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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목연재] 하죽도에 삽니다

  1. 다시 사랑이다

    이 아침,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서 온몸이 간질간질 죽을 것 같다 꽃이 피려나. <開花> 전문 우리 섬에는 네 가구 여섯 명이 산다. 위, 아래, 옆집. 워낙 조용하고 부지런해서 하루 종일 어디서 뭐 하는지도 모른다. 어쩌다 말소리가 나면 반가워서 저절로 ...
    Date2025.03.14 By관리자 Views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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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름 없는 사람들

    내 고향은 고아원입니다. 조금 더 자라서 내 집은 갱생원이 되었고요. 사람들은 나를 보면 피하고 아이들은 돌을 던지기도 했지요. 아무 데서나 먹고 아무 데서나 자고 그렇지만 거지는 아니었습니다. 쓰레기를 뒤지고 고물을 주워 모으는 넝마주이라는 직업...
    Date2025.02.08 By관리자 Views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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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부림절을 맞이하며

    서성이는 아침은 싫어 해 뜨는 산을 향해 소리치며 내달리고 싶어 기약 없는 아침은 싫어 바람 부는 들녘이라도 손 흔들며 반기고 싶어 살아간다는 것은 기쁨이야 하루를 산다는 건 그물을 싣고 바다를 향해 떠나는 싱싱한 희망이야 어젯밤의 졸린 눈으로 하...
    Date2025.01.15 By관리자 Views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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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보냄을 받는다는 것은

    마지막 이삭마저 거두어간 빈 들에 섰습니다 잔설 젖은 볏짚을 몇 줌 집어 가슴에 안는데 바람이 자꾸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옵니다. 한 해를 돌아보는 길 위에는 눈물이 고이고 한숨이 흐르고 아무리 우악스럽게 움켜쥐고 버둥거려 봐도 남은 건 결국 지푸라기...
    Date2024.12.08 By관리자 Views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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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삶에는 불청객이 찾아오지만...

    지금 우리 섬에는 멧돼지가 극성이다. 밤마다 밭을 헤집고 다니며 파내고 파먹어서 마을이 성한 데가 없다. 우리는 매일 아침 그 댁 밭은 안녕하신지 안부를 나누고 저녁에는 모처럼 모였다가도 어둠이 내리기 전에 서둘러 흩어진다. 멧돼지가 수영을 잘한다...
    Date2024.11.07 By관리자 Views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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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착각의 단상들

    50년 지기 친구와 결별했다.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가까운 관계. 같이 교회를 다녔고 집이 한 동네라 걸핏하면 만나서 산책하고 수다를 떨던,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고, 어떤 속말도 편하게 할 수 있는 사이였는데... 무엇보다 우리는 취향도 비슷하고 의...
    Date2024.10.07 By관리자 Views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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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여름날, 우리는

    오늘 처음으로 에어컨을 틀지 않고 새벽예배를 드렸다. 여름이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미역 작업을 돕기 위해 섬에 들어왔던 사람들도 하나, 둘 떠나고 다시 섬에는 적막과 고요가 스며들고 있다. 무엇보다 무사히 미역 작업을 마치게 되어서 다행이고 감사하...
    Date2024.09.10 By관리자 Views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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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든든한 남편

    오늘 빗길에 근 한 시간을 달려 그녀를 만나러 갔다. 우리는 초면이었고 나는 그녀의 남편과 먼저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그녀는 사람이 지나다니기에 좀 비좁은, 그리 크지 않은 마트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초롱초롱한 눈빛에 활기가 느껴지는 다부진 인상이...
    Date2024.08.07 By관리자 Views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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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받아들이다 보면

    부부의 세계는... 노부부께서 배에서 일하시는 게 보인다. 말이 필요 없다. 오랜 세월 함께 일해 온 가락이 있는 것이다. 그저 밀고 당기는 그 움직임이 춤을 추는 것 같다. 그러나 멀리서 보면 평화로운 풍광이지만 그물을 걷어 올리고 팔딱거리는 생선을 얇...
    Date2024.07.08 By관리자 Views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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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신앙의 도상에서

    변질과 변심 사이 코로나19를 지나며 아들네가 교회를 안 다닌다. 어릴 때는 집이 교회 옆이라 교회에서 살았고, 객지 생활하던 청년 때도 성가대를 하며 교회 생활을 했고 결혼하고는 그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성가대 총무까지 하더니 쉼표, 이후 아직도 쉬고...
    Date2024.06.05 By관리자 Views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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