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영화는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전장의 크리스마스(戦場のメリ?クリスマス, Merry Christmas, Mr. Lawrence, 1983)입니다.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이 영화의 주연을 맡았으며 이 영화의 음악을 담당하였던 류이치 사카모토가 2023년 3월 28일 사망하여 그를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류이치 사카모토
일본,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의 합작영화이며, 로렌스 판 데르 포스트의 소설 <씨앗과 파종자 (The Seed and the Sower)>를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씨앗과 파종자>는 2차 세계대전 참전 중 자바 섬 일본군 포로수용소에서의 포로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입니다.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것은 배우로 출연 요청이 있어서인데 평소에 존경하고 있던 감독이라 수락을 하면서 영화음악을 맡겨달라고 요청하여 영화음악을 맡게 되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세계적인 영화음악가가 되었습니다.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 때 일제 침략을 찬양하는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출연시키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신인 배우들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처음에는 요노이 대위 역에 가수이며 배우인 사와다 겐지로 생각했는데 막상 영화를 촬영하게 되었을 때 일정이 맞지를 않아 후보 사진들 중에서 분위기가 사와다와 비슷한 사카모도를 선택하였습니다.
류이치 사카모도의 첫 출연 작품인데 본인이 완성된 이 영화를 처음 보면서 자신의 형편없는 연기에 거의 기절할 뻔하였다고 합니다.
잭 셀리어스 영국 육군 소령 역으로는 데이빗 보위가 선택되었는데, 감독이 브로드웨이 연극 The elephant man에서의 연기를 보고 배역을 맡기게 되었습니다.
이 감독의 영화들은 평범하지가 않고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들이 아닌데 이 영화도 예외는 아닙니다.
태평양 전쟁 기간의 일본 포로수용소를 다루고 있고, 네덜란드군 포로 더용을 성폭행한 조선인 군속 가네모토에 대한 내용, 그리고 동성애를 다루었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상영되지 않았고 영화음악만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영화를 제공하는 곳은 없는데, 다행히 2019년 나온 DVD를 구입해서 볼 수는 있습니다.
프랑스의 영화잡지 카예 뒤 시네마 베스트 1983년 3위에 선정이 되었고, 1983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었지만 수상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2021년 5월호(▶)에 소개한 "류이치 사카모토의 코다"라는 영화를 보시면 류이치 사카모토를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코다" 후반에 등장하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2017년 파크 애비뉴 아모리에서의 콘서트 실황을 담은 "류이치 사카모토: 에이싱크( RYUICHI SAKAMOTO: async AT THE PARK AVENUE ARMORY, 2017"도 같이 추천합니다.
최근에는 유희열의 음악 표절 시비 때문에 한겨레신문과 서면 인터뷰(▶)를 한 적도 있습니다.
영화음악을 담당한 영화로는 "마지막 황제 (1987)", "마지막 사랑 (1990)", "리틀 부다 (1993)", "철도원 (1998)",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2015)", "남한산성 (2017)"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