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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진의 홀로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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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우럭매운탕

posted Jun 0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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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호수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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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_우럭조림가로조정.jpg

우럭 조림

 

 

뇌는 세상을 인지할 때, 객관적으로 인지하지 않는다고 한다. 뇌는 자기가 학습한 대로, 경험한 것을 토대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선배가 학교에서 "가짜 뉴스, 언론의 불균형적 시각"을 강의를 했다. 역시나 그 강의에 감사와 찬사를 표한 사람들은 누굴까? 바로 조중동 신문 내용을 가장 믿고, 기타 팩트체크된 언론들은 가짜라고 믿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여러분이 생각한 것과 다르다.

 

보고 싶은 것만 보인다는 확증편향이 또 그 예일 수 있다. 나는 무슨 차를 살까 했는데, 사고 싶은 자동차 브랜드는 많았다. 개인의 여건과 상관없이 말이다. 그런데 랜드로버라는 광고를 봤는데 멋있었다. 세상에나 이런 차를 누가 탈까 했는데, 한국 도로에 정말로 많이 깔렸다. 알고 나니 보이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돌아보는 것도 그래서 힘든 그거로 생각한다.

나 자신을 인지하는 것도 내가 배운 것, 경험한 것에 한계를 두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일이었다. 에세이 40여 편을 읽어야만 하는 일이 생겼다. 에세이 공모전에 출품된 일반인의 에세이를 앉은자리에서 40여 편을 읽어야 했다. 한편에 20페이지 넘는 것도 족히 됐다. 눈알 빠지는 줄 알았다. 에세이 내용들은 거의 "수기"에 가깝다. 무언가를 힘겹게 극복하고, 부모님을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나의 자식들을 너무나 안타깝게 바라보는 것이었다. 다들 각자의 아픔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가슴으로 쓴 수작들이었다.

 

나는 많은 에세이를 읽으면서 생각을 해보았다. 그동안 나는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내가 바라보는 세상 어땠을까? 나의 세상은 늘 쉽지 않고, 만만치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난 여기서 두 가지를 느꼈다. 아니 반성했다. 느낀 점 두 가지는 아래와 같다.

 

1. 홀로요리 에세이를 쓰는 것은 참 행복이구나

- "내가 홀로요리 쓰는 게 만만치 않다" 이것은 너무나 배부른 소리였다. 누구는 에세이를 쓰고 싶어서 용기 내 공모전에 응모한다.

- 나는 나의 글을 올릴 웹진도 있고, 매달 쓰라고 사랑의 화살을 날리시는 편집장님과 일곱째 별님 등등이 계신다. 좋은 환경이다.

- 이렇게 편안한 환경에서 쓰기도 하고, 그것도 먹고 즐길 수 있는 요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2. 내 인생, 한탄하면 안 되겠구나

- 난 고등교육을 받았고, 대학 때 잠깐 한 것 외에는 아르바이트한 적도 별로 없다. 그래서 남자인데 손이 길고 곱다.

- 나의 아버님은 90은 못 넘기신 게 아쉽지만, 한평생 나와 식구들에게 책임을 지셨고, 대화도 많이 하셨다.

- 어릴 때부터 밥도 잘 안 먹고, 늘 피곤하고 아팠다. 그런데 특별히 부러지고, 중병을 앓은 적이 없다. 지금도 혈압약 당뇨약 같은 것은 안 먹는다. 홀로요리에 대한 것을 쓰고 있다.

 

 

결심했다. 나의 글은 이제 조금 더 유쾌해야겠다. 아니 억지로 유쾌하자는 게 아니다. 최소한 나의 상황을 우울해하거나 찡찡대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즐겁게 생각해야지. 그게 고군분투하며 글을 쓰시는 에세이스트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즐거운 생각은 무얼까?

바로 무얼 먹을까 하는 생각들이다.

 

아주 즐겁고 맛있게 먹은 음식들이 있다. 조리과정 자체가 즐거운 것들 말이다. 당연히 경제 상황이 넉넉하면 드라이에이징된 티본을 사러 가는 것만큼 즐거운 것도 없다.

 

우럭은 대가리가 크다. 그래서 회도 맛있지만, 대가리가 큰 만큼 푹 고아서 매운탕으로 먹으면 맛있다. 우럭 조림도 훌륭하다. 도톰한 살점으로 먹는 게 조기 매운탕과 다른 맛을 준다. 그리고 병어조림보다 살이 많다. 물론 갈치조림, 병어조림이 맛있는 이유가 있다. "생선 살 맛"이 각자 개성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우럭 조림을 위한 우럭은 또 어디서 사야 되나?

 

집에서는 우럭 반건조를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요새 택배 서비스가 잘 되어 있어서 아침 배송으로 반건조 우럭을 사서 하면 조림을 할 수 있다. 내가 선호하는 것은 물론 생물로 된 우럭이다. 즉 살아있으면 회 떠 먹고, 죽어 있으면 조림이나 탕으로 먹으면 좋다. 탕보다는 조림이다. 단점은 좋은 생우럭은 수산 시장까지 가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백화점 식품관 지하에도 있구나.

 

왜 조림이 맛있느냐…. 조림에는 큼직한 무가 온 적 양념과 우럭의 DHA를 다 흡수하여 진하고 단맛을 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우럭을 맛있게 먹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난 천성이 고양이라서 생선을 좋아한다. 게다가 고양이처럼 우럭 얼굴 살까지 세부적으로 발라서 먹기 때문이다. 우럭 매운탕을 너무 맛있게 먹었던 좋은 기억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 집에서 만들어 보기로 했다. 쉽다.

 

[있어야 할 것]

주재료 : 우럭(생우럭은 수산 시장에 가서 큰 놈을 고른다. 당신 재력 또는 냄비 크기에 따라 크기와 양을 선택하면 된다.)

국물 : 무, 파, 다시마, (양파)

양념 : 국간장, 진간장, 마늘, 고춧가루

데코레이션 : 부추 또는 쑥갓

 

[함께 먹으면 좋은 것(유식한 말로 페어링 할 것들)]

- 조림이 짜니까 당연히 쌀밥

- 매운 한국 음식에는 한국 제품의 라거 맥주, 그 이유는 탄산이 많고, 향이 적어 칼칼한 한국 음식에 잘 맞다.

- 조림의 무가 달짝지근하므로 달달한 사케나 와인보다는 비릿한 맛을 제거하는 소주

- 조림을 너무 맵게 하면 달달한 사케나 스위트한 화이트 와인도 오케이

 

[만드는 방법]

 

1. 우럭 손질 : 별로 할 게 없다.

- 먼저 우럭은 시장에서 손질을 잘해준다. 상인에게 조림용이라고 말하면 손질을 잘해주신다. 그러면 집에서 별로 손질할 것도 없다. 반건조용 우럭을 구입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통째로 넣을 것이기 때문이다.

 

2. 무 반 통을 댕그랗고 큼직하게 썬다.

 

3. 무를 큰 냄비에 깔아 둔다. 그리고 다시마를 넣어둔다. 파는 엄지 손가락 크기로 크게 잘라서 넣어둔다.

 

4. 물을 무가 다 잠기게끔 넣어둔다. 밥을 한다고 생각하고 손 등이 잠긴다고 생각하면 된다.

 

5. 무가 익을 때까지 끓인다. 고구마 익히듯 나중에 쇠젓가락으로 찔러보면 된다.

 

여기서 잠깐.

조림은 말 그대로 "조리는 것"이다. 매운탕은 물을 많이 넣어서 숟가락으로 퍼먹는 것이라면, 조림은 젓가락으로 먹는 것이다. 짭조름한 맛으로 먹기 위해 조리는 것이다. 그래서 물을 적당히 넣어서 끓여 주는 것이다.

음식을 끓여서 조리니까 '조림'이고, 닭은 도리치고 조각내어 끓이니까 '닭도리'탕이 되는 것이다. (홀로요리 닭도리탕 참조 - 닭을 볶지 않는 데 왜 '닭볶음탕'이라고 하느냐는 부분을 보세요)

 

6. 양념을 만든다.

- 우럭 한 마리 당, 밥숟갈로 진간장 세 스푼, 국간장 한 스푼, 마늘 한 스푼, 고춧가루 두 스푼을 넣고 섞어둔다.

- 취향에 따라, 또는 무를 넣어둔 냄비 양에 따라 다르니 조금씩 부어서 저어둔다.

그림2- 양념장.jpg

양념장 : 고춧가루로 걸쭉하게 만들어 놓는다

 

7. 무가 어느 정도 익으면 양념장을 넣는다.

 

8. 펄펄 끓는 물에 드디어 우럭을 넣는다.

 

여기서 잠깐, 우럭을 무가 어느 정도 익은 후 넣는 이유는 우럭의 몸매를 살리기 위해서이다. 너무 푹 고아버리면 우럭의 형체가 사라지고 살이 흩어져 매운탕처럼 된다. 적당히 익혀서 온전히 한 마리를 접시에 뜨기 위함이다.

 

그림3 -우럭냄비_조정.jpg

무가 어느 정도 익으면 우럭을 넣는다

 

9. 우럭을 넣고 끓인다. 우럭 위에 취향에 따라 고춧가루를 한 숟갈 더 올린다.

- 동시에 양파, 얇게 썬 파를 넣는다. 일찍 넣으면 양파가 뭉개진다.

 

10. 7분 정도 끓인 후, 뒤적거리지는 말고 국물을 우럭에 부으며 졸여 나간다.

- 취향에 따라 마늘, 고춧가루를 더 넣는다/

 

11. 우럭이 적당히 익으면 위에 쑥갓이나 부추를 올린다.

 

12. 데코레이션을 담당하는 쑥갓이나 부추가 익으면 불을 끈다.

 

13. 냄비의 우럭을 곱게, 최선을 다해서, 신중하게, 고려청자를 고분에서 출토한다는 마음으로 접시에 뜬다. 우럭 한 마리에 자태를 뽐내기 위함이다. 부러지거나 대가리가 깨지면 안 된다.

 

14. 우럭을 접시에 담고, 무와 국물, 부추나 쑥갓을 잘 담는다. 국물 좋아하시는 분들은 국물만 따로 퍼담아 먹는다.

 

조림에 하얀 밥을 놓고, 소주 한 잔 준비 되셨나요. 자 우럭 매운탕을 먹어보아요.

행복한 에세이를 읽은 것처럼 말이죠.

 

그림4-조림한상_조정.jpg

조림 한상

현우진-프로필이미지.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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