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수괴 운석열 탄핵 기념 호외
맥덕이라면 탄핵에 반드시 동의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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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청구인 윤석열을 탄핵한다!
4월 4일, 대한민국은 실로 역사적인 시간을 보냈다. 개인적으로 '역사적'과 같은 상투적 표현에 대한 사용을 가급적 자제하는 편이지만, 정말이지 이날은 문자 그대로 역사에 대대로 남을 사건이 아니겠는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무척 답답한 것임에 분명하다. 게다가 자신이 몹시도 사랑하는 사람이 곤경에 처하는 모습을 바라봐야 하는 것만큼 힘든 일은 많지 않다는 것도 잘 알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이라는 자가 국민이 자신에게 부여한 국가 최고 행정 권력을 화풀이, 사랑 풀이에 사용하면 되겠는가?
그가 벌인 이 희대의 '풀이'로 인해 2024년 12월 3일부터 해를 넘기고, 겨울이 갔으며, 꽃이 피기 시작할 때까지 수많은 시민들은 고구마와 미숫가루를 물도 없이 먹은 것 같은 느낌에 밤잠을 설쳐야만 했다. 또 집회 참여하느라 저녁과 주말 없는 날을 보내야 했으며, 여의도에서 광화문과 안국동에서, 그리고 한남동과 남태령에서 추위와 싸우며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그뿐인가? 출렁이는 환율과 주가, 싸늘해진 소비심리로 국가 경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로 밀려들어갔고, 그 와중에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으며, 노동자는 일터에서 쫓겨났다. 그가 '아무 일도 일었나지 않았다'던 그 기간 동안 실은 무척이나 많은 일들이, 그것도 매우 우울한 일들이 수도 없이 발생하고 있었던 거다. 그랬던 기간이 4월 4일 일단락되었다.
문득 이 어처구니없는 기간이 '12월 3일'에 시작하여 '4월 4일'에 끝났으니, 훗날 역사가들은 이 시기를 '1234 민주화 운동'으로 명명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내란수괴 운석열 탄핵 기념 호외 "맥덕이라면 탄핵에 반드시 동의해야 하는 이유"를 세 가지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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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술맛 떨어지게 했다.
무엇보다 먼저 선언하고 싶은 그의 범죄는 우리 모두에게서 술맛을 앗아갔다는 것이다. 사실 술이란 기쁠 땐 그 기쁨을 증폭시키고, 슬플 땐 지극한 슬픔과 직면하게 도와주며, 답답할 땐 맥주 한잔의 청량감으로 속 시원함을 선사하고, 힘들 땐 든든함과 넉넉함을 선물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12.3 내란의 충격 앞에서 술꾼들은 그만 술맛을 잃어버렸다. 어지간해야 친구도 만나고 술도 찾을 것이 아닌가? 상상 초월 스펙터클 해괴망측 괴사건 앞에선 국내에 딱 한 병 들어온 트라피스트 맥주가 내 앞에 있다 해도 쉽게 마실 마음이 동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까진 못하겠지만, 거의 그에 상응할 만한 상황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대한민국 술꾼들에게서 술맛을 앗아간 그, 탄핵받아 바땅하다!
둘째, 전 국민으로 하여금 음주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지게 했다.
정치 전면에 나서면서부터 그를 늘 따라다녔던 것은 술과 관련한 추문이었다. 폭탄주를 정신없이 마신다는 이야기에서부터, 민생시찰로 들른 시장 해산물 좌판 앞에선 '여기에 소주 한 병만 있으면 되겠네' 등을 주절거리다 욕을 먹질 않나, 소통 좀 하라는 문제 제기가 있으면 죄다 술집으로 불러 한잔 하는 사진만 찍어대곤 해결된 게 하나도 없었다. 그뿐이랴? 할 일은 온통 내버려 두곤 추경을 해서까지 돌아다녔던 순방 빙자 해외여행에서도 그의 음주는 늘 도마 위에 올랐고, 결국 남의 나라 대통령을 지칭하며 실언하는 장면이 언론에 그대로 드러나는 등 윤석열과 음주는 한 세트로 회자되었다. 끝내 내란을 획책하는 자리 역시 새벽까지 안가에서 이어진 술자리가 아니었던가?
나는 오래된 영화 '넘버3'에서 마동팔 검사(최민식 역)의 저 유명한 대사를 사랑한다.
막말로 죄가 무슨 죄가 있어. 솔직히 죄를 저지른 X같은 새끼들이 나쁜 거지!
술 인문학 강좌 자리에서 나누는 이야기 중 '그냥 마시면 괜찮은데 섞어 마시면 늘 이상해진다'라고 주장하는 분들에게 나는 늘 이렇게 말한다.
섞어 마시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많이 마시는 게 문제지요. 이것저것 마신 날, 반드시 선생님은 많이 드셨을 겁니다. 잊지 마세요. 술은 잘못이 없습니다. 마시는 사람이 잘못이지요.
생각해 보라. 그의 옳지 않았던 그 수많은 술자리에서 술이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인가? 권력과 직위를 오용하여 그따위 저열한 짓을 벌인 그와 그 패거리, 즉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술에게 잘못이 없다면 음주 역시 그 자체로 문제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겠건만, 너무나 안타깝게도 이제 음주는 내란수괴로 인해 명예를 잃어버렸고, 세인들은 그를 비난할 때. 술자리에서, 술 마시다가, 계엄선포와 심히 늦었던 계엄 해제 선언 역시 술 마시다 그런 거 아니냐는 등 술도 함께 부정적 이미지로 들먹이기에 이르렀다. 음주가 내란의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렇게 음주가 훼손된 상황 앞에서 맥덕의 한 사람으로서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으랴? 그는 탄핵받아 마땅하다!
셋째, 맥주 가격이 인상되었다.
가뜩이나 경기도 좋지 않고, 주머니는 가볍다 못해 뚫어질 듯한데, 맥주 가격까지 덩달아 올랐다. 게다가 먹을 게 떨어진 새벽, 간단히 안주로 쓰기에 딱 좋은 라면 역시 인상....... 맥주 가격 인상의 주요 원인은 원재료 가격 상승, 물류비 증가, 그리고 환율 변동! 가격 상승이야 기후 재앙 등 여러 요인이 있고, 물류비 역시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등 불가학력적 상황이 있을 것이니 윤석열 탓만 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런데 환율 변동, 이건 정말 백퍼 내란 직후 발생한 대표적 문제가 아닌가? 가뜩이나 인상 요인이 커지고 있는 상황 앞에서 발생한 이 내란발 환율 폭등은 그야말로 찰랑거리는 컵에 한 바가지 물을 부어버린 것이 아닌가? 생필품 물가 상승 억제에 만전을 기해야 할 정부가 앞장서서 폭등 요인을 만든 것도 모자라 수사 거부, 출두 거부, 체포 거부, 구속 정지 등으로 불확실한 기간을 무한 연장하려 들었으니 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으랴? 이제 맥덕들은 2%에서 최대 9%까지 상승한 맥주 가격 앞에서 구매를 주저하며 소심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에 대한민국의 맥덕이라면 당연히 외칠 수밖에 없다. 그는 정말 탄핵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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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락은 말 그대로 일단락일 뿐 완전한 해소가 아닐 것이다. 그는 비록 탄핵되었지만, 여전히 기세등등하게 사저 정치를 자행하고 있고, 수괴를 포함해 수많은 내란 공범들에 대한 단죄 역시 갈 길이 멀다. 게다가 내란을 옹호하는 정당과 극우세력은 자신들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조차 모른 채 오늘도 쇳소리를 내며 열을 올리고 있다. 그 와중에 민생은 그야말로 허덕이고 있으며, 세종호텔 고진수 지부장의 고공농성을 포함해 이 땅 이곳저곳에서 처절하게 들려오는 절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내란의 겨울을 거치며, 우리는 뭔가 소중하다고 여겨지는 것이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아픈 이와 연대하는 것은 곧 사회적 아픔과 나의 아픔과 만난다는 것을, 설령 같은 주제를 외치는 자리에 모여있다 하더라도 사회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마음이 없다면 진정한 동지라 부를 수 없음을 느끼지 않았던가?
한 고비를 넘은 지금, 시원하게 맥주 한 잔 하고, 다시 연대의 바다를 향해 각자의 항해를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