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진의 홀로요리 35 - 쇼미더머니와 심청이의 추석 달
- 동서양 야채찜 요리(전복과 새우가 들어간 간장 야채찜, 트러플 오일과 발사믹소스와 함께한 야채찜)
추석이었다. 달이 휘영청 밝았다. ‘풍성한 한가위, 오늘만 같아라’했을까?
최근에 달이 나오는 제목의 책을 읽었다. 희곡작품으로 ‘달아 달아 밝은 달아’였다. 소설 <광장>을 집필했던 최인훈의 작품이다. 최인훈 전집10권(책이름은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어이’ - 최인훈, 문학과 지성사, 1976년)에 여러 희곡집 중 하나이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이하 ‘밝은 달아’)’는 심청이의 이야기이다. 읽고 나서 너무나 먹먹했다. 심청이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그려 냈다. “현실적”이라는 표현보다는 현실일 것 같다. 아이들에게 효심을 위한 전래동화가 아닌 성인극이다.
다 아시다시피 심봉사의 눈을 위해 심청이는 청나라로 팔려나간다. 심봉사는 뺑덕어미와 살게 되고, 심청이는 청나라에 ‘용궁’이라는 술집에서 일을 하며 몸을 판다. 실제로 옛적 기생 중에 북경, 텐진을 거쳐 나이 들어 조선으로 들어와 진주에 정착한 사례도 있듯이 말이다. 심청이는 기구하게 왜놈에게 잡히기도 하고, 험난한 인생을 살아간다.
그래도 죽지 않고 살아간다. 인생은 하느님이 주신 소명대로 끝까지 살아야 하지 않을까?
세월이 흘러 흘러 심청이는 늙게 되고, 손주 뻘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해준다. “내가 인당수에 빠져 용궁에 갔을 적에…” 이 마지막 대사를 읽고 가슴이 미어졌다.
게다가 심청이의 이야기는 아름다운 한국어의 운율로 그려내어 더욱 읽는 맛이 좋았다. 희곡의 지문 자체도 3-4, 4-4조로 아름다운 말맛을 이끌어냈다. 예를 들면 뺑덕어미의 대사도 리드미컬하다. “대장부 한번 먹은 마음이 왜 그리 물렁하시우”라던가 “마오 마오 봉사님 편한 소리 마오”같은 것은 희곡집만 읽어도 연극무대의 사운드가 그대로 들리는 듯하다.
이렇게 한국어의 아름다운 운율, 그리고 리드미컬하고 바운스있는 언어들은 래퍼들이야말로 반드시 읽어야 할 것 같다. 특히 쇼미더머니(show me the money, Mnet에서 방송되는 래퍼들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려면 이 희곡집을 반드시 읽어야 하지 않을까?
아름다운 의성어와 의태어들이 혓속에서 또르르 구르고 입 밖으로 후르르르 퍼져 나가는 고유어가 너무나 아름답다. 목적어가 뒤에 있는 중국어(한시)나 영어는 명사에 운율을 맞추지만, 한국어는 서술어가 뒤에 배치된다. 하지만 도치법이 가능해서 명사를 뒤에 배치할 수 있다. 또는 문장 뒤에 접미사나 부사, 서술어의 각 운을 맞추는 것들이 재미가 있다.
문법으로 이야기하니까 어렵네. 먹물은 그래서 래퍼가 될 수 없다. 그냥 하고 싶은 말을 입속으로 놀아나고 어깨춤을 흔들고 다리를 까불어야 랩이 되고 심청가가 되지 않겠나.
그러고 보니 식구들이 모인 자리에 노래를 부른 적이 있는가? 코로나로 노래방도 못가고, 예전처럼 거실에 모두 모여 전축 틀고 춤을 추고 노래하면 고성방가로 신고가 들어오는 지금, 우리는 한 가족이 모여 어디서 랩을 부르고 심청가를 부를 소냐. 이제는 각자의 방에 들어가 애플뮤직이나 멜론뮤직에 헤드폰을 끼면 그만일까?
이번 추석은 가족들이 모여 쇼미더머니는 못 보고, 모두 모여 ‘스트리트 우먼 파이트’를 보았다. 여성 백댄서들의 거친 춤싸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진한 화장에 거친 표정이지만 춤추는 모습들은 진정성이 높아 보였다. 그렇다면 이 댄서들을 보면서 우리 식구들은 무엇을 먹을까?
오늘은 홀로요리가 아닌 파티요리가 되겠다.
오래전에 일본에서 먹은 야채찜요리가 생각나고 어느 프랑스식당에서 먹은 익힌 야채들이 생각나서 요리를 준비했다. 굉장히 준비하기 쉽다. 가격은 싼 편이지만 추석이니까 고기를 좀 얹었다. 일본식 야채찜에는 전복과 새우를 익혔고, 서양식 야채 요리에는 소고기를 좀 얹었다. 모두가 놀라운 맛이라며 나이 어린 조카부터 나이든 분들까지 입맛에 맞는 다며 잘 먹었다.
야채요리니까 금방 만든다. 일본식 야채찜은 간장 베이스에 무와 연근을 푸욱 익힌 요리이다. 예전 일본 어딘가 먹던 것을 기억해서 만들어 봤다. 그리고 감자와 당근 찜은 트러플 오일과 발사믹 식초를 아낌없이 뿌려 먹으면 된다. 나이 든 사람들도 모두 맛있어 했다. 트러플 오일 한 방울은 음식을 럭셔리하게 만들어 준다.
쉽다. 한번 만들어 봅시다.
첫째 요리 : 전복과 새우가 들어간 간장 야채찜
재료 : 물, 멸치(다시다), 다시마, 무 1/2, 연근, 새우와 전복
1. 냄비에 물을 손가락 세 마디 깊이로 붓는다. 끓인다.
2. 다시만 손바닥 만한 것을 팔 등분해서 넣고, 멸치 또는 멸치 다시다(천연용)을 좀 넣는다.
3. 손질된 연근을 사서 다 넣는다.
4. 무를 썰어 넣는 다. 비주얼 좋게 크게 썬다. 고등어 무조림하는 것처럼 썬다. KFC 비스켓 크기?
5. 무가 반쯤 익으며면 간장을 조금 넣는 다. 밥숟갈로 3스푼에서 5스푼 정도면 된다.
6. 짜지 않게 먹으려면 밥숟갈 2스푼이면 된다. 그리고 무와 연근을 적당히 익힌다.
7. 무 위에다 새우와 전복을 넣고 뚜껑을 덮는다. 무가 푸욱 익고, 새우도 충분히 익어 빨간색이면 된다.
전복새우 야채찜..밑에 연근과 무가 익은 걸 못 찍었음...사진에는 보이는 당근과 감자는 남은 야채를 위에 올렸던 것
두 번째 요리 : 트러플 오일과 발사믹소스와 함께한 익힌 야채찜
재료 : 감자, 당근, 브로콜리, 가지, 트러플오일, 발사믹 식초, 스테이크 소고기
1. 감자와 당근을 깎고 썰어둔다.(크기는 좀 크면 좋다. 카레용이나 깍두기 크기면 볼품 없다. 깍두기의 1/4 크기 정도면 좋다.)
2. 푸욱 익힌다. 아니면 우동그릇에 물을 조금 넣고 전자렌지에 10분 돌려버린다.
3. 브로콜리와 가지를 넣을 경우, 감자와 당근이 다 익을 때 쯤 냄비에 넣으면 된다.
4. 소고기는 굽는다. 알아서 굽는다. 뭐 버터에..뭐…로즈마리..뭐..필요 없다.
5. 소고기는 깍두기 크기로 썰어둔다.
6. 익힌 감자와 당근 등 야채들을을 조그만 접시에 담아두고 위에 발사믹 식초와 트러플 오일을 과감히 뿌린다.
7. 고기를 곁들인다.
야채찜
소세지와 곁들여도 좋다
소고기 스테이크와 곁들인 야채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