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진의 홀로요리 26 -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떡으로 만드는 간식들
어느 날 문득 바라보았다. 사무실에 굴러다니는 과자 중 초코파이.
파리에서 먹던 장미 향이 가득한 로즈 마카롱이나 부드러운 마들렌, 한남동 레스토랑에서 파는 달콤한 티라미슈도 아닌데 뭘, 초코파이에 손이 가겠어.
아! 긴자에 있는 백화점 지하에서 파는 카스텔라 먹고 싶다...라는 허세를 부리고 싶다. 노재팬, 코로나 등등으로 긴자 카스텔라는 이제 안녕, 그래도 초코파이에 손이나 가겠어. (참고로 발음은 카스테라인데 표준어로는 카스텔라라고 하네요)
그러나 절박하게 원했던 것은 사실 초코파이였다.
초코파이는 한 상자에 12개.
어릴 적 우리 집에 사는 사람은 10명.
그러면 일단 1인당 1개.
2개의 초코파이가 남는다.
나머지 초코파이는 어떻게 먹느냐?
1개는 할머니와 아들인 내가 나눠 먹는다.(하지만 할머니가 양보하시지. 히히)
1개는 자매들 6명이 나눠 먹는다.(어떻게 나눴을까. 써보니까 이제야 궁금하네. 난 나 먹는 거만 신경 썼네. 히히)
고양이는 옆에서 울 뿐 초코파이는 먹지를 못한다. 안 주니까. 그때는 김치찌개에 넣었던 멸치 대가리에도 감동해야 할 시절이었으니까.
그렇게 마당에 눈이 내렸고, 주말 저녁에 10명이 모여 초코파이를 먹던 기억이 난다. 나의 고민은 오직 하나. 아! 언제쯤 초코파이를 두 개 정도는 허세 부리며 편하게 먹을 수 있을까?
그때만큼 초코파이가 절박한 적이 없었다. 지금은 마카롱도 카스텔라도 절박하지 않다. 커피에 티라미슈가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지 절박하게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초코파이와 파리의 마카롱과 누가 더 우위에 있는가?
그래서 음식은 맛있고 맛없고는 없다. 그리고 귀한 음식과 천한 음식도 없다. 인간도 천한 사람과 귀한 사람이 없듯이 말이다.
인간의 존엄에 대한 자세는 바로 음식에 대한 태도와 같다고 생각한다. 먹는 것 하나하나가 생명이고 존엄이기 때문이다. 쓰고 나니 앞 문장이 갑자기 진지 버전으로 바뀌었다.
옛날에 먹던 간식들이 생각나서 만들어 본 적이 있다. 그땐 굉장히 맛있는데 지금은 해보면 별로다.
물론 여러분에게도 권하지 않는다.
여러분은 너무나 달고, 너무나 많은 탄수화물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 아이들이 있는 집은 한 번쯤 재미로 해봄 직하다.
그렇게 애원한다면 한 번 알려주겠다.
카스텔라 가래떡과 초간단 콩가루 인절미이다.
먼저 카스텔라 가래떡이다.
1. 냉동실에 먹다 남은 가래떡을 해동한다.
2. 약간 식혀서 썰기 좋을 때까지 좀 기다린다.
3. 가래떡을 지우개 모양으로 깍둑썰기를 한다.
4. 옆에 접시에 먹다 남은 카스텔라(옛날에는 보름달만)를 으깨 놓는다.
5. 으깬 카스텔라를 떡과 함께 무친다,
6. 댕그랗게 만들어 먹는다.
이건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먹어보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좀 달다. 요새 카스텔라가 너무 달고, 가래떡이 너무 달다.
냉동실 가래떡, 먹다 남은 카스텔라
가래떡을 총총 썬다
카스텔라를 으깨어 준비한다
카스텔라에 가래떡을 묻히는 느낌으로 손으로 동글하게 만들어준다
완성
두 번째는 초간단 콩가루 인절미이다. 사진 없어도 잘 만들어 보길 바란다. 방법은 위와 같기 때문이다.
1. 밥(찹쌀밥이 좋다)을 손으로 초밥처럼 만든다.
2. 초밥이 아니라 밥을 손으로 으깨 놓는다.(마치 떡방아 찧는 것과 같다. 어차피 찹쌀을 넣고 짓이기는 것과 같은 효과이다)
3. 으깨서 동그랗게 만든다.
4. 밥덩어리를 콩가루에 살살 묻힌다. 끝~
5. 먹으면 콩가루 인절미 맛이 난다.
이번만큼은 그냥 떡 사드시고 카스텔라 사드시라.
홀로요리. 그때는 맞고 이번 달은 다 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