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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외 5편을 봤네

posted Dec 0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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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 맥스> 시리즈

- 현실에서 아포칼립스로 점진적 진화

조지 밀러 김독, 1978~2024

Metacritic Score - 79(<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Rotten Tomatoes Score -89(<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매드백스0.jpg

 

<매드 맥스> 시리즈처럼 유별난 시리즈는 없다.

 

첫째, 이 시리즈는 2024년 5번째 영화가 나올 때까지 무려 46년이 걸렸다. 그런데도 모두 같은 감독의 작품이다.

 

둘째, 1편도 흔히 SF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사실 그냥 액션 영화에 불과한 저예산 영화였다. 그것이 5편에서는 블록버스터로 덩치를 키우고, 장르는 본격 SF로 변신했다.

 

셋째, 다른 어떤 SF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과 설정을 가지고 있다. SF이고 포스트 아포칼립스이긴 하지만 판타지적 요소는 거의 없고, 지극히 현실적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황량한 사막은 이 시리즈의 특별한 시그니처이다.

 

넷째, 이 시리즈를 지지하는 유별난 팬덤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일반 관객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다루는 <매트릭스>나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비해 영화평론가들의 한결같은 높은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2015년 네 번째 영화인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나왔을 때, 나는 어떤 다른 감독이 1980년대까지 나온 조지 밀러 감독의 명작을 망쳐먹으려고 하나 걱정했는데, 아뿔싸! 노인이 된 조지 밀러 감독이 다시 매가폰을 잡았고, 6개의 오스카상과 256개의 각종 크고 작은 상들을 휩쓸었다.

 

2024년의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전편의 프리퀄이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약간은 의미 없는 해피엔딩식으로 끝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프리퀄로 방향을 잡았을지도 모른다. 이 다섯 번째 영화는 인간집단의 생존 조건을 명확하게 예시해 준다. 에너지, 무기, 물과 식량이 그것이다. 영화는 이들을 각각 장악한 세력의 권력투쟁을 보여준다.

 

영화는 아포칼립스 즉 종말의 원인을 핵전쟁과 기후재앙 등 다양한 원인으로 설정하는데 영화 자체에서는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이는 <매트릭스>나 <터미네이터>의 매력은 있으나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인공지능'에 비해서 훨씬 현실적인 설정이다. 그리고 실제 묘사되는 현실은 '기후재앙' 이후를 묘사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것이 이 영화가 주는 설득력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래 사진은 1편부터 4편까지 <매드 맥스> 시리즈의 진화를 엿볼 수 있다.

 

매드백스1.jpg

 

 

 

 

<스즈메의 문단속>

- 일본 영화의 단골인 정체불명의 神

신카이 마코토 감독, 2022

Metacritic Score - 77

Rotten Tomatoes Score -96

 

스즈메의 문단속.jpg

 

하도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 영화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하길래 미루고 미루다가 마침대 그의 영화 한 편을 보고야 말았다. <스즈메의 문단속>만으로는 충분한 평가가 되지 못하겠지만 좀 실망스러웠다. 전형적인 미야자키 하야오 전통을 계승하면서, 세상을 구원하는 헐리우드식 히어로물을 붙이고, 거기다가 구닥다리 일본식 하이틴 멜로물을 버무려 놓았다. '문'은 <매트릭스>에서 차용한 것이고, 일본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神 개념은 역시나 거슬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아한 소시민의 삶을 구석구석 삽입해 놓은 점은 잘 만든 일본 영화가 항상 지키는 미덕이다. 전체적인 구성과 스토리, 그리고 그것을 끌어나가는 플롯은 수준급이다. 이런 정도의 작가를 꾸준히 배출해 내는 일본의 애니메 전통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마코토의 다른 애니메를 더 보아야겠다는 마음을 들게 만든다.

 

 

 

<존 윅 4>

- 키아누 리브스의 생명력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 2023

Metacritic Score - 78

Rotten Tomatoes Score -94

 

존 윅 4.jpg

 

주인공이 영화 속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이는 것은 모르긴 몰라도 아마 '존 윅'이 될 것이다.

진저리 나도록 많은 사람을 죽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시리즈는 꾸준히 진화하고, 업그레이드되고, 스케일이 커지고, 세련되어진다.

이런 류의 영화에는 몹시도 인색한 평론가들조차 회차가 거듭할수록 더욱 높은 점수를 매긴다.

진기한 경우라 할 것이다.

 

뭐 굳이 이 영화에 의미를 붙인다면

고도로 시스템화된 자본주의에 고독하게 저항하는 주인공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겠다.

 

이 영화의 제목이 <John Wick: The Final>이 아니라 <John Wick: Chapter 4>인 것은

결코 존 윅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며 또다시 5편이 만들어질 것을 시사해 준다.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이 이제 그만 만들겠다고 버텨도 이미 영화 속의 'Table'만큼이나 고도로 시스템화된 할리우드에서 가만 놔둘 리가 없다.

 

어쨌든 이 액션물의 진화는 어디에서 멈출지가 궁금하다.

어쩌면 감독을 바꿔서 또 만든 5편이 그간의 명성을 말아먹으면 끝날 지도 모르겠다.

덧붙인다면 키아누 리브스의 배우로서의 생명력에 찬사를 보낸다.

 

 

<브로커>

- 히로카즈의 센티멘털리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2022

Metacritic Score - 77

Rotten Tomatoes Score -94

 

브로커.jpg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는 거의 빠짐없이 본다. 그중 최애 영화는 <걸어도 걸어도>, <바닷마을 다이어리>, <태풍이 지나가고>, <어느 가족>이다. 좀 별로로 생각하는 영화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였는데 이번에 <브로커>가 추가되었다. 현대 사회의 상처 입은 가족의 '재구성 프로젝트'라는 히로카즈의 일관된 추구는 존경받을 만하다. 그러나 별로로 생각되는 작품에서는 스토리가 좀 인위적인 설정이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게다가 다른 작품에 비해서 <브로커>는 지나치게 관객을 몰입시키면서 전형적인 감상주의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아이유는 첫 등장 장면에서의 강렬한 쌍소리로 캐릭터를 힘주어 만들었다가 점점 요조숙녀로 변신시키는 것이 영 어색하며, 강동원은 너무 핸썸하여 도리어 밋밋하다. 마지막에 송강호가 쫓아다닌 불량배를 살해한 것으로 설정한 것은 갑자기 웬 누아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하지만 히로카즈의 담론은 언제나 가슴을 훔친다. 그의 다음 영화도 빠짐없이 볼 것을 약속할 수 있다.

 

 

 

<소설가의 영화>

- 홍상수 자신에 대한 유사 다큐멘터리

홍상수 감독, 2022

Metacritic Score - 82

Rotten Tomatoes Score -100

 

소설가의 영화.jpg

 

영화 <소설가의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를 보면 제작, 연출, 촬영 등등 대부분이 홍상수이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를 덧붙일 필요가 있다. "주인공 : 홍상수"가 그것이다.

 

이 영화에는 3명의 홍상수가 등장한다. 영화 속 영화감독(권해효 분)은 홍상수의 일면을 담고 있다. 그가 "최근의 영화가 달라졌다"라는 말에서 그것을 말해준다. 홍상수의 최근 영화는 더 이상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다. 오직 자기 자신을 바라볼 뿐이다. "솔직하게, 더욱 솔직하게". 홍상수는 이것만을 유일하게 붙들고 늘어진다.

 

영화의 주인공인 소설가(이혜영 분)도 또 다른 홍상수다. 영화 속에서 소설가가 만들려는 영화는 곧 이 영화 자체와 합치된다. 실제 영화의 크레디트와 소설가가 만든 영화 속 영화의 크레디트가 교묘하게 엉겨 붙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소설가가 요즘 더 이상 소설을 쓰지 못하는 이유를 "그동안 아무것도 아닌 것을 너무 과장해 왔다"는 자기 고백으로 설명하는데, 이는 홍상수 자신의 고백이며 자신의 영화가 최근 자기 자신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그리고 진짜 홍상수가 있다. 물론 화면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것은 영화 속 길수(김민희 분)의 남편이며 동시에 실제의 김민희의 남편이다. 여기서 영화는 마치 다큐멘터리같은 느낌을 준다. 주인공 소설가가 자기가 만들려는 영화를 설명하자 촬영과 편집을 담당한 김민희의 조카(하성국 분)는 "그러면 이건 다큐인가요?"라고 물어본다. 이렇듯이 이 영화 <소설가의 영화>는 마치 등장하지 않는 홍상수 자신에 대한 다큐라고도 말할 수 있을 법하다.

 

홍상수의 예전 영화에서 인물들은 흐느적거리며 서로 엉겨 붙는, 그러면서 느물거리게 자기 자신의 욕망을 발산하는 속물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최근의 영화, 특히 이 <소설가의 영화>에서 인물들은 마치 단단한 호두와 같다. 서로 부딪히며 끊임없이 달그락거리지만 한 번도 자신의 속을 열어 내보이지 않는 단단한 호두. 이것이 홍상수의 인간탐구의 결론일런지 모르겠다.

 

카메라는 꼼짝 않고 고정되어 있으며, 롱테이크가 점점 더 길어진다. 그러나 이 영화를 통해 홍상수와 대화를 계속해 나간다면 좀처럼 눈길과 정신을 놓을 여유가 없다. 단지 바라건대 홍상수의 "나에게 솔직히!"라는 구호가 세상을 향한 고슴도치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원 세컨드>

- 사막과 필름이 빚어낸 역사적 헌사

장이머우 감독, 2020

Metacritic Score - 79

Rotten Tomatoes Score -100

 

원세컨드0.jpg

 

OTT 시대에 영화관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는 바로 이런 영화 때문일 것이다. 넷플릭스로 보기에는 너무 아깝다. 와이드 스크린에 가득 남아낸 사막은 그것 자체만으로 감동이다. 영화 <시네마 천국>보다도 훨씬 감동적인 스토리로 아주 찰지게 빚어낸 빈틈없는 영화이다.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은 무엇보다도 끝없이 펼쳐진 사막의 풍광이다. 그리고 손상된 필름을 다시 복원하기 위해 빨랫줄에 길게 수없이 늘어뜨린 필름을 화면 가득히 담아내고, 같은 필름을 수 없이 반복해서 재생하기 위해 영사실에서 곡예를 부려 엮어 놓은 장면은 장이머우 감독이 바라보는 중국의 현대사 그 자체이다.

 

원세컨드1.jpg

 

원세컨드2.jpg

 

원세컨드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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