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영화는 나딘 라비키 감독의 "가버나움(Capharnaum, 2018)"입니다.
평소에 난민 문제를 다룬 영화를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며칠 전에 2022년 EBS 국제다큐영화제에서 상영한 "그림자 놀이(shadow Game, 2021)"를 보고, 난민 문제를 다룬 영화 한 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작년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전 세계의 강제 이주민 인구가 1억 명이 넘었고, 전 세계 난민 2,710만 명 중 2/3가 전쟁과 굶주림 등으로 고향 땅을 떠난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남수단, 미얀마 난민과 국외로 강제 추방된 베네수엘라 난민들입니다.
강제 이주민의 35%가 넘는 3,650만 명이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로 구성되어 있고, 지난 3년간 매년 평균 35만 명에서 40만 명의 아이들이 난민 신분으로 태어났습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그 수가 급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목숨 건 탈출을 시도했지만 대다수의 난민들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전 세계 난민의 83%가 중저소득 국가에 수용되었으며, 최저개발국 또한 난민 27%의 망명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난민들이 많이 수용되어 있는 나라들을 보면 터키(370만+), 요르단(290만+), 레바논(140만+), 파키스탄(140만), 우간다(110만+) 등이며, 다수의 부유한 국가들은 망명 신청을 까다롭게 만들어, 난민들은 육상과 해로를 통해 목숨을 건 위험한 여정을 떠날 수밖에 없고, 밀수업자와 인신매매업자들은 덕분에 큰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가버나움"은 난민과 불법 체류자에 대한 영화입니다.
갈릴리 지방에 있는 가버나움은 갈릴리 바다 북쪽 해안마을입니다.
예수님이 많은 기적과 가르침을 행한 장소이나 가버나움 사람들이 회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멸망을 예언하였고 6세기 경 쇠퇴하여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으로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혼돈이나 혼란을 의미하는 은유적인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기도 해서 혼란스러운 장소라는 뜻으로 제목을 삼았을 것이라는 의견과 가버나움이 ‘위로의 마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예수님이 방문해서 기적을 일으킨 곳이기도 해서 새로운 기적을 바라는 마음에서 정한 제목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두 가지 의미를 다 내포하고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감독은 본인이 염두에 두고 있던 주제인 아동학대, 난민문제, 존재를 증명하기기 위한 서류 등을 생각하다 가버나움을 제목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영화 내용은 레바논의 베이루트에 살고 있는 12살로 생각되는 자인과 혼자 아이를 키우는 불법체류자인 라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나딘 라바키 감독은 거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던 12세 시리아 난민인 자인 알 라피아를 보고 주연으로 발탁했습니다. 영화는 실화는 아니지만 많은 부분이 출연진들의 실제 상황을 나타내고 있으며, 영화 속 대사에 자인의 의견이 반영되었다고 합니다.
감독도 자인의 변호사 역으로 출연하고 있고, 자인 외에도 라힐, 요나스, 사하르 등 영화의 출연진 대부분은 영화 속에서 나오는 역할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으며, 영화 속의 상황들이 실제 벌어지기도 하였습니다.
감독은 이들의 진짜 생활을 있는 그대로 카메라에 담았을 뿐이고, 특별히 어떤 연기를 요청하지를 않았다고 합니다. 그들을 관찰하고 지켜보면서 영상으로 담은 결과가 이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의 끝부분에 자인과 다른 출연진들이 실제로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자막으로 나옵니다.
이 영화는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가버나움"도 잘 만든 영화이고 난민과 불법체류자의 실상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 영화이지만 실제 다큐멘터리를 봐야 더 현실감 있게 난민 문제를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림자 게임(Shadow Game, 2021)"을 적극 추천합니다.
영국 뒷골목에서 살아가는 불법 체류자와 난민들의 이야기를 다룬 "더티 프리티 씽(Dirty Pretty Things, 2002)"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