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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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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43 - 커버드 브리지(Covered Bridge), 뉴욕서 시카고 느림보 여행 첫 번째 이야기

posted Aug 3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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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43 - 커버드 브리지(Covered Bridge), 뉴욕서 시카고 느림보 여행 첫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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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Cho, “River valley branch”, 2021, Digital Painting.

 

  

“여보, 공항 가는데 한 시간, 기다리는 시간, 비행기 두 시간, 또 내려서 렌트카 찾고, 적어도 6시간은 걸릴 텐데, 우리  마스크 쓰고 답답하게 가지 말고, 운전해서 갑시다. 짐도 마음대로 싣고, 하루에 6시간, 서로 나누어 3시간씩, 오전 오후 한 시간 반씩 운전하고 이틀 반 잡고 천천히 갑시다. 쉬고 싶은 곳에 하이킹도 하고. ”

남편은 시카고까지 14시간 운전이  한 시간 반이란 계산이 나오자 마침내 설득을 당해 비행기표를 전날 취소했다. 나는 신이 나서 유니온마켓에 가서 에어룸(heirloom) 토마토 한 박스를 사가지고 왔다. 아침에 일어나 빨주노초 토마토 8개를 윤이 나게 씻었다. 여행길에 내 건강을 지켜줄 신주단지처럼 아이스 팩에 소중히 모셨다. 차에 자리가 남아, 내 조그만 이불과 베개, 그리고 족욕을 할 대야까지 끼워 넣고 흡족하게 미소를 띤다. 남편은 작은 이삿짐을 방불한 짐을 보고  후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올 여름 새로 장만한 코코넛 망치를 보여주면서 가는 길에 코코넛 2통 사서 빨대에 꽂아 시원하게 먹고 가자며 툴툴거리는 남편의 비위를 맞춘다. 배리 매닐로우의 코파카바나의 음악이 귀에 쟁쟁 울리는 듯하다. 이렇게(지금 생각하면 약간은 정신 나간) 뉴욕서 시카고까지 로드트립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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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pert Bridge (1847)

 

 

펜실베니아주가 은근히 동서로 길고 구불구불해서, 여기를 빠져나가면 절반을 온 느낌이다. 200개가 넘는, 미국에서 커버드 브리지가 제일 많이 남아 있는 주라고 들었다. 가는 길에 쉴 곳을 찾아보다 Bloomsburg 근처에 커버드 브리지가 세 군데나 있어, 그중 가장 가까운 Rupert Bridge를 들리게 되었다. 철도길과 나란히 가는 것이 인상적이다. 오래된 나무다리를 차로 건너도 되나 안쓰러운 마음으로 지나가기도 하고, 차가 없을 때는 다리 속을 걸어 다니며 트러스(truss)의 모양도 살피고, 틈으로 비치는 밖의 경치를 내다보기도 한다. 다리 밑에 내려가 잠시 쉬기도 하고, 근처의 길들을 걸어보기도 한다. 30분 정도면 족하게 하이웨이의 빠른 속도에서 빠져나와 한적한 시골의 뒷길에서 쉬어감도 좋은 것 같다.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 펜실베니아주의 아름다운 커버드브리지 11군데를 추천한 사이트를 아래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pennlive.com/life-and-culture/g66l-2019/01/3f9032fc449179/11-of-pennsylvanias-most-beaut.html  

 

 

영화 속의 커버드 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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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드 브리지 하면 “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영화를 떠올린다. 촬영차 방문 온 사진작가(클린트 이스트우드 역)와 아이오와주 시골에서 꿈을 묻고 사는 중년 부인(메릴 스트립 역)과의 로맨스 배경에는 Rosemont Covered Bridge가 중심에 있다. 메릴 스트립이 다리 안에 격자 틈으로 살짝 훔쳐보다가 들꽃을 꺾어 부케를 만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찾는 장면이다.(사진 위)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되는 드라마 “Anne with an E”는 Prince Edward Island 비롯해 캐나다 온타리오의 아름다운 정경이 눈을 즐겁게 한다. “빨간 머리 앤”을 사회의식이 좀 더 부각되도록 흥미롭게 각색한 TV 시리즈이다. Anne의 친구 Diane과 Jerry가 몰래 사귀다가 헤어지는 장면에도 커버드 브리지가 한 몫 한다.(사진 아래)

 

 

커버드 브리지의 유래

 

많은 로맨스의 시작과 헤어짐을 목격한 커버드 브리지는, “Kissing Bridge”란 별명처럼 로맨틱한 장소이고, 무더운 여름에 시원하게 물가에서 발을 담그고 낚시와 물놀이를 하던 옛 미국 정겨운 시골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지붕을 만드는 것은 사람들이 비를 피하거나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리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실용적인 이유라고 한다. 지붕과 사이딩이 트러스(truss)를 보존하여 20년 정도의 다리의 수명을 100년으로 연장해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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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14,000정도의 역사적인(historic) 커버드 브리지가 세워졌는데 대부분 1825년에서 1875년 사이에 지어졌다고 한다. 이후에는 비용이 절감되고 강한 철강, 콘크리트로 대치되고 커버드 브리지는 오래되어 무너지거나 홍수에 휩쓸리거나 불에 타서 현재는 750개 남짓 남아있다고 한다. 낭만적인 정취뿐 아니라, 근대 토목공학이 발전하기 전에 긴 다리를 지지하기 위해 삼각형과 아치형으로 트러스를 구축한 목공건축기법은 높이 평가되고 역사적 가치로 보존되고 있다.

 

 

내가 추천하는 커버드 브리지

 

커버드 브리지는 뉴욕시에선 적어도 2시간 거리에 있어, 다리 하나 보려고 가기에는 부담스럽지만, 로드 트립을 하다 보면 의외로 근처에 있어 놀라게 된다. 특히 뉴잉글랜드와 펜실베니아 주는 커버드 브리지의 보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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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River Bridge (1872), 별명이 Artist's Bridge

 

 

 

내가 처음 본 커버드 브리지는 Sunday River Bridge 로 메인주의 Newry에 갔다가 우연히 길 안내표지를 보고 들리게 되었다. 미국 초창기 인상주의 화가로, 뉴잉글랜드 풍경화의 대가인 John Enneking이 여기 풍경에 반해, 자주 다리 근처에서 그림을 그려 “Artist's Bridge”란 별명이 붙여졌다고 한다. 카버드 브리지에 대한 나의 관심도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뉴햄프셔의 화이트 마운틴 자락의 플룸 고지(Flume Gorge)는 기회만 되면 또 가보고 싶은 곳이다. 화강암으로 된 협곡과 폭포 주변을 하이킹하면서 아름다운 커버드 브리지를 두 군데 볼 수 있다. Sentinel Pine Bridge는 근처 물가에 심어진 100년도 넘은 90피트의 소나무가 허리케인으로 날라가 그 소나무로 다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입구에 있는 Flume Bridge는 그야말로 어여쁜 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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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inel Pine Bridge (1939), Flume Bridge (1871)

 

 

뉴햄프셔와 버몬트 주 사이에 Connecticut River를 가로지르는 Cornish–Windsor Covered Bridge는 차로 지나갔는데, 449피트 5인치나 되는 미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긴 커버드 브리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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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nish–Windsor Covered Bridge (1866) 

 

 

뉴욕서 시카고까지 차 여행을 여러 번 했었다. 시어머님이 만들어 주신 김밥 열 줄을 한 줄씩 먹으면서 거의 하루에 오곤 했는데. 단지 그때는 청춘인 걸 깜빡했다. 다시는 긴 자동차여행을 안 한다는 남편을 보면서 글쎄 과연 그럴까? 참 이상하다.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는 이 정신 나간 짓을 다시는 안 한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무더위와 긴 여행에 지쳐 피곤하고 다투던 기억은 어는덧 사라지고 아름답고 잔잔한 기억만이 남는다. 나만의 생각일까? 다음엔 코코넛 대신 뭐가 약발이 먹힐까? 올 가을에 펜실베니아와 뉴잉글랜드를 로드트립할 기회가 있으면 가을단풍과 어우러진 커버드 브리지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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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Cho, “River runs under the covered bridge”, 2021, Digital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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