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영화는 엘리아 카잔 감독의 “워터프론트(Waterfront, 1954)”입니다.
김병준이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에 선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엘리아 카잔 감독이 생각났습니다. 김병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가, 노무현대통령 시절에 정책실장을 맡았던 사람이 박근혜 정권 말기에, 그것도 탄핵을 앞에 둔 상황에서 국무총리를 맡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엘리아 카잔 감독은 미국에 매카시즘 광풍이 휘몰아치는 1952년 미국 의회 반미조사위원회에 출석해서 자신이 과거에 공산당원이었음을 고백하고, 8명의 동료를 공산당원으로 밀고하였습니다. 그 후 변절자임을 스스로 밝히고, 자신이 공산주의자로 지낸 것은 과오였으며, 공산주의와 공산주의자들을 색출하는데 협력하자는 글을 뉴욕타임즈에 기고하기도 하였습니다.
“워터프론트”는 이 와중에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1949년 탐사보도 부분 퓰리처상을 받은 말콤 존슨의 '워터프론트 범죄'를 영화화한 것으로 뉴욕 부두에서의 폭력과 부패를 다루고, 폭력조직에 의해 휘둘리고 있는 부두노동조합의 범죄행위를 정부에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각본은 원래 아서 밀러가 쓰고 있었는데, 엘리아 카잔이 반미조사위원회에서 동료를 밀고한 후 관계를 끊자, 같이 반미조사위원회에서 증언한 버드 슐버그가 각본을 다시 썼습니다. 영화를 보면 본인들의 밀고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한 변명을 영화의 주제로 삼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주인공인 테리 말로이가 부두노동조합의 비리를 폭로한 후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내가 한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외칠 때 감독 자신도 동일한 기분을 느꼈다고 고백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는 1988년 펴낸 자서전에서 아카데미 8개 부분을 수상한 그날 밤 복수의 맛을 봤고 즐겼다고 회상하고 있으며, "워터프론트"는 바로 본인의 이야기라면서, 자신을 비판한 사람들을 비웃었다고 합니다. 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과한 적도 없고, 밀고한 동료에게도 미안해한 적도 없었기 때문에 더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영화감독입니다.
“워터프론트”는 아무 것도 모르고 보면 감동적인 영화입니다.
말론 브란도의 연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로 그는 처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며 이후 한참 지난 다음 “대부"에서 다시 2번째 남우주연상을 받게 됩니다. 옛날 영화이지만 지금 다시 봐도 여전히 출연 배우들의 연기는 뛰어납니다.
레너드 번스타인의 음악이 영화의 맛을 더욱 깊게 합니다. 레너드 번스타인도 매카시즘 광풍에 어려움을 당한 예술인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의 음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엘리아 카잔의 영화계의 중요한 역할은 영화감독으로서보다 1947년 리 스트라스버그와 같이 만든 액터스 스튜디오를 통해서 입니다. 말론 브란도, 제임스 딘, 몽고메리 클리프트, 폴 뉴먼, 로드 스타이거, 워런 비티 등을 배출하였으며, 이들의 연기가 영화계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음의 영화들은 “워터프론트”와 함께 보시면 좋겠습니다.
밀고를 하지 않아 고초를 겪게 되는 10명의 의인 중 한명인 “트럼보(Trumbo, 2015)”를 통해 그 당시 어려움을 겪은 예술인들의 삶의 단면을 볼 수 있으며, 매카시와 맞서서 싸운 에드워드 머로를 다룬 “굿나잇 앤 굿럭(Good Night, And Good Luck, 2005)”도 추천 드리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고 후기를 보내 주시는 조합원에게는 문화상품권을 보내 드립니다."
[보내실 곳 : gilmok@gilmok.org 길목극장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