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d1d9d2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4 : ‘용커스의 에덴동산’ 언터마이어 가든 (Untermyer Garden)

posted Feb 27, 2018
Extra Form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Now the God had planted a garden in the east, in Eden; and there he put the man he had formed. The Lord God made all kinds of trees grow out of the groundtrees that were pleasing to the eye and good for food. In the middle of the garden were the tree of life and the tree of the knowledge of good and evil. A river watering the garden flowed from Eden; from there it was separated into four headwaters. (Genesis 2 : 8-10)

 

뉴욕시에 살면 도시의 정글을 떠나 평화로운 쉼터를 종종 그리워하게 된다. 이럴 때 가볼 만한 멋진 정원을 소개하고 싶다. 브롱스 북쪽 경계선, 웨스체스터 카운티가 시작되는 곳, 용커스시(Yonkers)에 위치한 언터마이어 가든(Untermyer Garden)이다. 대중교통으로도 갈 수 있고, 이렇게 좋은 정원이 무료이다.

전에 용커스에 사는 지인이 그 동네에 예쁜 정원이 있어 사계절 산책한다는 이야기를 흘려들은 적 이 있었다. 얼마 전 용커스에 일이 있어 갔다가 문득 생각이나 언터마이어 가든을 들렸는데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을 아직 몰랐을까. 혼자 보기에는 아까운 가든이라는 생각이 든다.

 

 

20170715_193353_001-2_크기조정.jpg

Walled Garden

 

 

아르테미스(Artemis)여신 조각이 새겨져 있는 문을 들어서면, 정원의 모습이 신비하게 눈에 들어 온다. 문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보이는 정원의 모습은 자연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에 펼쳐지는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정원에 설치되어 있는 두 개의 문을 통해 프레임된 전망이 가장 인상적이다. 또 다른 문은 정원의 아래층 테라스에서 비스타 전망대(Vista Overlook)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에 있다.

 

 

정원과-vista.jpg

정문에서 보이는 정원(왼쪽), Vista(오른쪽)

 

 

가든 안내서에서도 설명되어 있듯이, 언터마이어 가든은 창세기 2장에 묘사된 에덴동산에서 영감을 얻은 고대 페르시안 양식의 정원이라고 한다. 사방이 벽으로 둘러 쌓여있고, 그 안에는 마치 네 개 의 강물이 흐르듯, 정원 중앙을 십자가 형태로 물길이 가로지르고 있다. 분수가 샘솟고, 연꽃이 피고, 잉어들이 노닐고, 주변엔 희귀하고 이국적으로 보이는 꽃, 나무들이 피어 있어 과연 낙원이 이런 모습일까 상상하게 한다.

 

 

20170730_113303-8_크기조정.jpg

North Pond in the Walled Garden

 

멀리 북쪽으로는 한쌍의 스핑크스 기둥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록펠러 센터 아이스 링크 앞에 있는 동상, 프로메테우스를 조각한 아르데코 스타일의 거장, 폴 맨쉽(Paul Manship)의 작품이라고 한다. 그 너머에는 야외극장은 세익스피어나 그리스 비극을 여기서 공연하면 어울릴 것 같다.

 

 

20170715_193803-5_크기조정.jpg

 

 

서쪽으로는 The Temple of the Sky라 불리는 지붕이 없는 그리스 템플 '하늘의 신전(The Temple of the Sky)'이 있고, 원형으로 둘러싼 코린트 양식(Corinthian) 기둥 틈 사이로 허드슨 강과 펠리사이드가 눈에 들어온다. 그 아래쪽으로 보이는 수영장은 많이 파손이 되어 있었다. 바닥에는 모자이크 타일로 새긴 물고기와 바다생물들의 문양들이 곳곳에 보여 한 때는 아름다운 수영장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111_크기조정.jpg

The Temple of the Sky

 

 

어찌 보면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 인도 등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이 정원에 함께 뒤섞여 있어 혼란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고, 아직도 손길과 복원이 필요한 구석도 많이 보이지만, 이곳에 있으면 시간을 거슬러 뭔가 신비한 고대와 만나는 느낌이 든다. 시간이 있다면 정원 입구에 들어와 바로 있는 돌의자, 나무 그늘이 시원해 보이는 그 의자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십자로의 물길과 그 주의의 풍광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어도 절로 힐링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층 테라스를 따라 북쪽으로 정원을 나서는 문을 통해 들어온 광경(Vista)은 처음 정원을 들어올 때 느꼈던 경이로움, 또 다른 환희를 선사한다. 경사진 150개의 계단과 계단 아래에 우뚝 솟은 두개 의 로마시대의 거대한 치폴리노(cipolino)대리석 기둥, 그 너머에 허드슨 강과 팰리사이드의 경치는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가까운 우리 주위에 이런 곳이 있구나 하고 미소를 머금게 된다.

 

 

20170715_195318-7_크기조정.jpg

Vista

 

 

Vista overlook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Woodland 산책길을 따라 걷다보면 왼쪽으론 Temple of Love 로 향하는 길이 나온다. 아기자기한 돌계단과 폭포와 다리가 있는 Rock garden의 정상에 오르면 숨을 고르며 아름다운 사랑의 정자에서 쉬어 갈 수 있다.

 

 

20170922_121005-10_크기조정.jpg

Temple of Love & Rock Garden

 

 

Woodland 산책길을 따라 왼쪽 길 (Temple of Love로 향하는 길)로 가지 말고 계속 내려가면 폐허가 된 Gate House에 이르게 된다. 사자와 얼굴이 없는 유니콘(아니면 말?) 조각을 볼 수 있는데, 이 사자 얼굴이나 표정이 예사로워 보이지 않았다. 뉴욕시 공립도서관 앞 두 마리의 사자상 인내(Patience)와 용기(Fortitude)를 조각한 에드워드 클락 포터(Edward Clark Potter)의 작품이라고 한다. 손상된 유니콘의 얼굴모습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고 복구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20170730_122121-9_크기조정.jpg

Lion & Unicorn Gate and Guest House

 

 

사자상 근처에 있는 철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남쪽으로 멀지 않은 곳에 커다란 고목을 잘라 앉기 좋게 만든 나무토막들이 있었다. 도시락과 간식을 도란도란 앉아서 먹기에 안성 맞춤이다. Old Croton Aqueduct길을 따라 계속 펼쳐지는 숲속 길을 여유롭게 걸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무엘 언터마이어(Samuel Untermyer)는 누구인가?

 

언터마이어라는 이름이 생소해서 정원 안내지에 있는 그에 대한 글을 요약해 보았다. 사무엘 언터마이어(1858-1940)는 유태인 출신의 변호사로 그 당시에는 유례없이 한 케이스에 백만 불까지 변호사 비를 받는 유명한 변호사로 명성과 부를 쌓았다.

1899년 허드슨 강변에 있는 Greystone저택을 구입하고 대지를 더 확장하여 150 에이커에 이르는 가파른 경사진 땅 위에 세계에서 가장 멋있는 정원을 만들려는 야심을 키웠다. 1916년에 그는 그 당시 록펠러가의 저택 Kykuit에 정원을 만든 William Willes Bosworth에게 정원 설계를 맡겼다.

식물이나 정원에 관심이 많던 언터마이어는 전성기에는 60명의 정원사를 두고 60개의 온실을 관리하게 했다. 그는 이 정원을 일반 대중과 나누기를 원했고 공개를 해 193910월 하루는 이 정원을 방문한 사람이 3만여 명 가량 됐다는 기록이 있다.

언터마이어는 사후에 이곳을 주립공원을 만들어 대중들에게 휴식처로 보존되고 유지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정원은 유지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뉴욕주나 웨스체스터 카운티에선 받아들이질 못했다. 결국 부지의 일부인 43에이커 땅을 1946년에 용커스시에 기증하게 된다. 그간 많이 피폐되고 방치되었는데 Untermeyer Gardens Conservancy가 결성되어, 192030년 당시 한창 피크였던 아름다운 정원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아래의 youtube사이트에 가면 Untermeyer Gardens Conservancy가 만든 이 정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보고 들을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zaKAZpVhcU

 

PS: 이 글을 마무리 하다 보니 센트랄 파크 컨서바토리(conservatory) 가든에 있는 프랑스 정원 한가운데 위치한 분수가 'Untermeyer Fountain'라고 불렸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Three dancing Maiden, 세 쳐녀가 손을 잡고 춤을 추고 한 가운데 물을 뿜는 분수였는데, 알고보니 그 분수가 이 언터마이어 저택에 있던 분수를 사후에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20150425_160509-1_크기조정.jpg

 

홍영혜-프로필이미지.gif

 


  1.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10 - 난 뉴욕 스타일? 뉴욕 변두리 스타일

    난 뉴욕 스타일? 뉴욕 변두리 스타일 내가 살고 있는 동네나 이웃들에 대해 지금처럼 관심을 가지고 살았던 적이 있었나? 그간 바쁘고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서 그랬을까? 이제서야 미국생활이 좀 익숙해져서 일까? 지금 살고 있는 모닝사이드 하이츠(Mor...
    Date2018.09.25 Views408 file
    Read More
  2.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9 - 클로이스터즈에서 만난 “꽃보다 할매” - 시그리드 골디너

    뉴욕에서 가장 로맨틱한 곳 뉴욕에서 가장 로맨틱한 곳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뉴욕 처음 와서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클로이스터즈(Cloisters)와 포트 트라이온 파크(Fort Tryon Park)다. 아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클로이스터즈를 가보라고 했었는...
    Date2018.08.27 Views1176 file
    Read More
  3.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8 - 모홍크 등산길의 별사탕꽃 : “나는 할 수 있어, 참 잘했어.”

    “나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뿌듯하게 느껴진 적은 언젠가요?” 요즘 이런 질문을 주위 사람들에게 해 본다. 그러면 대부분 바빠서 그런 생각을 해 볼 틈이 없거나, ‘골치 아프게 왜 그런 질문을 하냐’라는 표정을 보인다. 나에게는 3년 ...
    Date2018.07.25 Views577 file
    Read More
  4.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7 - 빨간 등대길에 만난 시지푸스 스톤과 울릭스 그리카 – 왕초보자를 위한 자전거길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오늘은 나처럼 꼬부랑거리면서, 사람이 지나가면 겁이 나서 따르릉거리며, 이도 저도 안되면 멈춰서 끌고 가는 새내기 바이커들도 갈 수 있는 멋진 자전거 길을 소개하고 싶다. 그리고 목적지에 이르...
    Date2018.06.25 Views446 file
    Read More
  5.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6 - M5 버스를 타고 $2.75로 Manhattan 구경하기

    On a bus, your eyes, ears, and pores are open absorbing in the variety, the wonder, and the magic of the city. It’s wonderful way to get to know the city. – George Takei 지하철의 머리와 꼬리의 몇 번째 칸을 타야지 정확히 제일 가까...
    Date2018.05.24 Views1250 file
    Read More
  6.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5 - 뉴욕의 충분히 좋은(Good Enough to Eat) 음식점들

    뉴욕은 세계 여러 나라의 맛집들도 많고 좋은 음식점도 많다고 한다. 평소에 가고 싶은 곳들 리스트를 적어 놓았다가, 친지들이 방문하면 새로운 음식점들을 시도해본다. 한번은 호기심으로 가지만, 막상 다음에 또 가고 싶은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음식은...
    Date2018.03.27 Views387 file
    Read More
  7.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4 : ‘용커스의 에덴동산’ 언터마이어 가든 (Untermyer Garden)

    Now the God had planted a garden in the east, in Eden; and there he put the man he had formed. The Lord God made all kinds of trees grow out of the ground—trees that were pleasing to the eye and good for food. In the middle of the gard...
    Date2018.02.27 Views473 file
    Read More
  8.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3 : 홀리 크로스 수도원에서의 하룻밤

    Be still, and know that I am God. - Psalm 46:10 - 뉴욕 시에 몇 년 살다 보니 복잡한 도심을 떠나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을 갈망하게 된다. 물론 센트럴 파크, 리버사이드 파크, 식물원 등 오아시스 같이 숨통을 트이게 하는 곳이 많지만, 공기가 맑고 힐링...
    Date2018.01.24 Views391 file
    Read More
  9.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2 : 나는 왜 뉴욕에 살까?

    “Vital lives are about action. You can't feel warmth unless you create it, can't feel delight until you play, can't know serendipity unless you risk.” - Joan Erickson 뉴욕으로 이사 온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뉴욕시립 박물...
    Date2017.12.26 Views581 file
    Read More
  10.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1 - 리버사이드 파크 (Riverside Park )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1 - 리버사이드 파크 (Riverside Park ) “The real voyage of discovery consists not in seeking new landscapes, but in having new eyes.” “My destination is no longer a place, rather a new way of seeing.&rdq...
    Date2017.12.07 Views474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