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진의 홀로요리 6 : 바다를 만나는 당신, 조개술찜
당신은 바다를 좋아합니다.
당신이 내륙지방 태생이던, 사는 곳이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멀던 간에 바다를 좋아할 겁니다.
우리는 비린내만 맡아도 심장이 뜁니다.
비늘이 햇빛에 반사되어 눈을 찡그릴 때 싱그러움을 기억합니다.
그만큼 우리는 바다를 좋아합니다.
당신은 별명이 마도로스이기를 원했지만 수염은 없고 파이프담배를 피우지 않습니다.
하지만 옷걸이를 휘어 소매자락에 넣고서 후크선장 흉내를 내곤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피카소가 즐겨입었던 프랑스 선원들의 푸른색 줄무늬를 입고 바다로 가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저는 멀리 동쪽바다를 건너야만 된다는 예언을 듣지 않았습니다.
또한 하느님의 말씀대로 살아가야할 것을 듣지 않는 인생의 탕아지만 저 역시 바다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홀로요리의 첫 글은 국수였습니다. 멸치와 디포리가 들어간 것은 바다 풍경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바다가 왜 좋을까요?
바다의 파도소리는 불규칙한 멜로디들이 규칙적인 컴퓨터 음악보다 안정적입니다.
그 이유는 수타면의 면들이 굵기가 일정하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씹는 감각이 일정하지가 않으니먹는 즐거움이 배가 되죠.
바다의 바람은 너무나 멀리서 오기에 아직도 세상 너머가 궁금합니다.
바다 바깥은 위성지도로 볼 수 있는 세상이어도 저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아직도 저 바다 너머 내 삶을 다시 이룰 수 있을까 묻습니다.
그래서 출렁이는 파도를 보면 고비마다 넘실대는 삶과 같습니다. 그래서 인생은 바다와 같다고 하나 봅니다.
그러고보니.
당신도 바다를 좋아한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 이유를 아직 듣지는 못했네요.
왜 좋아하나요?
내가 아는 것은 당신이 바닷바람을 맞으며 한라산 소주를 마시는 것 외에는 모르겠네요.
하지만 저는 당신의 눈을 보며, 당신의 입으로 왜 바다가 좋은지 듣고 싶네요.
제가 있는 곳은 차로 40분만 달려가면 바다가 있습니다. 그곳의 바다는 검습니다. 갯벌 때문이지요.
갯벌을 가만히 보면 정말 많은 생명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글자글한 생명의 숨소리인 거품들이 모래속에 올라옵니다. 그 갯벌을 가만히 쳐다보는 것도 좋습니다.
더 좋은 것은 에라 모르겠다라는 마음으로 갯벌에 뛰어드는 겁니다.
물론 샤워와 빨래를 생각하면 그 기쁨은 잠시 뿐입니다. 차라리 엄마한테 혼나는 게 나을 겁니다.
우리는 어른이라 직접 빨래를 해야 하니까요. 아무도 대신 해주지 않습니다.
제가 검고 조용한 바다를 바라보면 때로는 파랗고 큰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를 보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 갯벌은 생명과 소금을 머금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매력적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어디 있나요? 바다를 만나러 갔나요?
당신이 바다를 쉽게 만나는 방법은 조개를 만나는 겁니다.
당신이 어디에 있던, 노량진과 가깝던 멀던 당신도 쉽게 바다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조개 술찜으로 바다를 만날 겁니다.
이 술찜은 지중해로 안내할 수도 있고 오사카 골목길로도 안내할 수 있으며, 예전의 피맛골 골목길로도 안내할 수 있습니다.
어떤 술을 먹느냐가 아니고 술찜을 무슨 술로 하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5천 원짜리 경주법주가 있으면 동북아시아에 있는 것이고
7천 원짜리 화이트와인이 있으면 당장에 지중해로 갈 수 있습니다.
안되면 천 원짜리 소주 한 병으로 해도 됩니다.
그것도 안되면 그냥 물 넣고 끓이면 되죠.
저는 네 가지 방법. 화이트와인, 법주, 소주, 물로 끓여봤는 데 법주가 제일 좋았어요. 하지만 로맨틱할 때는 와인으로 해도 좋을 거 같아요.
자 준비해봅시다.
메인메뉴. 조개술찜
준비물
마늘, 청양고추(또는 마른 매운고추) 버터 통후추, 조개 그리고 쑥갓이나 미나리
그리고 술.
시작 전에 조개를 소금물에 넣고 한 시간 정도 담가두고요. 해감이라고 하죠.
바지락 조개를 한 시간 정도 소금물에 담가 둡니다
저는 그냥 마늘하고 청양고추를 넣고 통후추를 냄비에 넣습니다. 그리고 물을 자작하게 넣고 끓여도 깔끔한 맛을 내는 것 같아요. 보통 블로그에서는 시작할 때는 마늘과 고추를 올리브기름에 넣고 볶으라고 하는데, 그건 화이트와인하고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근데 색갈이 갈색으로 진해져서 별로입니다.
마늘과 건고추를 올리브 기름에 볶아도 되고,아니면 그냥 마늘과 청량고추를 넣고 끓이면 됩니다
물이 끓으면 조개를 넣습니다. 그리고 조개가 잠길 정도로만 술을 붓습니다. 와인이나 법주나 똑같습니다. 좀 더 지중해 분위기로 내고 싶으면 레몬을 조금만 넣어도 됩니다. 저는 파를 넣었다가 먹을 때는 뺍니다.
와인 또는 법주를 자작하게 넣고 끓이면 끝
조개 자체가 바다에서 와서 따로 소금간을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술이 당도가 있어서 끓이고 나면 단맛이 납니다.
소주를 넣을 경우 냄비 뚜껑을 열어두세요. 닫아두고 끓인 후 먹으면 왜 내가 취하고 있지..하실겁니다.
냄비가 끓고 조개가 입을 다들 벌리면 끝입니다. 여기서 감칠맛과 풍미를 위해서 버터를 한 숟갈 넣습니다. 없으면 안 넣어도 되지만 일단 넣어보면 압니다. 그러면 끝입니다.
조개술찜에는 버터 한숟갈이 풍미를 더해줍니다
채소를 보충하기 위해서 끓을 때 살짝 데치는 정도로 미나리나 쑥갓을 올려도 됩니다. 그러면 정말 끝입니다. 간단하죠.
미나리나 쑥갓을 살짝 위에 데쳐 먹으면 좋아요
냉동실에 먹다 남은 식빵을 구워서 같이 곁들여 먹으면 괜히 유럽 분위기 납니다. 국물 조금 남은 것을 올리브기름만 조금 넣어 스파게티를 해 먹어도 되고요. 아니면 당근 밥 한숟갈과 참기름, 계란 하나 넣고 죽처럼 해드셔도 됩니다. 동서양의 바다를 왔다갔다 할 수 있습니다.
식빵을 곁들여먹어도 좋고, 죽 끓여 먹어도 좋습니다. 또는 국물로 스파게티를 먹어도 좋고요
그리고,
당연히 여기에도 맑은 술이 있어야죠. 법주나 화이트와인이나 소주입니다. 맑은 사이다는 별로.
곁들임 메뉴도 급 준비해 봅니다.
시장에 가면 철에 따라 곁들이는 어패류들이 있습니다. 생굴일 수도 있고요. 또는 가리비 버터구이도 할 수 있습니다. 바지락조개하고 함께 사서 술찜 전에 인트로로 드셔도 좋을 것 같네요.
바지락 조개 살 때 굴이나 가리비 조개가 있으면 가격이 쌀 때 사서 같이 먹어도 좋죠
에필로그
또 배부르고 취합니다. 바다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냥 핑계입니다. 바닷가에서 뭘 먹은 들 안 좋을 게 있겠어요. 다니는 일터를 잠시 쉬고 바닷가에서 휴양을 한다면 누가 좋아하지 않겠어요.
그러나 당신이 잠시 바다를 바쁜 삶에서 만나고 싶다면, 오늘은 반드시 조개술찜을 해서 드세요. 완전히 봄이 오기 전에 말이죠. 추울 때 먹어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