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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야단법석": 5대종단의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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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권위주의 시대의 다양성과 공존

posted Mar 14, 2025

탈권위주의 시대의 다양성을 바라보는 시선

 

서른이라는 전환점을 맞이하는 시기에 도착한 뉴욕의 모습은 듣던 대로 melting pot 또는 salad bowl이었다. 각양각색의 호모사피엔스를 모두 만날 수 있는 지구촌의 수도라는 명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 기억에도 생생한 것 중의 하나는 초 여름에 펼쳐진 성 소수자 (LGBT: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및 성전환자)의 축제, 프라이드 퍼레이드pride parades다. 뉴욕 시민과 관광객을 포함하여 수 만 명이 맨해튼의 거리를 메우고 벌어지는 성 소수자 길거리 퍼레이드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흥겨운 음악이 울려 퍼지는 맨해튼의 거리는 이미 오픈 클럽으로 변신했다. 핫팬츠만 입고 단단한 근육질의 몸매를 자랑하는 게이, 공작새를 연상시키는 컬러풀한 치장으로 아름다움을 뽐내는 드레그퀸 등 처음 보는 낯선 광경이었지만 그들에게 환호하는 시민들을 보면서 이곳이 진정한 자유의 나라구나라고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무지개가 또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천도교 내에서 보수와 진보는 어떻게 공존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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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0년에 창도한 동학에 연원을 둔 천도교는 국가를 수호하고 민중을 편안하게 하는 보국안민輔國安民의 가치를 종교 생활의 목적으로 삼고 있다. 개인보다 국가를 우선시하는 보수주의의 가치로도 해석이 가능하고 아울러 민중의 안위를 무엇보다 소중히 한다는 점에서 진보주의의 가치와도 연결된다 하겠다. 천도교 내에서 보수과 진보의 진영이 공존하게 된 천도교의 현대사를 간략히 살펴보겠다.

 

5.16 쿠데타로 정권을 잡게 된 박정희 정권은 군사 혁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동학혁명과 3.1 운동의 주역인 민족 종교 천도교를 적극 후원하며 그들의 쿠데타 역시 보국안민을 위한 정당한 정권 교체였음을 주장하게 된다.

 

화랑정신을 기록한 최치원의 후손이자, 임진왜란 시기 의병을 일으켜 나라를 구한 최진립 장군의 후손인 동학의 1세 교조 수운 최재우 선생의 유적지가 남아있는 경주 용담정 주변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등 박정희 정권은 공을 들여 동학 성지의 성역화에 힘을 보탰다. 아울러 동학 혁명과 3.1 운동의 지도자인 3세 교조 의암 손병희 선생을 선양하고 동학 혁명 전적지 역시 기념탐을 새우는 등 성역화 사업에 힘썼다.

 

3.1운동으로 투옥되어 가혹한 고초를 당하시다 순국하신 3세 교조 의암 손병희 선생을 잃게 된 천도교단은 신파와 구파로 나뉘어 극심한 혼돈의 시기를 겪게 된다. 또한 한국전쟁으로 북한 지역의 교세마저 와해되면서 300백만 교도의 위세를 잃게 된다. 쇠퇴를 거듭하던 천도교 역시 교단 재건의 목적을 이루고자 새롭게 등장한 박정희 정권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게 되면서 교단 내에 보수주의 가치가 뿌리내리게 된다. 박정희 정권에서 외무부 장관을 역임한 최덕신을 천도교 최고 지도자인 교령으로 영입하면서 군사 정권과의 공생은 그 정점에 이르렀다 하겠다. 1971년 새워진 수운 회관 빌딩 역시 박정희 정권의 도움으로 완공된 것을 기억하는 70대 이상의 원로 어르신들은 천도교의 역사적 가치를 선양하고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준 박정희 일가를 보은의 대상으로 추앙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겠다.

 

한편 7, 80년대 군사 정권에 맞서 민주화 운동, 농민 운동, 생명 운동에 일생을 바치신 장일순, 김지하 등 재야의 운동가 또한 동학의 가르침을 추종했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 하겠다. 생명 운동의 대부로 추앙받는 장일순은 특히 동학의 2세 교조 해월 최시형 선생에게 감화되어 김지하 등과 함께 펼친 생명 운동의 바탕으로 삼았다. "이천식천以天食天", 하늘로써 하늘을 먹는다는 생명 상생과 우주 공존의 원리를 밝혀주신 동학의 2세 교조 해월 최시형 선생은 또한 "만사지 식일완萬事知食一碗", 밥 한 그릇의 이치를 알면 세상만사를 다 아는 것이다 하셨고 김지하 역시 저서 "밥"을 해월 선생에게 영감 받은 생명 사상을 대중에게 전하고자 노력했다.

 

현재 천도교 내에서 진보와 보수는 세대의 차이를 두고 아슬아슬하게 공존하고 있다. 광화문에서 나누어진 두 세력의 집회와 다름이 없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다. 다만 약화되어 가는 천도교 교세의 위기감을 공유하면서 상호 비방보다는 同歸一體동귀일체의 가르침을 더욱 절실하게 실천하려 한다 하겠다.

 

천도교가 새 시대의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가? 여성운동,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임)

 

동학은 그 시작부터 여성 해방과 신분제 철폐에 앞장서 왔음은 널리 알려진 역사적 사실이다. 재가녀의 자손으로 태어나 신분의 제약으로 인해 그 뜻을 펼치지 못한 수운 선생의 운명이 동학을 통해서 시대적 사명으로 실천되었다 하겠다. 다만 그것이 조선 왕조 봉건시대의 전통을 개혁하고자 했던 것이고 현대적 상황에 맞춰보자면 그 한계점이 있다고 하겠다. 1924년 근대 최초의 여성 단체인 천도교 여성회 창립과 동덕여학교(현재 동덕여대에 이르러는 무관함)를 통해 여성 교육에 앞장섰던 동학, 천도교의 근대적 변혁이 현대에 와서는 위축되어 보이고 그 한계가 드러나는 점은 "결혼"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학 시기부터 세 분의 스승님께서는 한결같이 "결혼"과 "출산"을 도가의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 해월 선생은 특히 결혼한 여성에게 전하는 내칙(內則), 내수도문(內修道文)을 통해서 가정에서 여성의 역할과 출산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부인은 그 남편 된 이와 화목한 가정을 이루어가야 한다는 "부화부순 夫和婦順"을 도의 완성된 모습으로 밝혀 주셨다. 해월 선생은 "부인 수도는 우리 도의 근본입니다. 이제로부터 부인 도통이 많이 날 것입니다. 이것은 일남구녀(一男九女)를 비한 운이니, 지난 때에는 부인을 압박하였으나 지금 이 운을 당하여서는 부인 도통으로 사람 살리는 이가 많을 것입니다."라고 하시며 여성의 수도를 장려하셨다. 과연 비혼주의와 결혼하더라도 무자녀를 계획하는 MZ세대에게 천도교 스승님의 가르침을 어떻게 전해야 할 것인지 당면한 숙제라 하겠다.

 

이상으로 다양성의 사회를 바라보는 천도교의 관점을 개인적인 소견으로 전해보았습니다. 천도교는 통하는 것을 원하는 시천주의 신앙입니다. 우주 생명의 하나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정성 들이고, 공경하는 실천으로 그 씨앗을 평화고리 여러분들과 나눌 수 있기를 심고드립니다.

 

김정곤=프로필-.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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