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현우진의 홀로요리]

c8d6ca

돌려 말고 바로 말해 봐 - 육회와 육사시미

posted Apr 11, 2023
Extra Form
발행호수 6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모든 말에는 뉘앙스라는 게 있다.

두 개의 단어가 같은 뜻이지만 다르게 쓰이는 것도 있다.

 

시간도 그렇다.

 

시간을 뜻하는 말로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라는 것이 있다. 24시간, 누구나 공평히 주어진 시간은 크로노스이다, 그런데 애인과 있을 때는 24시간이 한 시간보다 짧게 느껴지는 것은 카이로스이다. 예를 들면 나무꾼이 신선들 바둑 구경하는 이야기이다. 바둑 관전 이후 마을로 돌아갔더니 친구들이 모두 할아버지가 되어 버렸다는 전래동화이다. 시간은 이렇게 상대적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말해준다. 바둑 두는 사람이 송혜교라면 나도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를 것이다.

 

또는 텍스트, 문장 그대로의 뜻도 있지만, 행간에 숨어져 있는 내용, 함의, 콘텍스트를 품고 있다. 즉 문장에서 보이는 표면의 해석보다 숨어있는 뜻들을 캐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뉘앙스와 함의, 콘텍스트를 해석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윗분의 '심기" 또는 "복심"하고는 다르다. 그건 명분을 위해서 윗분이 직접 입으로 말하지 않고, 너희들이 알아서 움직여라. 그러면 나는 받아먹고 평가하겠다는 뜻이 강하다.

 

쉽지 않다. 가끔 대중문화 평가에서도 그러한 정치적 의미, 성적인 의미, 사회적인 의미를 찾아내고 분석해 낸다. 아…. 평론가의 글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 난 작년 '과자' 논쟁은 이해를 못 하겠다. 평론가들은 참....

 

그러나 우리 같은 평범한 쇤네들은 뻔한 문장들을 보면 곧이 곧대로만 이해한다. 밥 먹으라면 밥 먹고, 일하라면 일한다. 그리고 아프면 아프다고 하고, 다리 아프면 앉고 싶다고 말한다. 그렇게 "저잣거리" 언어 그대로 표현하는 법을 먹물들은 배우고, 가방끈 긴 사람들은 표현방법을 배워야 한다. 이것도 훈련이 필요하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아프다고 말하는 것, 참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 엿 같아서 못해 먹겠다고 말하는 것, 나 어딘가 마음이 부러졌다고 우는 것들이다. 그렇게 말하는 것도 용기이다.

 

그렇게 어떤 레토릭(rhetoric), 수사학, 직유법과 은유법, 메타포 이런 거 다 빼고 말하는 것이 대화에도 중요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 내 마음이 태엽이 다 돌아간 로봇 장난감 같아. 너에 대한 마음이 잘 작동이 되지 않아"

 

뭐 이런 거다. 쉽게 말하면 되는 건데 말이다.

 

"난 딴 남자(여자)가 생겼어."

"네가 지겨워서 새로운 여자(남자)를 찾아갈래"

 

이렇게 표현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고 보니 생고기에도 다양한 뜻이 있다. 이번엔 생고기, 소고기 요리이다. 날로 먹는 소고기에 대한 것이다.

 

일단 생고기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서울 경기권에서는 생고기는 '얼리지 않는 고기"이다. 즉 냉동 삼겹살(요새 유행하는 '냉삼'이라고 한다)과 반대되는 얼리지 않은 도드람 한돈 뭐 이런 것을 생고기라고 한다.

 

그러나 남쪽은 다르다. 남쪽은 생고기 하면 소고기이다. 날로 먹는 고기이다. 주로 생고기는 정육점에서도 파니까, 생고기를 달라고 하면 오늘 아침에 도축된 '날로 먹을 수 있는 생고기'를 말한다. 등심과 안심도 얼리지 않아 생고기일 수 있지만, "날로 먹는 용'을 생고기라 한다.

 

여기서 이제 육회와 육사시미가 있다. 둘 다 같은 말이다. 회와 사시미가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묘하게 다르다. 육회는 사실 냉장육으로 참기름과 계란 노른자, 배를 섞어서 만든 양념육이다. 양념이 달고 짜고 해서 육회는 수입육으로도 가능하다. 실제로 가게에서 파는 것은 수입육이 많다. 물론 한우도 있다.

 

그림1_육회_식당판매용.jpg

한우로 만든 육회, 사진은 식당 판매용이다.

 

 

육사시미는 그냥 오리지널 '날 것'이다. 그냥 고기 끊어서 접시에 담아 놓는 것이다. 약간 심줄이 있어서 질기면서 고소한 부분도 있고, 기름기가 단단히 있어서 느끼하면서 고소한 부분도 있다. 나도 주는 것만 먹어봐서 그렇고 부위 이름은 모르겠다. 뭉티기는 기름기 없이 벌겋게 살코기로만 있는 부분이다. 지방이 별로 섞이지 않았다. 주로 한반도 남쪽에서 동쪽에 해당되는 지역에서 말한다.

 

그림2_육사시미.jpg

판매용 육사시미 – 남쪽에는 이 정도는 밑반찬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일단 육회를 만들어 볼까나.

 

1. 고기 준비 : 정육점에서 육회용 고기가 있는지 물어보고 사면 된다. 수입산도 있고 한우도 있다.

 

2. 양념 준비

1) 참기름 : 참기름은 잡냄새를 제거하고, 살코기만 주로 있는 소고기에 기름기를 보충해 줘 고소한 풍미를 더 해준다. 또한, 기름막이 혹시 모를 기생충 알을 압살해 준다…. 고 한다,

2) 참깨 : 참기름은 훌륭한 넛츠로 많이 먹어야 한다.

3) 배 : 배를 무채처럼 썰어서 올려 준다. 고기의 느끼함을 배의 아삭함과 단맛으로 잡아준다.

4) 갈아놓은 마늘 : 핵심이다.

5) 후추 : 되는 대로 뿌려준다.

6) 소금 : 조금만 뿌리고 서서히 간을 해준다. 초보자는 왕창 부어서 실패하기 때문이다.

7) 달걀노른자: 익힌 거 말고 날달걀의 노른자만 준비한다. 돼지고기보다 지방이 적은 소고기를 위해 필수이다. 고기의 막과 막 사이에 노른자가 들어가 감칠맛과 부드러움, 기름진 맛을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육사시미

 

1. 고기 : 가끔 정육점에서 "소 잡는 날"이라고 해서 도살한 소를 직접 해체하는 정육점이 있다. 그런 정육점에서는 날을 잘 맞추면 서울에서도 신선한 생고기를 얻을 수 있다. 규모가 있는 정육점이어야 하고, 친해야 한다. 그래야 전화를 받고 사러 간다. 그런 집은 그날 나온 소꼬리 뼈도 사는 게 팁. 엄청 싸게 골반에서부터 꼬리 끝까지 살 수 있다.

 

2. 양념

- 육사시미는 그냥 먹는 것이라서 육회와 달리 무쳐서 먹는 게 아니라 찍어 먹는거다.

 

3. 양념장 만들기

1) 고추장

2) 참기름

3) 간 마늘

 

접시에 고추장 숟가락 한 숟가락 하고 참기름과 간마늘을 섞으면 끝난다.

 

그림3_어린이도좋아하는생고기.jpg

생고기는 어린이도 잘 먹는다. 사진에는 고추장 대신 올리브기름, 후추, 소금으로 양념장을 만들어서 주었다. 이 사진은 홀로 먹지 않았네.

현우진-프로필이미지.png


  1. 마지막 인사

    홀로요리를 끝내기로 했는데, 막상 떠나자니 아쉬워 인사를 하고자 합니다. 독자도 없는 글에 안녕이라 말하는 것은, 마치 텅 빈 플랫폼에 혼자 새벽기차를 기다리는 나의 모습 같았습니다. 가방은 몇 가지 속옷과 일기장, 구두, 얇은 담요만 넣고 떠나는 이미...
    Date2023.11.03 Views96
    Read More
  2. 안전제일주의 - 전자레인지로 라면을 끓인 사연

    불이야!! 불이 났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요리보다 안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불이 났느냐,.. 물론 다행히 큰 불은 아닙니다. 큰 불이었으면 제가 지금 글도 못 쓸 겁니다. 컴퓨터도 다 타버려서요. 문제는 안전하다고 생각한 인덕션이었습니다. 기...
    Date2023.10.04 Views96
    Read More
  3. 콘텐츠 수업과 부추전

    콘텐츠는 어떻게 생성되는가. 첫 번째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바로 콘텐츠의 원래 뜻, '내용'이 있어야 한다. 셀 수 없는 명사 content에 한국이 s를 붙여 생성한 그 이름이 바로 콘텐츠이다. 책을 사보면 '책 내용'을 이야기하는 목차에...
    Date2023.08.04 Views84
    Read More
  4. 왼손, 오른손으로 비비는 꼬막 비빔국수

    예전에 대전 사는 분에게 말했다. "대전 가면 뭐 사줄 거야?" "칼국수" "아니 멀리서 왔는데 칼국수가 뭐야...증말 ...12첩 반상에 고깃국, 이밥만 먹는 사람인데..." 그런데 일단 칼국수를 먹었다. 먹으니 맛있네. 물론, 수육하고 같이 먹어야 한다. 요새 나...
    Date2023.07.12 Views132
    Read More
  5. 눈물의 우럭매운탕

    우럭 조림 뇌는 세상을 인지할 때, 객관적으로 인지하지 않는다고 한다. 뇌는 자기가 학습한 대로, 경험한 것을 토대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선배가 학교에서 "가짜 뉴스, 언론의 불균형적 시각"을 강의를 했다. 역시나 그 강의에 감사와 찬사를 표...
    Date2023.06.09 Views140
    Read More
  6. 돌려 말고 바로 말해 봐 - 육회와 육사시미

    모든 말에는 뉘앙스라는 게 있다. 두 개의 단어가 같은 뜻이지만 다르게 쓰이는 것도 있다. 시간도 그렇다. 시간을 뜻하는 말로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라는 것이 있다. 24시간, 누구나 공평히 주어진 시간은 크로노스이다, 그런데 애인과 있을 때는 24시간이 한 ...
    Date2023.04.11 Views153
    Read More
  7. 샐러리맨은 샐러드

    자연은 더럽고, 무섭고, 위험합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가는 등산길은 그 길 하나하나 구청이나 군청에서 바닥을 손질해 놓은 겁니다. 그리고 나무 하나하나 모두가 가지치기해서 여러분이 지나가는 곳에 긴 가지와 잔가지가 방해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
    Date2023.03.09 Views131
    Read More
  8. 한 겨울 아이스 카페라떼 보다 더덕구이

    아침. 카페 냉장고에 진열된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보기만 해도 오한이 듭니다. 차가운 야채샐러드를 보기만 해도 춥습니다. 평생 먹지 못할 것 있다면 저는 아마 한겨울 아침 빈속에 먹는 아이스 카페 라테일 겁니다. 출근길 젊은 직원들이 하나씩 들고 가는 ...
    Date2023.02.08 Views134
    Read More
  9. 하느님의 선물, 보답은 떡국

    이번엔 감사의 글을 쓰기로 했다. 사실 <길목>에서 <홀로요리>를 쓰는 건 선물 같기 때문이다. 선물을 받았으니 감사의 말을 안 하다면 말이 되겠는가. 그런데 왜 나는 선물 같다고 했을까? 인생의 전환점, 변곡점은 어디서 어떻게 올까? 인생의 그래프가 완만...
    Date2023.01.05 Views228
    Read More
  10. 건강한 식재료와 인스턴트식품

    청년은 건강한 식재료를!! 중장년-고령층은 인스턴트식품을!! - 즉석요리 식품들의 종류와 개념 정리 동네 산책을 하다 보면 많은 가게들이 폐업을 했다. 빈 상가들이 즐비하다. 하물며 명동에도 가로수길 목 좋은 곳에도 빈 공간들이 가득하다. 동네에는 새로...
    Date2022.12.04 Views26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Next
/ 6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