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특집] 눈물의 땅, 팔레스타인

d2d0d9

'유대인의 국가'라는 위험한 생각

posted Mar 15, 2025

팔레스타인-팔레스타인 예루살렘 전경.jpg

 

 

 

혹시 예루살렘에 가보셨나요? 예루살렘은 기독교나 이슬람을 믿는 분들에게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중요한 의미로 다가올 것입니다.

 

아리엘(Ariel), 다윗의 도시, 시온(Zion), 신의 동산, 이 모두가 예루살렘을 가리키는 말이다 … 오랜동안 수많은 유태인, 그리스도교인, 무슬림들이 신의 말씀을 듣고자 세계 각지에서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다. - 토마스 이디노풀로스, <예루살렘>

 

영화 <킹덤 오브 헤븐>에 보면 유럽의 십자군이 팔레스타인으로 쳐들어와서 전투를 벌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곳이 바로 예루살렘입니다. 예루살렘에 가면 그야말로 영화에나 나올 법한 오래된 성을 볼 수 있습니다. 성 안으로 들어가면 정말 다양한 문화와 역사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무슬림이 성지로 여기는 이슬람 사원을 볼 수도 있고, 유대인이 성벽 앞에서 몸을 흔들며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습니다. 검은색 긴 옷을 입고 걸어가는 기독교인을 만날 수 있고, 관광객 모습으로 이곳저곳 구경 다니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책방 <에듀케이셔널 북숍>

 

팔레스타인-에듀케이셔널 북숍.jpg

 

 

오랜 세월 다양한 종교와 문화가 공존해 온 곳이 예루살렘이지만, 반대로 특정한 이념이나 사상만이 강요되고 있는 곳이 예루살렘이기도 합니다.

 

지난 2월 9일 이스라엘 경찰이 동예루살렘에 있는 책방 "에듀케이셔널 북숍"에 쳐들어갑니다. 경찰은 책방 주인인 마흐무드 무나와 그의 조카인 아흐마드 무나를 체포했고, 팔레스타인과 관련 있는 책들을 압수했습니다. 경찰이 내세운 이유는 이 책들이 테러를 선동하고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1984년 문을 연 이 책방은 팔레스타인과 예루살렘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책은 물론이고 셰익스피어와 같은 문학 작품을 판매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2층에는 자그마한 카페가 있어 커피도 마실 수 있습니다. 책방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한국에도 번역된 여러 책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왜 오늘날 예루살렘에서 한국의 군사정권 시절 있었던 것과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역사적 배경은 이렇습니다.

 

1840년 이전 팔레스타인의 유태인 인구는 2만 4천 명을 넘지 않았으며, 약 50만 명에 달하는 전체 인구에 비해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1880~90년에 러시아 및 동유럽에서 벌어진 유태인 대탄압으로 인해 유태인 이주가 증가해 1900년에는 팔레스타인의 유태인 인구가 5만 명으로 늘었다. - 같은 책

 

19세기말부터 유럽 유대인이 팔레스타인과 예루살렘에 대규모로 이주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1947~1949년 유대 군대가 팔레스타인에서 아랍인을 대규모로 죽이고 내쫓는 나크바(아랍어로 '대재앙'을 뜻함)를 일으켰고, 이때 서예루살렘도 차지합니다. 1967년에는 이스라엘이 전쟁을 일으켜 동예루살렘마저 차지하면서 예루살렘 전체가 이스라엘의 지배를 받게 된 겁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이 자신의 역사나 땅, 자유와 권리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억압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겉으로는 자신을 민주주의 국가라고 내세우지만, 실상 그 안에서는 군사 독재 정권과 같은 행태를 보이는 것입니다.

 

 

유대인의 국가

 

2023년 현재 이스라엘 시민권자는 980만 명가량이라고 합니다. 이 가운데 21%가량인 200만 명 이상이 팔레스타인 사람입니다. 1947~1949년 나크바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 1만 5천 명가량이 살해되고 75만 명가량이 난민이 되는데, 이때 쫓겨나지 않은 사람과 그의 후손들이 이스라엘 시민권을 갖게 된 겁니다.

 

이스라엘 시민권자 가운데는 민족적으로는 유대인·아랍인(팔레스타인인) 등이 있고, 종교적으로는 유대교인·무슬림·기독교인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히브리어와 아랍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어,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도로 표지판이 맨 위에 히브리어, 그다음 아랍어, 맨 밑에 영어로 적혀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스라엘이 이런 현실의 다양성을 부정하고, 유대인 중심의 인종 차별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예가 지난 2018년 이스라엘 의회가 통과시킨 '유대인 민족국가로서의 이스라엘'이라는 법(이하 민족국가법)입니다. 민족국가법의 앞부분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유대인의 역사적 조국이며, 그곳에 이스라엘 국가가 수립되었다 … 이스라엘에서의 민족 자결권 실현은 유대인만의 고유한 권리이다."

 

유대인 가운데 특히 시오니스트는 하느님께서 팔레스타인 땅을 유대인에게 주셨다며, 다른 민족을 배제한 유대인만의 배타적 권리를 주장합니다. 이것은 마치 미국을 백인의 국가라며 백인에게만 특별한 권리를 주고, 그 땅에 살던 원주민과 흑인 등의 다른 인종을 차별하는 것과 같습니다.

 

 

땅과 권리

 

이스라엘은 오래전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의 나라가 있었으나 외적의 침입을 받아 유대인이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졌다고 합니다. 흔히 말하는 디아스포라입니다. 그리고 디아스포라 상태에 있는 유대인이 다시 팔레스타인으로 돌아오는 것은 정당한 일일 뿐만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라고 합니다.

 

<알자지라>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0월 7일부터 올해 2월 초까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살해되거나 실종된 팔레스타인인의 수가 6만 2천 명에 이릅니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1967년부터 지배하고 있는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 사람들입니다. 이스라엘은 가자와 서안 지구를 점령한 뒤 이곳 주민에게는 시민권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자치권을 인정하지도 않은 채, 군사 공격을 일삼고 있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정치인이나 시오니스트가 가자 지구를 공격하며 내세웠던 명분이 '팔레스타인은 유대인의 것'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비유대인, 곧 팔레스타인인은 이 땅에서 살 권리가 없다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는 전혀 관계없는 사람임에도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팔레스타인 땅에 살 권리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팔레스타인 땅에서 조상 대대로 살아온 팔레스타인인에 대해서는 이 땅에서 살 권리가 없다며 몰아내고 제거하고 있습니다.

 

나치 독일은 자신이 세운 기준에 따라 독일인과 유대인을 구별했습니다. 그리고 유대인으로 규정한 사람은 남녀노소, 직업과 언어 등에 관계없이 모두 추방하거나 제거하려고 했습니다.

 

독일과 나치가 벌였던 그러한 일을 지금 이스라엘과 시오니스트가 팔레스타인에서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미니-프로필.png


  1. '유대인의 국가'라는 위험한 생각

    혹시 예루살렘에 가보셨나요? 예루살렘은 기독교나 이슬람을 믿는 분들에게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중요한 의미로 다가올 것입니다. 아리엘(Ariel), 다윗의 도시, 시온(Zion), 신의 동산, 이 모두가 예루살렘을 가리키는 말이다 … 오랜동안 수많은 유태...
    Date2025.03.15 By관리자 Views112
    Read More
  2. 팔레스타인, 가자의 아픔과 희망

    많은 분이 팔레스타인이라는 말을 들으면 무거운 마음을 느끼실 것 같습니다. 팔레스타인에 가 본 적이 있고,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 팔레스타인 친구가 있는 저 또한 그렇습니다. 인연의 시작 제가 처음 팔레스타인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3년입니다. 기억...
    Date2025.02.08 By관리자 Views109
    Read More
  3. '팔레스타인 실험실' - 점령당한 팔레스타인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저항조직 하마스가 '알 아크사 홍수'라고 명명한 무장공격을 이스라엘 스베르돗 지역과 가자 지구 인근 음악 축제 현장에 감행하였습니다. 가자지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이스라엘 정착촌 스베르돗은 2019년 이...
    Date2024.11.05 By관리자 Views6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