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세계 여러 나라의 맛집들도 많고 좋은 음식점도 많다고 한다. 평소에 가고 싶은 곳들 리스트를 적어 놓았다가, 친지들이 방문하면 새로운 음식점들을 시도해본다. 한번은 호기심으로 가지만, 막상 다음에 또 가고 싶은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음식은 맛있지만 예약을 안 받아 줄이 길거나, 교통이 불편하거나, 좁고 시끄럽거나, 그리고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등등의 이유로… 아직 많은 음식점을 가보지는 못했지만 다시 가도 좋을 만한 음식점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Zagat 리뷰는 음식 맛과 분위기, 서비스 세부분으로 점수를 매기는데 음식점 사진아래 마다 이 점수를 첨가하였다. 나의 경험상 Zagat 리뷰를 참조하여 음식점을 고르면 거의 정확한 것 같다.
ZAGAT 3.9 Food 3.5 Decor 3.7 Service
어퍼웨스트 사이드 Good Enough to Eat는 Columbus Ave선상에 85가와 86가 사이에 있는 브런치 집이다. 길을 가다가 동네사람에게 음식점을 물어보니 추천해 준 곳 중 하나였다. 맛 보다는 음식점 이름 때문에 끌려서 갔는지도 모르겠다. 좋은 부모교육을 할 때 많이 인용했던 정신과의사 Winnicott가 말한 “Good enough Mom”이 떠오른다. 좋은 어머니란 완벽한 어머니가 아니라 실수도 하고 적절히 아이가 독립할 수 있게 도와주는 “충분히 좋은 어머니”다. 좋은 음식은 너무 요란하게 맛을 내려고 애쓴 음식보다 심플하고, 집 떠나서 먹는 집밥같이 “충분히 좋은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포틀랜드, 오레곤에 가면 Mother라고 브런치로 유명한 집이 있는데 거기가면 Comfort Meal, 집밥을 먹는 느낌이 나 여러 번이라도 가고 싶은 그런 곳이다. Good Enough to Eat이라는 음식점 이름에 영감을 받아, 이번 글에는 아주 좋은 음식점이라기보다는 충분히 좋은 우리 동네 근처 음식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어퍼웨스트 사이드 Amsterdam Ave 선상에 80가와 81가 사이에 있는 Luke’s Lobster는 아들이 장가가기 전 함께 자주 갔던 곳이다. 내가 저녁하기 힘들면 아들이 운전해주고 Lobster Roll 를 사가지고 와 집에 와서 먹었다. 어떤 때는 집에까지 못 기다리고 둘이 차안에서 끝낸 적이 많았다.
ZAGAT 4.3 Food 3.1 Decor 3.7 Service
폭신하고 쫄깃한 샌드위치 빵을 버터에 구워 껍질이 아삭하다. 그 속에 랍스터 ¼파운드가 충실하게 들어 있어 뿌듯하다. 랍스터 껍질을 까느라고 귀찮지 않고 살만 발라 놓아 먹기도 편하다. 버터를 너무 많이 뿌리는 것이 싫으면 “Go easy on the butter.”라고 주문하면 느끼하지 않다. 하나 아쉬운 것은 랍스터가 따뜻하지 않고 차가운데, Fast food 이니까 이해한다.
카드에 열개 스탬프를 찍으면 한개를 서비스로 주는데, 아들이 장가가면서 5개 스탬프 찍은 카드를 아주 소중한 것을 전해주듯^^ 남겨주고 갔다. 여기에는 Shrimp Roll, Crab Roll도 있지만 Lobster Roll이 제일 맛이 있다. 값이 20불 정도니까 그리 싸지는 않지만 가끔 생각이 날 때 찾게 되는 곳 중 하나다. 맨하탄 여러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Upper West Side나 , 여러 맛집들이 들어 와 있는 Plaza Hotel Food Hall은 센트럴파크와 가까워서 사가지고 가서 날이 좋을 때는 공원벤치에 않아서 먹어도 좋을 것 같다.
Absolute Bagels는 Broadway 선상에 107가와 108가 사이에 있는데 가끔 베이글이 먹고 싶으면 간다. 베이글은 유태인 음식으로 피자나 라면등과 함께 뉴욕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10가지 음식중 하나로 꼽힌다. 가운데 구멍이 난 동그란 빵은 밀도가 높아 하나만 먹어도 배부르다.
ZAGAT 4.6 Food 2.7 Decor 3.7 Service ( Zagat 뉴욕 베이글 최고 점수)
딸은 여기 베이글이 특별히 쫄깃쫄깃 하고 맛있다고 한다. 짙은 밤색의 pumpernickel bagel 을 좋아해 토스트하고 하얀 vegetable cream cheese(야채 크림치즈)를 바르고 분홍의 연어를 훈제한 lox를 얹어 먹거나, 그 위에 빨주노의 파프리카와 초록의 오이를 썰어 얹어서 우리에게 만들어 주곤 하였다. 맛과 색의 조합이 환상적이다. ^^
좀 더 달콤한 것을 좋아하면 cinnamon raison(계피 건포도), 그리고 건강식으로는 여러 가지 잡곡이 들은 “everything”을 권하고 싶다. Lox 대신 “Sturgeon”(철갑상어)를 훈제한 것을 베이글에 얹어 먹어도 맛있는데 “Barney Greengrass“나 “Russ & Daughters”에서 먹을 수 있다. 딸은 뉴욕 왔다 갈 때면 여기 베이글을 한 다스는 사서 얼려갔다. 마치 내가 서울 갔을 때 어머니가 영양떡을 얼려서 싸 주셨듯이 말이다. 샌프란시스코로 이사 가더니 거기는 맛있는 베이글 집이 있는지 이제는 싸가지고 가지는 않는다.
우리 동네 Morningside Heights는 일부러 음식 먹으러 Uptown에 올 정도로의 맛집은 별로 없는데 Pisticci는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숨겨진 보석 같은 이탈리안 음식점이다. La Salles St 선상에 Claremont Ave와 Broadway 사이 길에 있다.
ZAGAT 4.4 Food 3.9 Decor 4.0 Service
만나고 싶은 친구들이 있으면 Pisticci에서 주말에 함께 브런치를 먹기 좋아한다. Fettuccini Al Fungi (버섯 파스타)와 Tuscan Bean Ravioli(빈 라비올리), 프렌치토스트와 샐러드를 시켜 여럿이 이것저것 나누어 먹으면 행복하다. 개인적으로 미국음식 중에 제일 맛있는 식사가 브런치인 것 같다. 메뉴를 Sweet한 것과 Savory한 것들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한사람은 팬케익이나 벨지언 와플에 딸기와 불루베리 그리고 시럽과 휩크림을 얹어 달달하게 시키고 다른 사람은 잉글리시 머핀에 수란 두개를 얹고 시금치나 버섯, 아보카도를 올려 홀렌데이즈 소스를 뿌린 에그 베네딕트 같은 풍미로운 걸 시켜 먹으면, 짜장면과 짬뽕을 나누어 먹는 기분이라고 할까.
Pisticci는 이 공간을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곳으로도 쓰고 일요일 저녁은 재즈 뮤지션이 나와 연주한다.
편안한 재즈음악의 선율을 들으면서 그림 감상도 하고 음식을 즐기는 Pisticci가 과연 우리동네 비밀병기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새롭고 멋지고 고급진 음식들은 한번으로 족하지만, 또 다시 가고 싶은 음식점은 멀리 떨어져 사는 애들과의 추억이 있고, 친지들이 함께 먹고 웃고 나누던 “충분히 좋은 음식”이 있는 그런 곳이 아닌가 싶다.
PS: 한번 쓰기에는 분량이 길어져 이번 글에는 Morningside Heights와 Upper West Side의 “충분히 좋은” 음식점들을 소개하고 다음 기회에 Midtown과 Lower Manhattan의 맛집과 좋은 음식점들(Fine Dining)을 소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