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진의 홀로요리 24 - 리더의 길, 두반장 가지볶음
예전엔 반에서 1등을 해야 반장을 하니까, 저는 반장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부반장 정도.
그런데, 커가면서 고등학교 때 동아리 회장을 했습니다.
그리고 대학교 들어가서 3월 첫 학기 개강하기 전에 임시과대표로 내가 선출되었습니다. 왜 많은 학생들 중에서 조교가 날 찍었을까? 이놈의 매력일까? 아니면 철학 분야 전공이라 아이들 얼굴이 좀 심각했을까?(동기들아 미안~)
고등학교 때 동아리는 도서부입니다. 도서관을 관리하는 도서부의 회장이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완장’을 차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면 도서부에 많은 자부심과 애정, 열정을 갖는 선배들에 비해 무덤덤한 나의 성격은 기존 선배들과 달랐습니다. 게다가 남자들 또는 형들과 30분 이상 대화하는 게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노는 것은 좋아했지만 축구는 싫어했습니다. 흡사 지금 나이에는 골프를 별로 좋아하지 않은 것과 동일하게 이해하시면 됩니다.
또한 열정적이고 에너제틱한 리더의 모습과 나는 멀었습니다. 오히려 신경 쓰느라 늘 만성피로만 더한 길이었습니다. 1년에 한여름만 빼고 감기를 달고 사는 나는 더욱 피로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동아리 회장을 하다가, 대학교 때 1학년 임시과대표, 2학년 때 과대표, 그리고 3학년 과학생회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아! 다시는 ‘완장’을 안 차겠다고, 만성피로인 내가 그렇게 다짐했건만, 대학교 4학년과 5학년(?) 때 점점 ‘완장’은 더 단단히 굳어지고,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리더라는 이름은 나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나는 카리스마라는 단어와는 맞지 않았고, 열정적으로 팀원들을 끌고 가는 스타일도 아니었습니다.
리더는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는데, 운동이란 것은 해본 적도 없고, 감기를 달고 사는 내가 무슨 힘이 있었던 걸까? 엄마가 내가 고3 때 해준 녹용 때문일까? 이런 힘은 어디서 나는 걸까?
그러다 나이가 들었습니다.
지금은 그냥 빨리 회사에서 승진하고 완장 차고 월급 몇 푼 더 받으려고 아둥바둥 살게 되었습니다. 내가 왜 리더가 되려고 하는지 고민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리더보다는 회사 주류에 편승해서 승진하고 싶었습니다.
커가면서 반대로 나는 주류에 편입하고자 술과 담배에 쩔어살며 성실하지 못했습니다. 조직 내 다른 비주류에게 배려보다는 배타적인 태도로 대했습니다. 결국 나는 승진의 길도, 리더의 길로도 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제서야 나는 조직의 주류에 편입도 안 될뿐더러 나의 스타일까지 포기하고 살았던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내가 학창시절 리더가 된 것은 내 스타일대로 행동했고, (내 입으로 말하지만) 성실했고, 그 분야에 대해 공부를 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배려의 자세로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스타일대로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순간 너무나 행복한 눈으로 조직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스타일대로 산다는 것은 자기 고집대로 사는 것과 다릅니다. 또한 차이점을 인정하되 차별하지 않는 태도를 갖는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이 나이에 다시 리더의 길이 무엇일까 고민해봅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는 1등을 못 해서 반장은 못 해봤네요. 반장은 못 해도 오늘은 두반장으로 만든 돼지고기 가지볶음을 해야겠어요. 반장이나 볶아야지.
두반장 가지볶음(feat. 돼지고기)
이번 홀로요리는 가지 속에 돼지고기 두반장 볶음을 넣는 스타일입니다.두반장 돼지고기 볶음은 넉넉하게 만들어 놓으면, 냉장고에 보관하고 밥비벼 먹을 때 좋습니다.
■ 준비하기
- 가지 2개 준비
- 돼기고기 간 것(200그램 정도 또는 마트에 포장된 만큼도 오케이)
- 마늘 10개, 양파 반쪽, 파 반 단, 두반장
- 밀가루(전분이 없을 때)
두반장, 마트에서 팝니다
■ 가지 굽기
1. 가지를 4등분으로 자릅니다.
2. 프라이팬에 살짝 기름을 붓고 가지를 구워 놓습니다.
가지를 4등분으로 나누어 기름에 살짝 구워 놓고 준비를 합니다
■ 가지 속 만들기(돼지고기 볶기)
1.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룹니다.
2. 고추, 다진 마늘과 양파, 파, 다진 돼지고기를 넣고 볶습니다.(돼지고기는 재력이 닿는 만큼 준비합니다. 가지 하나 당 돼지고기 200그램 정도는 무시하세요)
각종 채소를 넣고 볶습니다. 아시죠? 냉장고에 있는 거면 됩니다
3. 돼지고기가 어느 정도 익어가면 두반장을 넣습니다. 밥숟갈 세 스푼 넣으면 짭니다.
4. 공기밥 그릇에 물을 반만 넣고, 밀가루를 밥 한 숟갈 만 넣어서 잘 풀어주세요
5. 프라이팬에 물을 조금씩 둘러가면서 다시 한번 볶습니다. 물기가 어느 정도 빠질 때까지 볶습니다.
간단합니다. 채소와 돼지고기 간 것을 같이 볶고 난 후 밀가루 물을 살짝 넣어 한 번 더 볶아냅니다
■ 상차림
접시 위에 가지를 올려놓습니다. 그 위로 볶아둔 것을 올려둡니다. 이제 가지 하나씩 하나씩 맛나게 먹습니다. 남으면 반찬통에 보관하셔서 나중에 밥이랑 드세요.
가지 위에 완성된 두반장 돼지고기를 올려놓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