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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진의 홀로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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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삐짐과 도미찜

posted Mar 0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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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호수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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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진의 홀로요리 39 -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삐짐과 도미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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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 사진

 

 

아침 일찍 일어났다.

늦게 자서 좀 더 자야 하는 데 그날은 일찍 일어났다. 아마 눈이 내리는 소리에 깼다면 거짓말일까.

 

시스터들이 LA갈비, 전, 과일, 그리고 떡을 했다고 들었다. 이것만 있어도 훌륭한 상차림이었다. 그럼 될 것을 왜 일찍 일어났을까?

 

그러나 새벽에 문득 나도 무언가를 만들기로 했다. 자기만족일까? 왜 그런 거 있잖아. 괜시리 열심히 하는 경우가 있잖아. 뚜렷한 목표가 있어서 “합격”을 향해 열심히 하는 것과 다른 거. 그냥 아무도 몰라 줘도 혼자 열심히 하는 것 말이다. 그것을 정성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왜냐면 그날 새벽이 설날이었기 때문이다.

 

정성, 그리고 열심히 하는 것은 가끔 자기만족일 수 있다. 난 사실 정성보다는 자기만족에 가깝다는 냉철함이 엿보였다. 새벽에 일어나 눈을 한번 밟고는 이내 들어와 간단히 몇 가지만 하였다.

 

생각해보니 다 홀로 요리에서 소개했던 것들이었다. 

 

한우도 구웠다.

한우 등심 덩어리는 그냥 구우면 된다. 안심처럼 기름기가 없는 것은 버터에 뭐에 넣어서 굽지만 말이다. 그리고 성적표에서 받아본 적 없는 에이에이플러스 등급의 한우라면 아무것도 넣지 않아야 한다. 먹을 때도 딱 소금만 찍어 먹어야 한다. 어떤 야채나 소스같은 곁들임은 없어야 한다. 

 

그리고 전복과 새우 무조림도 했다.

전복과 새우찜도 무를 썰어놓고 다시마를 넣고 국간장 한 숟가락만 넣어서 포옥 익히면 된다. 무가 좀 익으면 전복과 새우를 넣고 찌면 된다. 이건 전복과 새우보다는 무가 얼마나 맛있는지 알 수 있다. 설날이니 넉넉하게 했다.

 

떡국도 했구나..

떡국은 미리 사놓은 사골곰탕에다가 언니가 보내준 전북 칠보의 떡으로 간단히 만들었다. 곰탕 끓으면 그냥 떡 집어넣으면 된다. 먹을 때 후추나 소금을 넣으면 되니까 조리할 때는 아무 간도 안하면 된다. 이것도 끝..

 

도미찜도 했다. 

 

그냥 처음 해보는 거다. 예전 홀로 요리에서 도미구이를 했었는데, 이번엔 찜으로 하는 것이다. 간단하다. 아버지는 생선을 좋아하시니까 도미찜을 해드리기로 했다. 간단하다. 그리고 반건조 도미가 가격도 비싸지 않다. 그리고 뭐랄까 좀 고급스럽게 보인다.

 

도미찜을 만들어보면 간단하다.

 

반 건조된 도미를 준비한다. 무, 파, 후추 정도면 끝

 

냄비에 물을 붓고 무를 넣고, 대파의 뿌리 부분(대파 손질하고 냉동실에 보관해두었다) 넣어 끓인다. 물은 자작자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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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물에 대파 뿌리를 넣고 무를 넣는다

 

 

반건조 손질된 도미를 간단히 씻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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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건조 자연산 도미

 

 

물이 끓으면 도미를 넣는다. 뜨거운 물에 샤워하듯이 한다. 그리고는 국자로 뜨거운 물을 골고루 부어준다. 

비린내가 날 것 같으면 소주를 좀 부어준다. 

도미가 어느 정도 익으면 뒤집어 준다. 단, 도미가 부러지지 않도록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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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한 물에다 도미를 간단히 찐다

 

 

다 익으면 도미를 접시에 올려놓고, 자작자작 남은 국물을 부어준다. 

고명이 있으면 올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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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도미를 두고 고명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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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 도미위에 육수를 붓고 계란 고명을 얹는다

 

 

아침에 준비를 하다가 연락을 받았다.

엄마는 치매이기도 하지만, 오늘 눈이 오고 흐리고 저기압이라 못 올 거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래서 도미 조리를 간단히 하고 엄마한테 먼저 가서 세배를 올렸다. 시스터들이 해 놓았다는 음식도 가져가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급히 가보니 다행히 엄마 컨디션은 생각보다 아주 좋았다. 음 오늘 좀 이쁜 걸...

 

어쨌든 집으로 돌아와 한 상 차리고 간단히 예를 올렸다. 시스터들은 당연히 설날이니까 시댁에 가겠지만 말이다. 오기로 한 사람들도 눈 때문에 못 온다고 했다. 그러나 엄마 컨디션은 생각보다 좋았고, 눈도 금방 녹았다. 나는 그전 “간단히” 예를 갖춰 올렸다. 많은 음식을 해둔 채로 말이다.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낮에 엄마 컨디션이 안 좋은 줄 알았던 식구들은 모두 엄마한테 가 보았다. 내가 차례를 지내고 있다는 것은 잊은 채로. 거기서 점심과 저녁을 모두 먹었나 보다.

 

나는 아침 일찍 엄마를 보고 왔으니 제사 이후에 다시 엄마한테는 가보지를 않았다. 그리고 나 혼자 음식 준비를 10인분을 해두었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설거지하고 음식 챙기느라 어디 갈 엄두가 안 난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내가 혼자 제사를 지내는 데도 연락도 없어서 좀 괘씸했다. 

 

한참 동안 모두 내게 연락도 않다가 일주일 지나서 나한테 전화가 왔다. 내용은 모두가 코로나 진단 키트가 내 집에 많으니 좀 달라는 내용이었다. 차례를 어떻게 지냈는지 설날에 뭐했는지 관심 밖이었다. 더더욱 괘씸했다.

 

근데 왜 코로나 키트? 모두들?

결과적으로 이상하게 엄마만 빼놓고 모두 코로나에 걸렸다. 또는 밀접 접촉자가 되어서 격리를 요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나는 그날 안 갔으니까 괜찮았다. 그리고 모두 내가 요사이 바쁘니까 음식 준비했다는 생각을 못 했었다고 말했다.

 

내가 10인분을 준비한 한우 등심과 전복, 새우, 도미찜을 무시한 처사라고 말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내가 음식을 그렇게 준비했다고 말을 하지 그랬냐고 했다. 내가 너무 바쁘니까 시스터들이 해준 걸로 간단히 차리고 엄마 보러 올 줄 알았다고 한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내가 요리하면 언제 짜장면과 탕수육을 했었나? 늘 산해진미를 해줬더니 이제 와서 왜 요리했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하더라. 먹을 게 없는 줄 알았다고 했다. 그래서 배려하느라 그랬다고 들었다. 

 

결과적으로 두 가지를 배웠다.

 

하나는 말을 해야 하는구나. 요구사항이 뭔지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주일 동안 아무도 모르게 나만 삐졌구나. 젠장.

 

둘째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아직 가지 말아야겠구나. 여러분 코로나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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