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향기와 과도한 공공서비스
봄비 내린 날 소회
제주와 고향을 오가며 과하게 마셨다
비 내리는 창가에 앉아 몸과 맘을 돌보기로 했다.
3년 전 아카시아 꽃향기가 날릴 무렵에 쓴 글을 보니 그땐 심사가 무척 복잡했나 보다.
어린이들 덕분에 생긴 휴일 하루종일 하릴없이 있다 봄비가 잦아들길래 신발끈을 조이고 뒷산을 올랐다.
간밤에 비가 세차게 내렸나 보다. 바람에 이쪽저쪽 나무가 오솔길로 쓰러져 위태하다.
다만 눈앞에 아카시아 꽃향기가 퍼지니 이 또한 위태로운 매혹이려니 한다.
산길을 돌아서니 안개비 사이로 전동톱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쉬는 날 무슨 일이람 툴툴거리는데 구청 녹지과 직원 행색이다.
위태함을 제거하러 나온 분들을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공적 서비스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게 마땅하기도 하고 마뜩잖기도 하다. 위태로움의 장소를 소상히 알리니 고맙다는 인사가 두 번이나 온다.
이틀 내린 비로 맨발 황톳길은 무논 같이 철벙이고 동네 어르신들 그 옛날 모내기가 생각나는지 보슬비 와중에 줄지어 걸어간다.
내려오는 길에 보니 쓰러진 두 나무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꽃잎만 분분하다.
한쪽으로 치워 놓은 가지에서 꽃튀김할 요량으로 두어 가지 꺾고 있자니
"꽃꽂이하려면 덜 핀 게 좋아요"하며 꽃봉오리 올망졸망한 가지를 건네주시네~
창졸간에 꽃튀김 남자에서 꽃꽂이 신사로 변신!
봄비 오시는 날 삼삼한 하루가 저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