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현우진의 홀로요리]

c8d6ca

현우진의 홀로요리 24 - 리더의 길, 두반장 가지볶음

posted Sep 29, 2020
Extra Form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현우진의 홀로요리 24 - 리더의 길, 두반장 가지볶음

 

 

예전엔 반에서 1등을 해야 반장을 하니까, 저는 반장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부반장 정도. 

그런데, 커가면서 고등학교 때 동아리 회장을 했습니다. 

그리고 대학교 들어가서 3월 첫 학기 개강하기 전에 임시과대표로 내가 선출되었습니다. 왜 많은 학생들 중에서 조교가 날 찍었을까? 이놈의 매력일까? 아니면 철학 분야 전공이라 아이들 얼굴이 좀 심각했을까?(동기들아 미안~)

 

고등학교 때 동아리는 도서부입니다. 도서관을 관리하는 도서부의 회장이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완장’을 차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면 도서부에 많은 자부심과 애정, 열정을 갖는 선배들에 비해 무덤덤한 나의 성격은 기존 선배들과 달랐습니다. 게다가 남자들 또는 형들과 30분 이상 대화하는 게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노는 것은 좋아했지만 축구는 싫어했습니다. 흡사 지금 나이에는 골프를 별로 좋아하지 않은 것과 동일하게 이해하시면 됩니다.

또한 열정적이고 에너제틱한 리더의 모습과 나는 멀었습니다. 오히려 신경 쓰느라 늘 만성피로만 더한 길이었습니다. 1년에 한여름만 빼고 감기를 달고 사는 나는 더욱 피로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동아리 회장을 하다가, 대학교 때 1학년 임시과대표, 2학년 때 과대표, 그리고 3학년 과학생회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아! 다시는 ‘완장’을 안 차겠다고, 만성피로인 내가 그렇게 다짐했건만, 대학교 4학년과 5학년(?) 때 점점 ‘완장’은 더 단단히 굳어지고,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리더라는 이름은 나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나는 카리스마라는 단어와는 맞지 않았고, 열정적으로 팀원들을 끌고 가는 스타일도 아니었습니다. 

리더는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는데, 운동이란 것은 해본 적도 없고, 감기를 달고 사는 내가 무슨 힘이 있었던 걸까? 엄마가 내가 고3 때 해준 녹용 때문일까? 이런 힘은 어디서 나는 걸까?

 

그러다 나이가 들었습니다.

지금은 그냥 빨리 회사에서 승진하고 완장 차고 월급 몇 푼 더 받으려고 아둥바둥 살게 되었습니다. 내가 왜 리더가 되려고 하는지 고민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리더보다는 회사 주류에 편승해서 승진하고 싶었습니다. 

커가면서 반대로 나는 주류에 편입하고자 술과 담배에 쩔어살며 성실하지 못했습니다. 조직 내 다른 비주류에게 배려보다는 배타적인 태도로 대했습니다. 결국 나는 승진의 길도, 리더의 길로도 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제서야 나는 조직의 주류에 편입도 안 될뿐더러 나의 스타일까지 포기하고 살았던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내가 학창시절 리더가 된 것은 내 스타일대로 행동했고, (내 입으로 말하지만) 성실했고, 그 분야에 대해 공부를 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배려의 자세로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스타일대로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순간 너무나 행복한 눈으로 조직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스타일대로 산다는 것은 자기 고집대로 사는 것과 다릅니다. 또한 차이점을 인정하되 차별하지 않는 태도를 갖는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이 나이에 다시 리더의 길이 무엇일까 고민해봅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는 1등을 못 해서 반장은 못 해봤네요. 반장은 못 해도 오늘은 두반장으로 만든 돼지고기 가지볶음을 해야겠어요. 반장이나 볶아야지.

 

 

두반장 가지볶음(feat. 돼지고기)

 

이번 홀로요리는 가지 속에 돼지고기 두반장 볶음을 넣는 스타일입니다.두반장 돼지고기 볶음은 넉넉하게 만들어 놓으면, 냉장고에 보관하고 밥비벼 먹을 때 좋습니다.

 

■ 준비하기

 - 가지 2개 준비

 - 돼기고기 간 것(200그램 정도 또는 마트에 포장된 만큼도 오케이)

 - 마늘 10개, 양파 반쪽, 파 반 단, 두반장

 - 밀가루(전분이 없을 때)

 

 

그림1_두반장_resize.jpg

두반장, 마트에서 팝니다

 

■ 가지 굽기

1. 가지를 4등분으로 자릅니다.

2. 프라이팬에 살짝 기름을 붓고 가지를 구워 놓습니다.

 

 

그림2_가지굽기_resize.jpg

가지를 4등분으로 나누어 기름에 살짝 구워 놓고 준비를 합니다

 

■ 가지 속 만들기(돼지고기 볶기)

1.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룹니다.

2. 고추, 다진 마늘과 양파, 파, 다진 돼지고기를 넣고 볶습니다.(돼지고기는 재력이 닿는 만큼 준비합니다. 가지 하나 당 돼지고기 200그램 정도는 무시하세요)

 

 

그림3_채소와돼지고기-볶기_resize.jpg

각종 채소를 넣고 볶습니다. 아시죠? 냉장고에 있는 거면 됩니다

 

3. 돼지고기가 어느 정도 익어가면 두반장을 넣습니다. 밥숟갈 세 스푼 넣으면 짭니다.

4. 공기밥 그릇에 물을 반만 넣고, 밀가루를 밥 한 숟갈 만 넣어서 잘 풀어주세요

5. 프라이팬에 물을 조금씩 둘러가면서 다시 한번 볶습니다. 물기가 어느 정도 빠질 때까지 볶습니다.

 

 

그림4_resize.jpg

간단합니다. 채소와 돼지고기 간 것을 같이 볶고 난 후 밀가루 물을 살짝 넣어 한 번 더 볶아냅니다

 

■  상차림

접시 위에 가지를 올려놓습니다. 그 위로 볶아둔 것을 올려둡니다. 이제 가지 하나씩 하나씩 맛나게 먹습니다. 남으면 반찬통에 보관하셔서 나중에 밥이랑 드세요.

 

 

그림5_완성된-두반장가지볶음_resize.jpg

가지 위에 완성된 두반장 돼지고기를 올려놓으세요

 

 

현우진-프로필이미지.gif

 


  1. 현우진의 홀로요리 24 - 리더의 길, 두반장 가지볶음

    현우진의 홀로요리 24 - 리더의 길, 두반장 가지볶음 예전엔 반에서 1등을 해야 반장을 하니까, 저는 반장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부반장 정도. 그런데, 커가면서 고등학교 때 동아리 회장을 했습니다. 그리고 대학교 들어가서 3월 첫 학기 개강하기 전에 임시...
    Date2020.09.29 Views349
    Read More
  2. 현우진의 홀로요리 23 : 투정 부리고 싶을 때 먹는 음식, 된장찌개

    투정 부리고 싶을 때 먹는 음식, 된장찌개 안녕하세요. 오늘은 홀로요리의 대가를 만나보겠는데요. 함께 인터뷰를 하면서 요리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오늘은 된장찌개를 만드는 법에 대해 이야기 할까요? - 하하하!!! 그렇지 방법을 알려주지. 와아,...
    Date2020.08.30 Views279
    Read More
  3. 현우진의 홀로요리 22 : 못생긴 골뱅이무침

    못생긴 골뱅이무침 '잘생긴 거지가 밥 얻어먹는다.' 잘생긴 거지가 밥 얻어먹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어릴 때부터 저에게 늘 하시던 말씀입니다. 사실 어릴 적에는 그저 세수나 하라는 뜻으로 들었습니다. 즉 이 말씀은 미모지상주의...
    Date2020.07.30 Views348
    Read More
  4. 현우진의 홀로요리 21 : 중화식 돼지 야채볶음(일명 고추잡채)

    중화식 돼지 야채볶음(일명 고추잡채) 누구에게나 모두 독특한 향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 대한 후각으로 느끼는 향이 있고, 인품으로 전해지는 향이 있고, 웃음소리로 기억하는 향이 있습니다. 그 향은 사실 가치 중립적입니다. 즉, 향은 좋은 거 나쁜 거 ...
    Date2020.06.30 Views422
    Read More
  5. 현우진의 홀로요리 20 : 아무것도 하지 않는 홀로요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홀로요리 사실 홀로요리의 진수는 사실 “버튼을 누른다”입니다. 바로 전자레인지 버튼을 누른 다입니다. 노인들에게, 바쁜 직장인, 취업준비생, 육아에 지친 워킹맘에게 맛있는 요리를 직접 만드는 것이 사치일 수 있습니다. ...
    Date2020.05.30 Views207
    Read More
  6. 현우진의 홀로요리 19 : 관자와 버터마늘 사과구이 - 요리는 삶과 죽음의 문제

    관자와 버터마늘 사과구이 - 요리는 삶과 죽음의 문제 음식은 삶과 죽음이 교차합니다. 그냥 쉽게 말하면 정말 “먹고 사는”문제입니다. 못 먹으면 굶어 죽습니다. 살기 위해 예전부터 동물을 사냥하고 도살하고, 식물을 채집합니다. 즉 죽음이 있...
    Date2020.05.02 Views360
    Read More
  7. 현우진의 홀로요리 18 : 멀리 날아갈고 싶을 때 - 사과소스와 닭날개 구이

    멀리 날아갈고 싶을 때 - 사과소스와 닭날개 구이 한강대교 위를 날아가는 철새들 1. 새 봄입니다. 이제 강가에 있는 철새들이 다시 떠나겠죠. 멀리 시베리아로 떠날 겁니다. 늦가을에 한강대교 위에서 새들이 도착하는 모습을 본 게 엊그제 같은 데, 한강대교...
    Date2020.03.29 Views234
    Read More
  8. 현우진의 홀로요리 17 : 블랙퍼스트 – 행운의 비결

    블랙퍼스트 – 행운의 비결 아메리칸 블랙퍼스트라고 아시죠? 빵과 계란,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베이컨입니다. 베이컨이 있어야 아메리칸 블랙퍼스트이죠. 그건 미국의 축산관련 협회의 로비 덕분에 생긴 캠페인입니다. 베이컨 소비를 늘리기 위...
    Date2020.03.02 Views406
    Read More
  9. 현우진의 홀로요리 16 : 크랩 칼국수와 진저 아이스 아메리카노

    크랩 칼국수와 진저 아이스 아메리카노 고흥 출신 친구가 게를 보냈습니다. 딱 봐도 남해바다의 튼실한 게입니다. 게 껍질 색깔이 아마추어가 봐도 야생의 느낌이 옵니다. 갈치도 얼린 것을 보냈습니다. 수협이름이 나로도 수협이네요. 나로도는 아시죠? 우주...
    Date2019.12.29 Views314
    Read More
  10. 현우진의 홀로요리 15 : 외롭지 않은 찹쌀팝콘과 올리브 도미구이

    외롭지 않은 찹쌀팝콘과 올리브 도미구이 외로움이 마음속에 파도처럼 밀려올 때가 있어요. 파도처럼 밀려올 때 외로움은 검은 바다처럼 보여요. 바람이 많이 부는 날, 바닷가에서 발만 담가도 위험해요. 잦은 파도를 바라보고 실바람이라도 계속 맞으면 균형 ...
    Date2019.11.30 Views38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Next
/ 6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