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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목연재] 고상균의 "그곳엔 맥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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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균의 "그곳엔 맥주가 있다"를 시작하며...

posted Jan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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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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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란 정말 가속력이 붙는 것일까? 아직 인생이 무엇인지 한 개도 모르겠지만, 정말 '어'하는 사이에 2024년이 지나가고 벌써 한 해가 시작되었다. 그러는 동안 지난해 여름, 제법 큰 꿈을 품고 다녀왔던 2주간의 유럽 맥주 기행은 '내게 그런 일이 있었나?'싶은 정도로 아득하게, 혹은 꿈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같은 영화의 주인공들이 살고 있음직한 침엽수림 사잇길을 걷다 왈칵 쏟아지는 눈물에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했고, 중세를 고스란히 간직한 석벽 앞에서 맥주 한 모금을 넘겨보기도 했으며, 물어 물어 찾아간 펍에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마음으로 만취해 보기도 했던 시간....... 없는 살림에 언감생심 감행했던 그 소중한 여행이 빛바랜 사진 마냥 희미해지는 것은 너무 아깝지 않은가? 

 

하여 올해, 길목인에 기고하게 될 글들은 개인적으론 그냥 두었다간 더 멀리 날아갈 것 같은 기억의 조각들을 현실의 자리에 모자이킹하는 의의가 있다. 이를 조금 확장해 보자면 지난해 봄과 가을에 진행했던 맥주 인문학 강좌에 참여했던 분들에게는 애프터 서비스, 그렇지 않았던 분들에게는 한국엔 잘 소개되지 않은 핀란드와 발트 3국 맥주, 그리고 개인 여행으론 가보기 쉽지 않은 트라피스트 맥주 양조 수도원에 대한 짧은 안내서로써의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 크다. 한 가지 더, 올봄과 가을로 예정하고 있는 맥주 인문학 국내·외 투어의 사전 정보 전달의 창구도 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요런 얄팍한 문장으로 한 번 홍보하고 지나감에 혜량(惠諒)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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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앞으로 이어지는 글은 지난 여름의 유럽 맥주 투어 대한 일종의 기행문 비슷한 것이 되지 싶다. 이에 따른 대략적인 순서는 2주간의 여정을 따라 핀란드 헬싱키, 에스토니아 탈린·사아레마, 라트비아 가우야 국립공원 지역·리가, 리투아니아 사울레이·카우나스·빌뉴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준데르트, 벨기에 안트베르펜, 네덜란드 라트라페·헤이그 등이 되겠다. 이렇게 적고 보니 다닐 때 보다 훨씬 엄청난 일정으로 다가온다. 유럽은 비교적 면적이 크지 않은 나라들이 국경을 맞대고 밀집해 있는 경우가 많다. 각각의 국명보다 발트 3국 또는 베네룩스 3국 등으로 명명하는 것에 더 익숙한 이번 여행지가 그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이 지역들에 대해 '그리 조그맣고 가까운데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비단 나만의 선입견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여행하는 외국인도 서울에서 겪는 일과 강릉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다를 것임에 분명하듯, 바로 옆에 붙어있는 지역이나 국가라 하더라도 언어와 종교, 역사적 배경이 매우 상이한 경우가 많았음에 새삼 놀라며, 내가 가진 문화적 편협함을 성찰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토록 맛있는 맥주가 다양하게 있고, 크래프트 맥주 역시 잘 발달한 맥주 강국인 핀란드와 발트 3국이 한국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에도 놀라움이 컸다. 이와 아울러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인 6월을 맞아 관공서나 백화점뿐 아니라 웬만한 규모의 펍에는 모두 프라이드 깃발이 걸려있었던 핀란드, 테라나 카스같은 대중 라거 맥주의 수준도 상당하고 이마트, 홈플러스 같은 느낌의 대형마트 1층에 전문적인 크래프트 맥주 펍이 자리하고 있는 에스토니아, 이웃과 지역 생태계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트라피스트 맥주 양조 수도원들을 지나며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공적 단위의 사회적 역할 등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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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더 많은 이야길 적었다가는 나중에 장사할 게 없어질 터! 궁금하시더라도 조금만 참고 달마다 나올 졸고를 기다려 주시길 삼가 머리 숙여 청한다. 무척이나 놀랍고 분노하며, 또 슬프고 걱정되는 일이 많은 요즘이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며 정신만 차리면... 같이 상투적인 이야기는 그만두자. 정치적 수준이 시민의 수준을 따르지 못하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더욱 힘써 외치며 손잡으며 걸어 나가야 할 지금, 맥주 한 잔 나누며 마음을 위로하고 이웃을 보듬는 우리의 삶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곳엔 맥주가 있다" 시작! 

 

고상균 프로필.png

 


  1. 고상균의 "그곳엔 맥주가 있다"를 시작하며...

    1 세월이란 정말 가속력이 붙는 것일까? 아직 인생이 무엇인지 한 개도 모르겠지만, 정말 '어'하는 사이에 2024년이 지나가고 벌써 한 해가 시작되었다. 그러는 동안 지난해 여름, 제법 큰 꿈을 품고 다녀왔던 2주간의 유럽 맥주 기행은 '내게 그...
    Date2025.01.13 By관리자 Views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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