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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진료 일 년을 지나오며
방문 진료를 시작한 지 어느새 일 년이 훌쩍 지나갔다. 처음에 가보지 않은 길을 새로 만드느라, 이미 시작하고 있는 의원에 직접 찾아가서 함께 찾아가는 진료를 다녀보기도 하고, 경험이 있는 의사들을 초빙해서 강의를 들어보기도 하고, 장애인 주치의 교... -
노년의 사회학과 역할 이론
"어떻게 건강하게 늙어갈 수 있을까? 아프지 않고 존엄하게 죽을 수 있을까? 다른 이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과 걱정은 60세가 지난 모든 노인들이 당면한 과제이다. "건강하지도 않고 아프고 누군가의 돌봄에 의존... -
임종을 앞두고 가족들이 알아야 하는 일들
보통 전화나 이메일로 방문진료 요청을 받을 때, 가장 빈번한 가족의 호소는 어르신이 "식사를 못 하신다"이다. 옛날 어르신들 말씀에 "곡기를 끊는다"면 죽을 날이 가까운 거라는 게 방문진료를 하면서 더 절실히 경험하게 되었다. 90세 정정하시던 남자 어... -
삶에서 죽음을 미리 맞이하는 생전 장례식
오늘은 5월 1일 노동절이라 월요일마다 나가는 방문 진료를 쉬게 되었다. 딸 부부와 손자가 주말에 와서 북적거리다가 아침 식사를 하고 떠났다. '자식들과 손자가 찾아오면 반갑고 떠나면 더 반갑다'는 말이 실감 나게 갑자기 한가로운 시간을 맞이... -
생애말기 돌봄과 완화의료
영등포의 한 아파트에 방문 진료를 나갔을 때 본 55세 여자 환자는 5년 전 뇌출혈로 전신마비가 와서 침대에 누워있는 상태였고 호흡을 위해 기관지 삽관을 한 상태였고 음식을 삼키지 못하여서 위루관으로 위에다 직접 관을 통해 유동식을 주입하는 상태였다... -
죽음과 기억, 애도, 그리고 삶
"죽겠다는 소린가"로 시작되는 최현숙 소설 <황노인 실종사건>을 읽어보면 우리 사회의 가장 아래 계층에 속하는 독거노인들의 삶과 죽음의 내용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소설 속 "가난한 노인들은 세상의 부조리에 자신이 만든 부조리까지 보태어 징그럽게 버티... -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읍에 살면서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동네 농사짓는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은 <때>, 즉 시간이다. "제때 잘 맞추어야 한다"라고 동네 사람들이 어우러진 담소 모임에는 항상 나오는 말이다. <농가월령가>에 나오는 24 절기는 음력과 그에 대응하는 ... -
집과 삶의 조건
의식주(衣食住)가 인간 생존의 필수조건이라 할 때, 그중 주(住)에 해당하는 집이란 무엇일까? 주로 먹고 자고 쉬고,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매우 사적인 공간일 것이다. 집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내가 나답게 편하게 눈치 보지 않고 제재받지 않고 마음대로... -
사랑과 돌봄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누군가의 돌봄으로 살아왔다. 출생 이후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었기에 누군가 즉, 부모이든 양육도우미든, 할머니든, 아니면 보육원 교사든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고 안아주고 업어주고 자장가 불러주고 아프면 약 먹여주고 놀이터에서 놀아주고 ... -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방문의료
76세 이모에게 방문진료를 하고 있다고 말씀드리니까, “아하, 왕진?”하고 대답하신다. 아마 ‘방문진료’, ‘방문의료’나 ‘재택의료’ 등의 단어보다 어르신들은 ‘왕진’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