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실로 파우스트적 거래라 부를만하다.
설악은 깊고도 그윽한 가을의 속살을 다 주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요구한 것은 극심한 통증과 온몸을 두들겨 맞은듯한 피곤함이다. 스물여섯인가 일곱인가 되던 해에 설악을 알게 해 준 이를 따라 몇 번 다녔던 시절이 아득하다. 그 시절과 달리 몸은 따라 주지 않았고 산행 이력 처음으로 포기라는 단어가 맴돌았다.
不仁한 바람은 천지를 가르며 불었고 바위 끝을 잡고 메피스토펠레스가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거래를 생각한다.
어쩔 수 없다. 그녀가 허락한다면 이 거래는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