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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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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 음악, 왼 음악

posted Sep 0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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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태원
발행호수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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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음악 전통이 카피라이트가 아니라 카피레프트인 것은 음악 자체의 속성으로부터 나온다.

 

카피라이트는 정확히는 사용권이고 사용권에 근거한 사용금지권이다. 사용을 금지하려면 금지의 대상을 한정해야 한다. 한정이 되지 않는다면 금지에 실패할 것이다. 어떤 음악적 실체가 한정된 정체를 가장 효율적으로 가지려면, 음악이 음악재료적 '단위'들의 집합이면 된다. 그러니까, 음악을 만드는 재료가 동일한 크기로 이루어져 있으면 된다. 예컨대, 음이 몇 개이고, 지속시간이 몇 배인지 혹은 몇 분의 몇인지, 그것들이 동시에 몇 개가 어떤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지, 그 측정이 용이하도록, 재료가 같은 크기로 단위화 되어 있다면, 음악적 실체의 정체를 한정하는 것은 산수에 불과하게 된다.

 

반면, 음악적 실체가 단위화 되어 있지 않고, 예컨대, 엉덩이와 허리의 경계와 같이 단위화를 거부하는 재료들로 이루어져 있다면, 음악적 실체의 정체는 한정하기 어렵고, 따라서, 금지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되지 않으며, 따라서 시비가 계속되는 동안은, 금지가 유예된다. 허리는 한없이 엉덩이에 수렴되고, 엉덩이는 한없이 허벅지에 수렴된다. 그 때문에 생긴 엉덩이와 허리와 허벅지의 정의에도 불구하고, 허벅지를 엉덩이 없이 사용한다거나, 가슴이 배 없이 생체이기는 어렵기 때문에, 결국, 단위화 되어 있지 않은 재료로 만들어진 음악은 그 사용을 금지하기 위한 한정이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서양음악은 극단적 아방가르드를 제외하면 12개의 동일한 성격을 가진 피치들을 그 단위로 한다. 물론 그 단위들은 일정한 차이를 가지는데, 그 차이 또한 동일한 비율을 자랑한다. 그에 따라 표절 시비의 내용은 산수의 과정과 비슷하다.

 

조선의 음악유산은 음악을 이루는 요소 간의 그런 동일한 성격을 제거하는 데에 몰두해 온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잘라서 금지한다는 것은 상상되지 않아 왔고, 카피를 오히려 기본으로 하되, 그 카피의, '허리와 엉덩이의 경계의 개인차'와 같은, '원본과의 차이'를 음악적 토픽, 이슈로 삼았다. 동일하고 반복되는 '단위'를 사용하는, 국악 체제 내 과두(寡頭)적 아악과 달리, 조선에서 자생하고 편재했던 음악유산, 즉, 풍류계 음악, 생활 노래(한반도 각지의 각종 민요와 무가), 대가들의 예술 음악, 즉, 산조나 축제 음악 , 그 외 세습 무악 등, 그 모두가 카피레프트였다.

 

산수적 과정을 거치는 대중음악계의 표절 시비를 확률론적 관점에서 보면, 어차피 역사적으로 보면 거기서 거기인 두 작가가, 한 푼이라도 빼앗길 수 없다는, 예술에 대한 계산적 강박에 기반해, 다투고 있다. 카피라이트를 가능하게 하는, 단위화 된 재료의 음악 문법에 관한 한, AI는 이미 미래의 음악을 다 작곡해 놓았다고 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전통 음악을 이루고 있는, 그 재료의 세계관적 특성과 그 결과물의 존재 방식, 즉 카피레프트는, 전통 음악을 과거에서 미래로 옮겨 놓을 깊은 뿌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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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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