로 묘사하여 비인간화하며 그들을 통제하고 학살하는 것을 정당화해 왔습니다.
서울 면적의 삼 분의 일 정도인 가자 지구에는 23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모여서 주하고 있으며, 이곳은 세계 최대의 지붕 없는 감옥으로 불립니다. 1990년대 중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과 감시탑으로 둘러싸고 완전히 봉쇄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2001년에는 가자 남쪽에 위치한 야세르 아라파트 국제공항의 관제탑과 활주로를 폭파하여 운항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몇 개의 검문소를 통해서만 사람과 물자를 이동시켜 왔고, 인종 분리 정책에 따른 엄격한 통행법에 따라 가자지구 주민들을 차별해 왔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 차별 정책(아파르트헤이트) 시대에 흑인 노동자들과 그 가족을 강제로 이주시키면서 만들어진 스웨토를 연상케 합니다. 가자 지구는 사람은 물론이고 식량과 약품마저도 이스라엘의 잔혹한 통제 아래 놓여있습니다.
팔레스타인 땅은 약 400년간 오스만 제국의 통치를 받은 역사가 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만제국이 해체되면서 팔레스타인은 1920년 국제 연맹에 의해 영국의 위임통치 지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영국은 팔레스타인 독립을 약속한 바 있는데 1915년부터 1916년까지 진행된 후세인-맥마흔 서신(Hussein-McMahon Correspondence)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서신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만 제국에 맞서 아랍인들과 협력하고자 했던 샤리프 후세인과 주고받은 서한으로 아랍인들이 오스만 제국에 대항하여 봉기할 경우, 영국이 독립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영국은 프랑스와 사이크스-피코 협정을 통해 중동 지역을 나누는 비밀 협정을 체결하였고, 영국 외무부 장관 아서 벨푸어는 팔레스타인에 유대인 민족의 국가 건설을 지지한다고 선언하였습니다. 이 선언은 영국이 팔레스타인 땅에서 유대인들의 국가 설립을 돕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첫 사례로 이후 이스라엘 국가 탄생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후세인-맥마흔 서신, 사이크스-피코 협정, 벨푸어 선언의 혼재된 약속들로 중동의 문제는 더 복잡해졌으며 이러한 약속들은 이후 중동 지역 갈등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통해 이스라엘은 전체 팔레스타인 땅의 22퍼센트를 차지했습니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점령한 이후 팔레스타인인들의 해방운동이 계속되어 왔고 1987년 팔레스타인의 1차 인티파다(봉기)가 벌어지며 수십 년째 불법 점령과 저항, 그리고 탄압의 역사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20년 넘게 보도해 온 앤터니 로엔스틴은, 그의 저서 <팔레스타인 실험실>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불법 점령이 감시 기술, 군사 전술 및 통제 전략의 시험장이 되어, 전 세계에 수출된다고 했습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영토를 불법 통제하면서 다져온 보완 체제로 무기, 감시 시스템 및 정보 서비스의 주요 수출국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술과 방법은 불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정권에 판매되어 반대 의견을 억압하고 국민을 통제하는 데 사용되어 왔습니다. 이스라엘이 그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점령을 수출하며 전 세계적으로 억압적 조치가 정상화되도록 도왔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이스라엘은 자국의 불법적 점령과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 극단적인 무력을 행사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나라로 보입니다. 이스라엘 최대의 방위 산업체인 엘빗 시스템스(Elbit Systems)는 2009년 파리 에어쇼 박람회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와 요르단강 서안에서 벌이는 전쟁에서 활용했던 장비들을 홍보하였습니다. 점령지 팔레스타인 땅에서 정찰당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모습, 장성들과 조달 담당 장교들의 모습을 정찰한 킬러 드론에 담아 홍보하는 영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영상에 담긴 어린아이들을 비롯한 무고한 팔레스타인 다수가 살해된 사실들은 당연히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은 로힝야족을 대상으로 한 대량 학살과 인권 침해로 국제적인 비판을 받는 미얀마 군부에 오랫동안 군사 장비를 판매해 왔습니다. 여러 전쟁 범죄가 발생한 남수단 정부와도 군사 협력을 유지해 왔고 1994년 르완다 학살 당시에도 후투족 정권에 무기를 공급한 기록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군사 분석가이자 언론인인 요시 멜만Yossi Melman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20세기와 21세기 내내 그가 말하는, 이른바 '스파이 외교'를 활용해서 국제 관계를 진전시켰으며 이스라엘 군부는 감시와 죽음의 도구가 퍼져 초래될 위험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2021년 이스라엘의 무기 판매는 최고를 기록해서 113억 달러로 급등했습니다. 유럽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에도 이스라엘산 무기의 최대 수입국이었고 그 뒤를 이은 곳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입니다. 이스라엘의 인권변호사 에이타이 맥(Eitay Mack)이 폭로한 세부 내용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2007년 이후 들어온 방산 계약을 전부 승인했습니다." - 앤터니 로엔스틴, 팔레스타인 실험실 -
팔레스타인을 실험실로 무단 사용하면서 세계 각지로 살상 무기들을 비밀리 공 급하며 반정부 세력과 인권 활동가들을 감시하는 기술의 개발을 선도하는 나라. 가자지구 집단학살에 이어 헤즈볼라를 핑계 삼아 레바논 일대로 확전 시도하고 이제는 이란과 전쟁을 벌이겠다며 전 세계를 위협하는 이스라엘, 폭주하는 이스라엘이라는 기차를 멈출 방법은 누구에게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