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영화는 펠릭스 반 그뢰닝엔과 샤를로트 반더미르히 감독의 "여덟 개의 산(The Eight Mountains, Le otto montagne, 2022)"입니다.
최근에 나온 영화를 소개해드리는 것은 오래간만입니다.
이 영화를 보는 순간 영화에 몰입하게 되었고 알프스의 경관과 배경 음악도 마음에 들어 이 영화는 바로 소개를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벨기에 출신의 펠릭스 반 그뢰닝엔 감독과 샤를로트 반더미르히 감독은 부부 사이인데 펠릭스 반 그뢰닝엔 감독의 요청으로 같이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하였습니다.
이탈리아 알프스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두 친구 피에트로와 브루노의 40년 간 우정과 인생을 빠르지 않은 속도로 다룬 영화로 이탈리아 작가인 파올로 코녜티의 동명 소설이 원작입니다. 작가는 이 소설로 2017년 스트레가상을 비롯하여 프랑스의 메디치상과 영국의 PEN 번역상도 수상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으며 국내에도 번역 출판이 되었습니다.
"여덟 개의 산"이라는 제목은 힌두교와 불교의 세계관에서 세계의 중심에 있다는 수미산을 둘러싸고 있는 여덟 개의 산을 의미하는 데, 이 영화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는 영화를 직접 보면 알 수 있겠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바로 느끼게 되는 특징은 좁은 화면비입니다. 요즈음 영화는 16:9(1.77:1)나 21:9(2.39:1) 화면비로 촬영을 하는데 이 영화는 4:3(1.33:1) 화면비로 촬영을 하였습니다. 알프스의 풍광을 담는 것보다 두 사람에게 더 집중하기 위해 이런 선택을 했다고 합니다.
"여덟 개의 산" 대부분은 이탈리아 북서부에 위치한 발레다오스타 주에서 촬영했습니다. 발레다오스타 주는 프랑스와 스위스의 국경과 접해 있으며, 알프스 3대 명봉으로 불리는 몽블랑, 마터호른과 몬테로사를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에 주로 등장하는 곳은 몬테로사 산맥의 아야스 계곡(Valle di Ayas)에 있는 브루손(Bryson)이라는 마을입니다.
"여덟 개의 산"의 촬영을 위해 모든 사람들이 해발 3,300미터에서 필요한 세트를 만들어 생활했고, 7개월 동안 촬영을 하였습니다.
피에트로 역을 맡은 루카 마리넬리는 잭 런던의 자전적 소설을 영화화한 "마틴 에덴(Martin Eden, 2019)"에서 마틴 에덴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하였던 배우입니다.
알프스의 자연경관과 더불어 배경 음악이 인상적이었는데 , 펠릭스 반 그뢰닝엔과 샤를로트 반더미르히 감독이 영화 음악을 스웨덴 가수인 다니엘 노르그렌에게 맡기려고 했으나 작곡할 시간을 낼 수가 없어 포기하였다가 적절한 다른 작곡가를 찾지 못해서 결국에 다니엘 노르그렌이 이전에 <Alabursy>(2015)와 <Buck>(2013)에 발표한 곡들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하였습니다.
다니엘 노르그렌은 스웨덴의 밥 딜런이라고 불리는데 영화 속의 브루노처럼 실제 산속의 집과 스튜디오에서 생활하며 음악을 만든다고 합니다.
이 영화는 제75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알게 된 펠릭스 반 그뢰닝엔 감독의 다른 영화 2편 "브로큰 서클(The Broken Circle Breakdown, 2012)"과 "뷰티풀 보이(Beautiful Boy, 2018)"도 볼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