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교육감 선거 사전 투표하고 아파트 단지 안을 어슬렁거리다 감이 익어가는 계절이 왔다는 사실을 인지하였다.
감을 바라보다 문득 감나무 아래 식탁이 떠올랐다. 그해 가을 햇살 아래, 갓 지은 밥상을 받았던.. 운문사 가는 길에 '밥을 짓다'라는 상호를 지닌 이 밥집은 노모가 거동이 불편해진 뒤로는 뜸하다.
뜨거웠던 지난여름, 중학교 동창들과 계곡이 세 개 겹쳐 삼계리가 된 물 좋은 곳에서 더위를 피하고자 모의하였으나 술잔을 앞에 두고 빙빙 돌기만 하였다. 삼계리 의기투합이 실행되었더라면 갓 지은 밥을 동창 녀석들과 먹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제길, 속절없이 허공을 떠돌다 사라질 말만 뱉고 말았다.
밥을 짓고, 집을 짓고, 옷을 짓고 그러고 보니 글도 짓는구나.
눈물지으며 글을 지은 작가에게 찬사를..
팔레스타인과 우크라이나에 공감하며 잔치를 거부한 작가..
나는 5.18과 4.3이 자양분이 되어 지어진 글이 상을 받는 세상보다
비극이 없고 그리하여 가슴 아픈 문학이 없는 곳이 더 나을 거라 생각한다.
P.S. 삼계리는 운문사 근처 계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