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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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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10 - 난 뉴욕 스타일? 뉴욕 변두리 스타일

posted Sep 2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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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뉴욕 스타일? 뉴욕 변두리 스타일
 


내가 살고 있는 동네나 이웃들에 대해 지금처럼 관심을 가지고 살았던 적이 있었나? 그간 바쁘고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서 그랬을까? 이제서야 미국생활이 좀 익숙해져서 일까? 지금 살고 있는 모닝사이드 하이츠(Morningside Heights)는 우리가 흔히 뉴욕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들, 로워 맨해튼의 빌딩 숲, 타임스퀘어의 번쩍거리는 전광판, 펜스테이션의 물밀듯한 인파, 소호의 숍들, 그리니치 빌리지의 음식점들과는 거리가 멀다. 맨해튼 어퍼 웨스트보다 북쪽에 자리한 비교적 한적한 대학촌이다. 많은 역사의 흔적이 배어있는 주변과 여기 사는 사람들이 친숙하게 다가와 미국을 떠나 온지 30년이 넘어서 처음으로 내 동네, 이웃이라는 느낌이 든다. 난 뉴욕이 잘 맞는 뉴욕스타일인가 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뉴욕 변두리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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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깃든 우리 동네

내가 다녔던 모교보다 더 속속들이 알고 있는 컬럼비아 대학 캠퍼스, 어디가 바람이 잘 통하는 시원한 명당자리인지, 그리고 어디가 데이트하기 가장 좋은 곳인지, 아마 이렇게 예쁜 돌의자가 건물 뒷 편에 숨겨져 있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학생들은 내가 그랬듯이, 강의실 도서관 그리고 식당으로 가는 주변이나 맴도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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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마르틴 루터 킹 목사가 베트남전쟁에 반대하여 연설을 했던 리버사이드 교회, 그 교회 정문에는 사진을 찍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띤다. “여기 조각들 중에 아인슈타인,  모세, 공자, 모하메트가 있는데 저기 보이세요?” 참지 못하고 한마디 하고 지나간다.^^ 


나치에 저항하여 감옥에서 히틀러가 무너지기 얼마 전 안타깝게 처형되었던 본회퍼 목사가  1930년에서 1931년까지 다니던 유니온 신학대학, 유니온에서 가르친 또 다른 유명한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의 이름을 따라 지어진 길, 1958년 사도바울이 활동한 고린도에서 온 돌로 아이젠 하워 대통령이 주춧돌을 놓았던 인터처지 센터, 그리고 멀리 거슬러서 1776년 독립전쟁 때 조지 워싱턴의 군대가 할렘하이트 전투를 승리한 것을 기념하는 플래크가 바로 바나드 컬리지 정문 건너편, 컬럼비아 대학 벽에 표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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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사람들

우리 아파트 사람들도 한사람 한사람 친숙해 진다. 아이스크림 소셜에 가면서 자기가 소셜하지 않은데 괜찮을지 걱정하는 캐롤, 캐롤은 그림을 그려서 복도 벽에 서너 작품 걸어 놓고  가끔 바꾸어 놓는다. 본인이 86세라 하는데 비오는 날도 지팡이 하나를 집고 버스를 타고 운동 클래스를 가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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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모르지만 매일 Nassbaum and Wu 베이글 가게에 식사하러 나가시는 할아버지. 하루는 지나가다 이 할아버지도 혼자, 또 다른 할아버지도 혼자 식사하는 모습을 보았다. 둘이 함께 이야기 하면서 식사하면 좋을 텐데. 이 할아버지들이야말로 소셜한 게 필요한 것 같다.  자원봉사 일을 하면서 근처에 노인들을 돌보고 성가대도 열심히 하는 마리, 멀리 화이트 플레인 까지 기차를 타고 개 트레이닝 학교에 니나를 데리고 다니는 정말 좋은 개엄마, 싹싹하고 만나면 기분 좋은 미까? (이집은 개 이름과 딸들, 엄마, 아빠 이름이 다 두 음절이어 헷갈리고 개 이름 니나만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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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산책길에 니나 엄마를 만나 함께 걸으면서 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Tree가 나무라는 명사 외에 동사로 ‘다람쥐 같은 짐승을 보면, 나무위로 쫓아 보내고 주인한테 여기 사냥감 있다고 컹컹 짖어댈 때 이것을 tree 라고 한다’는 것도. 함께 걷는 동안 니나가 tree를 몸소 보여주었다.^^ 그렇다고 이웃과 친하게 왕래를 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만나면  반갑고 정이 드는 이웃들이다.

우리 동네 수선방

뉴욕은 한인이 워낙 많이 있어 어디가나 한국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우리 동네 세탁소나 쥬얼리 숍도 우연히 들어갔는데 한인이 하고 있어 더 반가웠다. 그런데 우리 동네에 한인을 특별히 상대로 하는 것도 아닐텐데 “ 구두수선 키복사 시계수리” 라고 한글로 쓴 간판이 눈에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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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와서 좁은 공간에 안 쓰는 물건을 놓아두지 말고, 고장 난 건 고쳐 쓰고 안 쓸 것은 버리자 해서 하루는 이 구두수선점에 들어갔다. 내가 10년도 넘게 찬 시계인데 뒤판이 언제 떨어져 나갔는지 배터리가 훤하게 보여 서랍에 넣어 두었었다. 주인이 한번 뒤판을 찾아보겠다 해서 시계를 놓고 왔는데 이주 쯤 지나 연락이 왔다. 본인은 찾지 못했지만, 아는 분이 취미로 시계 고치는 분인데, 시간을 주면 아마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어차피 고치지 않으면 못 쓰는 거니까 시계를 맡기고 몇 달 쯤 지나 시계에 대해 잊어버리고 있었다. 하루는 전화가 왔다. 완전히 맞지는 않지만 거의 비슷한 뒤판을 찾아 모양대로 갈아서 끼어 놓았는데 약간의 틈들이 있으니 비오는 날에만 차지 말라고 했다. 그분은 시계 갈아서 얼마 받지도 못했지만 기필코 찾아서 고치고야 마는 이런 마음이 귀하다. 우리 동네 자랑스러운 수선점이다. 지금도 그 시계를 잘 차고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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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파토스
 

동네를 다니다 보면 서로 도저히  안 어울릴 것 같은 어처구니 없는 장면들을 보고 깔깔 웃다가 미안해진다. 암스테르담길  조그만 공터에는 누가 키우는지 엉성한 가든과  닭들이  몇마리  보이는 순박함이 있나하면,  바로 그 길 앞에 누가 자전거를 잠그고 갔는데 바퀴와  여러 부품은  다 훔쳐 달아나고 앙상한 골조만 묶여있는  눈뜨면 코베가는 세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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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60 70년대 한국에서 보던 이발소와 그 앞엔 동전을 넣으면 왔다갔다 하는 목마가 엄연히 브로드웨이길  뉴욕 한복판에  함께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  노스탤직하면서도 코믹하다. 
여름이면  수요일마다  할렘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재즈 콘서트가 그랜트 장군묘 앞에서 열리는데  집 창문을 열어 놓으면 음악소리가 들린다.  저녁을 먹고 끝날 무렵 어슬렁 가서, 사람들이 많이 붐비지 않기 때문에 제일 좋은 자리도 비집고 들어가면 볼수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없이  멀리 앉아서  배경으로 재즈음악을 들어도 여유롭다.   매년 자진 백댄서로 등장하는 나이 지긋한 한 카플이 잘 추는 춤인지는 모르겠지만  넉넉하고 편안한 몸짓에 나도 따라서  절로  몸을 흔들며  이곳에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런 일부가 되가고 있다. 난 우리 동네가 좋다.

PS. 컬럼비아대학 캠퍼스내에 있는 예쁜 돌의자가 생각나 사진을 찍으러 갔었다. 한참을 돌아도 그 의자가 없어서 그동안 없어졌나 서운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혹시나 구글지도로 찾아보니 그 작은 의자가 지도에  나왔다.  구글맵의 위력이란 !!!  내가 생각한 위치보다 더 동쪽, 암스테르담 구름다리를 지나 이탈리안 아카데미건물 뒷마당에 위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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