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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목연재] 로로, 이 영화를 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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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Jan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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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냉담 사람이라도 눈물을 흘리고 싶으면 이 영화를 보면 된다.

 

세 번째 감상할 때는 그러지 않을 줄 알았는데,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여지없이 볼을 타고 소금물이 떨어졌다.

 

누구도 부정하기 못할 사랑의 힘, 그 뒤에 숨은 노숙자 채플린의 자존감이 영화의 메인 스토리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1931년 대공황 한복판에서의 미국 사회에 대한 적나라한 고발이다. 상류층 군상들의 허위의식과 기만을 유머와 해학으로 뒤집어엎는 영화의 첫 장면 동상 제막식부터 채플린의 날카로운 메스가 작동한다.

 

이 영화에서는 노숙자 채플린, 어렵사리 꽃을 팔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눈먼 소녀, 그리고 거리의 신문팔이 소년 이외에는 모두가 풍족한 모습이다. 말쑥한 차림의 거리 시민들은 바쁘게 자기들의 발길을 옮기며, 타인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밤마다 파티가 열리고, 미국은 전대미문의 금주법 시대지만 술은 어디서든 넘쳐흐른다.

 

대부분의 미국 국민들이 대황공의 여파로 경제난에 시달릴 때 이 영화가 개봉된 것이다. 우리가 10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까르르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장면들이 그 당시의 미국민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갔을까?

 

아주 노골적인 설정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신파적인 내용이지만 볼 때마다 깊은 감동을 주는 이유는 이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채플린)이 경제적으로는 도리어 자기보다는 좀 낫지만 눈먼 장애를 가진 소녀를 온 힘을 다해 돕는다는 점이다. 자기를 위해서는 단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범죄의 누명을 쓰면서.

 

감동을 위한 인위적인 스토리텔링이지만 나의 가슴을 아프게 찌르고 뇌를 쥐어짠다. 나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가 없었다. 마흔이 넘어서면서는 몇 차례 불행과 타인의 악의가 겹쳐지면서 늘 빚에 짓눌려서 힘겹게 삶을 끌어왔다. 그런 삶 속에서 누군가를 경제적으로 도와주는 일은 생각하기가 힘들었다. 딱 한 번 어려운 생활에 어느 진보 정당에서 활동하면서 도움을 청한 지인을 1년 정도 후원한 것이 전부이다. 기억으로는 그렇다. 그리고는 늘 나 자신의 형편을 '마음속으로' 내세워 마땅히 도움의 손길을 줘야 할 상황에서도 비루하게 눈을 감았다. 이러한 나의 태도에 대해 이 영화는 다시금 묻는다.

 

"당신은 지금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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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포스터는 미끼다. 포스터에 등장하는 소녀의 모습에서 어떤 감흥을 기대하거나, 영화 속 동물 주인공들이 흔히 보여주는 인간과 감동적으로 교감을 기대한다면 관객은 참담한 낭패를 보게 될 것이다. 포스터를 보고 지레 짐작하게 되는 소녀와 당나귀의 애틋한 관계는 일도 없다. (이 영화가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기에 고등학교 때 읽은 <백치>를 다시 읽어야 할까 고민 중이다.)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의 한 명으로 꼽히는 로베르 브레송의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절대로 감정적인 연기를 하지 않는다. 거의 항상 무표정이고 걸음걸이조차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딱딱하다. 브레송은 배우에게 “연기”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연기”는 온전히 관객의 몫이다. 관객이 배우들 속으로 들어가 행동과 감정과 생각을 스스로 쌓아 나가야 한다.

 

이 영화의 매우 분절적인 스토리텔링은 관객이 조립하기가 힘들 정도인데 사실 이 영화에서 스토리는 중요하지가 않다. 중간중간 엉뚱한 내용이 삽입되기도 한다. 철학자인연 하는 사람의 대사가 불쑥 등장하기도 한다. 더군다나 등장인물의 캐릭터도 제대로 파악하기가 힘들다. 캐릭터 또한 영화에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아니, 영화에서 스토리도 캐릭터도 중요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이 남는다는 말인가?

 

<당나귀 발타자르>는

지극히

철학적인 영화다. 

 

이 영화가 도스토예프스키의 매우 긴 장편소설 <백치>(이 소설은 동물이 등장하는 것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것은 딱 한 마디로 요약할 수가 있다. 가장 순수하고 고결한 존재가 유혹과 욕망과 이기심과 교만으로 가득 찬 인간 사회에 던져졌을 때, 그 고결한 존재의 삶은 어떤 모습이며 또 그런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당나귀는 그저 당나귀일 뿐이다. 그를 둘러싼 인간의 삶에 개입하지도 않고 쉽게 반응하지도 않고 그저 그에게 맡겨진 짐 나르는 임무를 수행한다. 간혹 자신이 태어난 고향집을 찾아가지도 하고 학대에 저항하며 도망가기도 하고 너무 힘들면 주저앉기도 한다. 하지만 그뿐이다. 발타자르는 어떤 의미에서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의 삶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존재라고도 할 수가 있다. 그렇기에 발타자르는 순수하고 고결하다.

 

발타자르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 등장하는 유명한 ‘대심문관 이야기’ 속의 재림 예수와 같은 존재이다. 어린이들이 갓 태어난 발타자르에게 물로 세례를 하는 장면은 이러한 나의 생각을 뒷받침한다. 인간의 삶 가운데서 기쁨과 고통을 함께 하지만 인간과 아무런 소통을 하지 않는 존재. 단지 그러한 고결한 존재가 인간의 부대끼는 삶 한편에, 잘 눈에 띄지 않는 어느 구석에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존재. 그런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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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편의 맥베스

 

IMDB에서 '맥베스'를 검색하면 TV영화까지 대략 150편 이상이 뜬다. 유의미한 작품만 추려도 수십 편에 이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2021년 조엘 코엔의 <맥베스의 비극>은 2015년 저스틴 커젤의 <맥베스>와, 2016년 윌리엄 올드로이드의 <레이디 맥베스>와 함께 근년의 갑작스러운 '맥베스' 풍년이라 말할 수 있으리라. 그동안 수십 편의 영화를 늘 함께 만들어온 코엔 형제 중 조엘 코엔이 처음으로 혼자 만들었다는 면에서도 <맥베스의 비극>은 주목이 된다. 저스틴 커젤의 <맥베스>도 의외의 수작으로 평가를 받았고, 맥베스를 변주한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1865년 소설 <Lady Macbeth of the Mtsensk District>를 영화화한 올드로이드의 <레이디 맥베스> 또한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이 세 작품을 한꺼번에 보고 나니 맥베스의 일본 번안판인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1957년 작품 <거미의 성>도 다시 보게 되었고,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도 다시 읽게 되었다. 이어 맥베스의 또 다른 주요 작품인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맥베스>(1971)와 오손 웰스의 <맥베스>(1948), 그리고 아마도 구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 같은 벨라 타르 감독의 TV영화 <맥베스>(1982)까지도 찾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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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코엔의 <맥베스의 비극>(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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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커젤의 <맥베스>(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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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올드로이드의 <레이디 맥베스>(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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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거미의 성>(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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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맥베스>(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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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손 웰스의 <맥베스>(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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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 타르 감독의 TV영화 <맥베스>(1982)

 

맥베스의 주제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은 대사로 정리될 것이다.

 

순전한 관념은 불확실한 희망이나

확실한 결말은 창칼이 결정하오.

 

이 대사가 출발점을 이룰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다음의 대사로 발전한다.

 

악으로 시작한 것은 더 큰 악으로 강해지오.

 

그리고 그 결말은 다음과 같은 유명한 대사로 달려간다.

 

내일과 내일과 내일이 매일처럼

기록된 시간의 마지막 순간까지

답답한 걸음으로 기어오누나.

우리의 수많은 어제들은

바보들을 티끌 같은 죽음의 길로 데리고 갔다.

꺼져라. 꺼져라. 짧은 촛불아.

인생은 그림자놀이.

한동안 무대에서 우쭐대고 안달하다

다시는 소식 없는 불쌍한 광대.

소음과 광란이 가득하고

아무런 뜻없는 바보 이야기.

 

맥베스 역을 연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용맹하고 충성심 있는 맥베스에서, 유혹에 달뜨는 맥베스로, 양심의 소리에 우물쭈물하는 맥베스에서, 아내의 혀에 쉬 넘어가는 맥베스로, 손에 피를 묻혀 광포해져 가면서도, 스스로 악을 감당하지 못해 정신적 혼란을 겪으며 끝내는 운명의 노리갯감으로 전락하는 것까지. 수많은 얼굴을 가진 맥베스를 연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오손 웰스가 가장 그 역할을 잘 소화했으리라 생각된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거미의 성>에서 맥베스에 해당하는 역을 맡은 미후네 도시로도 그에 버금가는 연기력을 보여주며 오랫동안 깊은 인상을 남기지만 이 영화는 워낙 전체적으로 과장된 표현을 하기 때문에 주인공과 '나'의 연결고리가 끊겨 있다.

 

코엔 감독의 <맥베스>에서 의외의 캐스팅인 덴젤 워싱턴과 더 의외의 캐스팅인 맥베스 부인 역의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워낙 탄탄한 연기력인지라 비교적 잘 소화했지만 압도적이지는 못했다. 의외의 캐스팅이라면 저스틴 커젤 감독의 마이클 패스벤더(맥베스), 마리옹 꼬띠아르(맥베스 부인)가 더할지도 모른다. 마이클 패스벤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맥베스를 연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젤 감독의 <맥베스>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스코틀랜드'라는 지리적, 역사적 현장감을 가장 잘 살렸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의 황량하고 광활한 평원이 마이클 패스벤더가 연기한 맥베스의 '어색한 일관성'을 입체적으로 각지게 만들어준다. 코엔 감독의 <맥베스>는 시공간을 완전히 사장시켜버린 작품이다. 그렇기에 더욱 흑백톤으로 주제 의식만을 강렬하게 돌출시켜준다고 하겠다.

 

윌리엄 올드로이드의 <레이디 맥베스>는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었다. 스토리도 시대와 남녀가 바뀌고 권력욕을 성욕으로 바꾼 것 이외에 뭔가 강렬한 임팩트는 없었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맥베스>를 일본 역사에 결합시킨 <거미의 성>이 워낙 탁월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인지 웬만한 번안은 좀 싱거워보이는 듯하다.

 

코엔 감독의 <맥베스>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셰익스피어의 원작 희곡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은 무난한 조연급인 '로스'라는 인물을 부각시킨 점이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에서 맥베스가 뱅코를 암살할 때 처음에 2명을 보냈다가 아무런 설명이 없이 다른 1명이 합세를 한다. 이것은 아마도 연극 무대에서 이들이 암살자임으로 관객에게 알리기 위한 대사를 넣으려고 고안한 것인듯하다. 그런데 코엔은 이 세 번째 암살자를 '로스'로 설정을 하고 이 로스가 끝내 마녀들의 예언을 이루기 위해 뱅코의 아들을 데리고 사라지는 매우 인상적인 까마귀 떼 엔딩 장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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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코엔의 <맥베스의 비극>(2021) 엔딩 장면

 

 

 

사실 셰익스피어의 원작에서는 마녀들의 예언에 따라서 뱅코의 후손들이 왕이 되는지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고 끝을 맺는다. 셰익스피어가 맥베스의 소재로 삼은 실제 스코틀랜드의 역사에서는 뱅코라고 부를 수 있는 인물의 아들이 왕위를 계승하여 셰익스피어 당대의 엘리자베스 여왕까지 이어진다. 당대의 관객에게는 이것이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기 때문에 굳이 이 이야기를 덧붙이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셰익스피어는 마녀들의 예언의 실현 여부가 중심 관심사가 아니라 악을 더 큰 악으로 힘을 키우고 마침내는 그 악의 힘에 스스로 무너지는 인간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일까? 어찌 되었든 셰익스피어가 별 이유 없이 뒤늦게 추가시킨 제3의 뱅코 암살자를 로스로 설정한 것과 그의 역할로 영화를 마무리한 것은 셰익스피어의 '맥거핀 효과'를 코엔이 되살린 것은 아닌지 살짝 미소를 머금게 만든다.

 

다시 한번 상기한다.

 

악으로 시작한 것은 더 큰 악으로 강해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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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는 볼 만한 영화가 없어서 그만 끊을까 생각하던 중에 우연히 노아 바움백 감독의 <결혼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바움백의 <프란시스 하>를 본 이후 언젠가 꼭 봐야겠다고 벼르던 영화였다. 플롯에 취하고 배우들의 연기력에 혼몽해진다. 스칼릿 조핸슨, 아담 드라이버, 로라 던이 일품 연기는 자칫 진부해질 수도 있었던 스토리를 팽팽한 낚싯줄처럼 잡아당겨 숨 막히는 아픔으로 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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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바움백 감독의 2019년 영화 <결혼 이야기>의 한 장면

 

<프란시스 하> 보다는 말랑말랑한 이야기지만 보는 내내 가슴이 저미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영화가 남자 쪽에 더 공감이 갈 수 있도록 만든 것인지 아니면 내가 남자이기 때문에 아담 드라이버에 더 감정이입이 돼서 그런 것인지는 판단키 어렵다. 사랑은 언제나 지독히도 삶을 배반한다. 어느 순간 불쑥 한 남자와 한 여자를 하나로 엮어버리고는 결코 혼합될 수 있는 이질성을 곳곳에 노출시키고는 나자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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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바움백 감독의 2019년 영화 <결혼 이야기>의 한 장면

 

하지만 이 영화는 아름답다. 무엇보다 바움백 자신이 스스로 경험하고 느낀 바를 쏟아내는 것 같아서 그 솔직함 때문에 전신의 감각을 곤두세운다. 누군가가 두 사람에게 사랑을 선물한 것이 아닌 것처럼, 그 누구에 의해서도 사랑은 빼앗기지 않는다. 단지 두 사람이 제대로 서 있기 위해서 사랑은 흥정을 한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넘어질 때 우리는 종종 더 사랑을 체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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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색깔: 레드>

아드리안 파네크 감독, 2024

 

영화의 포스터에 피해 여성의 입을 검은색으로 가린 이유는 실제 영화 속의 이미지가 너무나 끔찍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특별한 점이 있다면 바로 그 끔찍한 이미지, 연쇄 살임마의 도착적인 행동뿐이다.

 

물론 스토리와 영화의 전개는 제법 흥미롭고 긴장감을 잘 끌고 나간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자면 흔한 연쇄살인 영화의 폴란드판이라고 하겠다. 꿋꿋한 젊은 검사의 행보는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기는 하지만 말이다.

 

근데 조금은 인위적으로 생각되는 영화 마지막의 반전이 굳이 필요했던 것일까? 물론 반전의 내용은 흥미로운 점이 있지만 영화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자본주의화된 폴란드의 현 모습을 담아낸 것일까? 그건 잘 모르겠다. 그냥 틀어놓고 자도 된다는 생각으로 넷플릭스 영화를 보곤 하지만 늘 후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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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우연히 화면에 띄웠을 때 3시간이 넘는 제법 긴 러닝타임의 인도판 액션 활극 <RRR>을 끝까지 볼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할리우드 뺨치는 놀라운 액션과 화려함에 매혹되어 결국 인도 영화의 빠지지 않는 춤과 노래의 향연으로 끝을 맺을 때까지 다 보고야 말았다. 보고 난 후에 검색을 해보니 이런 류의 영화치고는 평론가들의 평점도 파격적으로 높게 매겨져 있었다.

 

물론 이 영화는 전형적인 오락 영화이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게 되면 식민지 인도의 역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영화의 첫머리에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과 부족 등은 모두 허구라고 밝히고 있다. 이것을 굳이 밝힌 것은 약간 우스운 일이다. 그런데 긴 춤과 노래의 엔딩 씬에 등장하는 거대한 초상화로 표현되는 몇 명의 인물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실제 역사적인 인물인 것처럼 느껴진다. 만약 그렇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이 놀라운 오락 활극에는 매우 도발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도의 식민지 해방운동 말하면 으레 간디나 네루 등을 떠올린다. 그것을 넘어서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이 영화는 영국의 식민지배에 대한 무장항쟁을 기억하도록 만들고 있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어디 그 넓고 많은 인도의 땅과 민중에서 간디를 중심으로 한 평화적 운동만이 있었겠는가? 이 영화는 이러한 보편적인 지식에 대한 통렬한 도발이다. 무장 투쟁을 하다가 죽어간 영웅적인 인물들을 기억하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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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로(길목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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