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의 영화는 세미 카플라노글루 감독의 “허니(Bal, Honey, 2010)”입니다.
국내에서는 2013년에 개봉한 영화로 시인 유세프의 일대기를 담은 3부작인 “에그(Yumurta, Egg, 2007)”, “밀크(sut, Milk, 2008)”, “허니(Bal, Honey, 2010)” 중 제일 나중에 나온 작품입니다. “에그”는 40세의 유세프, “밀크”는 16세의 유세프, “허니”는 6세의 유세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터키 아나톨리아 지방의 아름다운 자연, 그 중에서도 숲이 보여주는 느낌이 인상적이었던 영화였고, 영화음악을 따로 사용하지 않고 들려오는 바람 소리, 새 소리, 발자국 소리 등의 자연의 소리는 저를 더 자연 속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해심 많은 양봉업자인 아빠와 학교를 다니는 6살의 유세프, 이 중에서도 유세프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며, 영화를 통해 6살 먹은 유세프의 가볍지 않은 성장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 장면 중에 여학생이 혼자 읽는 시를 들으면서 서 있는 모습에서 시인 유세프의 어릴 때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시는 아르튀르 랭보의 ‘감각’이라는 시로서 첫 귀절을 빼고 전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름날 푸른 저녁 나는 들길을 걸어가리라.)
밀 잎에 찔려도 나는 잔풀을 밟으며 가리라.
꿈꾸는 사람처럼 나는 그 신선함을 발아래 느끼리라
나는 바람이 모자를 벗은 머리 위를 감싸게 하리라.
나는 말하지 않으리.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리라.
그래도 무한한 사랑이 내 영혼 속에 솟아오르리라.
그래서 나는 가리라. 멀리 멀리 마치 보헤미안처럼.
한 소녀와 함께인 것처럼 행복하게 대자연 속으로 가리라.
저는 흥행을 목적으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빠른 템포의 미국 영화들보다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느린 템포로 다룬 유럽영화들을 좋아하는데, 이 영화도 그 범주에 드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는 카메라를 이동하지 않고 길게 지속해서 촬영하는 롱 테이크 기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세미 카플라노글루 감독은 우작(Uzak, Distant, 2002)을 감독한 누리 빌게 제일란과 같이 터키를 대표하는 감독이라고 할 수 있고, 이 영화로 제 60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후기를 보내 주시는 조합원에게는 문화상품권을 보내 드립니다."
[보내실 곳 : gilmok@gilmok.org 길목극장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