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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진의 홀로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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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선물, 보답은 떡국

posted Jan 0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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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호수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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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감사의 글을 쓰기로 했다. 사실 <길목>에서 <홀로요리>를 쓰는 건 선물 같기 때문이다. 선물을 받았으니 감사의 말을 안 하다면 말이 되겠는가.

 

그런데 왜 나는 선물 같다고 했을까?

 

인생의 전환점, 변곡점은 어디서 어떻게 올까? 인생의 그래프가 완만하게 직선형으로, 또는 살짝살짝 출렁거리지만 꾸준히 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러다가 확 꺾이는 순간이 온다.

 

그러한 전환점을 나는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부르고 싶다. 정말 선물이니까.

 

그렇다면 어떤 선물일까? 나는 선물을 받기 전에 나름 상상을 해보았다. 산타클로스 할배가 대신 오는 건가? 선물 꾸러미를 들고 말이다. 그래서 몇 가지의 상상을 그려보았다. 몇 가지 내가 상상한 하느님의 선물은 다음과 같다.

 

첫째. 로또 당첨이다. 이 돈으로 무언가를 하겠구나. 그러나 이 돈으로 강남 집도 못 사지만 말이다.

 

둘째. 비행기 안에서 중동 거부의 네 번째 부인이 낳은 셋째 딸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석유사업을 하게 되는 것일까? 아니 미술 컬렉션을 할 것 같다. 나는 이제 글을 안 쓰고 갤러리 '관장'님이 되는 걸까?

 

셋째는 내 친부모가 사실은... 재벌집이었다. 난 그래서 재벌집의 막내아들로 다시 들어가서 경영수업을 받는 것이다. 관용차를 뭘로 할까? 벤츠 S클래스로 할까? 아니지 겸손하게 G90할꺼다. 국산차로 해야지. 그런 다음에 경영수업이 끝나면 벤틀리SUV로 바꿔야지… 난 겸손해서 롤스로이스SUV는 사양할 것이다.

 

이런 상상을 하면서 그냥 방안에 누워 있었다. 캬아~ 행복하다. 생각만 해도… 물론 내가 땀 흘려 이루어낸 것이 아닌 것들이다. 비록 상상들이지만 말이다. 모두 누군가 내게 무엇을 해주었으면 하는 것들이었다. 어쨌든 나는 생각했다. 필시 이런 하느님의 선물이 있을 거야.

 

하지만 하느님은 선물을 그렇게 생각대로 주시지 않는다. 나의 사명을 깨닫게 해 주시고, 누워있는 나를 일으켜 세우신다. 당연히 게으른 나는 웬만하면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면 하느님은 어떻게 하실까? 억지로 일으켜 세워주신다.

 

그랬다.

하느님에게서 한 번은 큰 선물을 주신다.

선물을 받은 날의 느낌을 나는 기억한다.

 

느낌만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그냥 선물을 받고 어느 날 일찍 일어난 아침 풍경이었다. 물론 그 풍경은 느낌이고 상상 같은 거였다.

 

햇살이 따뜻하게 비추어진 해변이었다.

 

오랜만에 본 햇살이었다. 왜냐면 나는 구덩이를 파고 엎드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동안 오랫동안 있었다. 너무나 큰 쓰나미 같은 파도가 와서 나는 멀리 도망갔었다. 그리고 우박을 동반한 눈보라가 갑자기 몰아쳐서 나는 겨우 구덩이를 파고 몸만 숨기고 엎드려 있었다. 그리고 기절인지 잠든 건지 모르지만 한동안 벌벌 떨며 엎드려 있었다. 몸을 벌벌 떨었던 것은 무엇일까? 추워서 그랬을 까? 무서워 그랬을까?

 

그러다 고개를 들어보니 햇살이 빛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몸을 일으키고 해변 고운 모래사장이 있는 곳으로 나가 봤다. 큰 파도로 모든 것들은 사라졌다.

 

사실 내가 가진 것들은 내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준 것이고, 하느님이 내게 기본적인 세팅 값으로 주셨던 것들이다. 이제는 내가 움막도 지어야 하고, 불도 피어야 한다. 하지만 파도는 고요했고, 바다는 푸르렀으며 하늘은 맑았다. 햇살은 따사로웠다.

 

그때 인생의 모래사장에서 내가 처음 했던 것은 무엇일까?

 

일곱째별에게 전화를 했다.

 

"저… 글을 써보면 안 될까요?"

 

내가 내 힘으로 무언가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아직 사명을 모르지만, 나의 느낌과 경험, 이야기를 다른 사람과 공유를 했으면 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더욱 행복하게 사는 데,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 주었으면 했다. 이후 인생이 달라졌다. 큰 변곡점을 맞이했다. 갑자기 바뀐 삶은 아니지만, 그때 바뀐 선의 1도 변화가 다른 곡선과 직선보다 크게 변화되었다.

 

내가 홀로요리를 쓰는 것, 그것은 내가 받은 선물이다. 그런데 홀로요리는 글의 깊이가 접시물 같아 고민도 정보도 철학도 부족한 것 같다. 그래도 나의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또 시즌이 시즌인지라 새해를 맞이해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자 한다.

 

“나의 글은 어떨까?”하며 가끔 생각해 본다. 홀로요리라는 글을 음식으로 비유해 보면 어떨까? <홀로요리>는 얇고 평평한 접시에 담은 건더기 별로 없는 국물과 같다. 또는 수프와 같다. 그런 글을 고매한 학 또는 두루미 같은 분들이 오셔서 먹으려니 얼마나 힘들까 생각도 해보았다. 다만 여우처럼 일부러 골탕을 먹이려고 호롱병이 아닌 접시에 담아주는 것은 아니다. 내가 가진 게 그것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맛있다고 칭찬해주시는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다음으로 홀로요리의 플랫폼인 <길목인>을 소개해 준 일곱째별에게 너무나 감사드린다. 늘 “어떻게 그런 성의 없는 글"을 보낼 수 있냐며 "제발 맞춤법이라도 제대로 봐라"라고 따스하게 말씀해주신 게 너무 감사하다. 여러분이 글을 읽다 재미가 있으면 일곱째 별이 평가를 해준 거고, 재미없으면 내가 '몰래' 편집국에 보낸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권 편집장님과 길목 편집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나는 절대 글 독촉이 오기까지 미리 쓰지 않는 다. 그러나 나에게 글을 재촉하는 따스한 문자에 너무나 감사했다. 게으르고 나태한 나를 목자의 작대기로 양떼처럼 나를 몰고 가고 인도해주셔서 감사드린다. 반성한다.

 

다시 한번 길목인 편집장님과 편집식구분께 너무나 감사드린다. 정말 편집장님은 내게 산타클로스 같았다.

 

감사한 모든 분께 사진으로 나마 떡국을 만들어 먹이고 싶다. 그래서 간단히 떡국을 만들고자 한다. 참고로 홀로요리의 떡국이다. 양지머리 사다가 푹 고와서 하는 레시피는 아니다.

 

IMG_8027.jpg

 

[떡국 만들기]

 

재료 소개

 

1. 떡

 

떡국의 핵심은 무엇인가? 멸치 육수냐 고기육수냐 따지시는 데 그게 아니다.

 

그건 부먹과 찍먹으로 혹세무민 하는 탕수육 논쟁과 같다. 탕수육 소스를 다 부으면 부먹이고, 탕수육 고기를 소스에 찍어먹으면 찍먹이다. 이런 취향을 논쟁 삼아 탕수육의 본질을 망각한다. 그렇다면 탕수육은 바삭한 튀김옷이 중요한가? 아니다. 탕수육의 본질은 돼지고기 맛을 느끼게 하고, 돼지고기를 맛있게 먹는다는 만족감을 주어야만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돈가스의 본질은 튀김도 소스도 아니다. 돼지고기 맛이 나느냐 안 나느냐가 핵심이다. 고소한 튀김맛만 느낀다면 그건 본질을 가린 것이다.

 

그렇다면 떡국도 떡이 중요하다. 맛있는 가래떡을 찾아야 한다. 어떻게 찾나?

 

떡의 핵심은 쌀이다. 햅쌀로 해야 맛있다. 나는 나주에서 뽑은 가래떡만으로도 기절할 뻔했다. 가래떡이 이렇게 맛있을 수가… 나주는 쌀이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떡도 맛있다. 좋은 쌀이 나는 지역의 떡집에 주문하는 방법이 있다.

 

다른 방법이 있다. 제일 좋은 것은 내가 햅쌀을 사다가 방앗간에 가서 가래떡을 뽑는 것이다. 쌀을 빻을 때 옆에서 지켜보아야 한다. 쌀을 빼돌리는지, 다른 맛없는 쌀과 섞을 수도 있다. (요새 방앗간은 그렇지도 않다. 예전처럼 쌀이 귀한 시대도 아니고) 그 다음에 가래떡을 뽑으면 굳을 때까지 기다린다. 며칠간 추운 데에 떡을 둔다. 약간 반 건조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반 건조 가래떡을 도마에 가져와 칼로 썬다. 그래도 가래떡 백 개밖에 안 했으니 다 썰면 된다.

 

단점은 당신의 팔뚝은 마동석처럼 변할 것이다. 그리고 당장 먹고 싶은 떡국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7일 걸린다. 모든 공정을 거치고 7일 즈음에 드디어 떡국을 해 먹을 수 있다.

 

그렇다면 간단히 마트나 동네 방앗간에 가서 떡국 떡을 한 봉다리만 산다. 그리고 준비하는 동안 떡을 물에 넣고 불려 놓는다. 그 사이에 재료를 준비하고 손질한다.

 

2. 육수 만들기

 

1) 다시다 + 맛소금 + 후추

 

이걸로 끝이다. 물을 라면 하나의 용량만큼 붓고 넣고 다시다를 한 스푼 넣으면 된다. 간은 맛소금으로 하면 된다. 소금이 아니고 맛소금이어야 한다. MSG로 풍부한 맛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물이 끓으면 떡을 넣는다. 3분에서 5분 정도 끓인다. 마지막 후추로 마무리. 이게 끝이다.

 

아니 대단한 요리가 아니라 맛소금 다시다로 하다니... 그러나 실제로 맛있다. 집에 고기도 없고 아무것도 없고 떡만 덩그러니 냉동실에 있을 때 이렇게 해보면 된다. 물론, 큐브형 한우로 짜파구리를 끓여주는 분이 계시는 집이라면 절대 이해 못 하는 요리법이기는 하다.

 

2) 멸치 육수

 

국수의 멸치 육수처럼 내면 된다. 국수 만들기를 참조해보면 된다. 이때는 간을 국간장으로 한다. 라면 끓이는 물의 양을 넣고 끓이다가 멸치 서너 마리 넣는다. 그리고 국간장으로 간을 한다.

 

3) 소고기

 

소고기 맛을 내기 위해 곰탕 육수나 사골 국물을 사면된다. 싼 거는 마트에도 있다. 1천 원대 가격으로 살 수 있다.

 

또는 동네 정육점에서 만든 도가니탕을 넣어서 하면 된다. 떡국과 도가니가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정육점에서 사골국물도 판다.

 

사골국물에 더 풍부한 맛을 위해 고기를 좀더 넣으면 된다. 양지고기보다는 국거리용 갈빗살을 사서 넣으면 맛있다. 한우이니 뭔들 안 맛있겠나.

 

고기를 넣을 땐 먼저 참기름에 살짝 고기를 볶은 후, 사골 국물을 넣는다. 그리고 물을 섞어 준다. 물과 곰탕 비율은 알아서 하면 된다.

 

사골국물과 물의 비율은 당신의 재산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사골과 물의 비율을 5:0 비율로 해도 된다. 또는 비율을 5:5, 반 반 섞어도 된다. 아님 1:4 비율도 된다. 자신의 부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4) 기타

 

당연히 계란으로 부친 지단 그리고 파가 필요하다. 또한 후추와 소금이 있으면 된다. 후추는 필수!!

 

IMG_8027.jpg

현우진-프로필이미지.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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