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현우진의 홀로요리]

c8d6ca

현우진의 홀로요리 17 : 블랙퍼스트 – 행운의 비결

posted Mar 02, 2020
Extra Form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블랙퍼스트 – 행운의 비결
 

 
아메리칸 블랙퍼스트라고 아시죠?


빵과 계란,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베이컨입니다. 베이컨이 있어야 아메리칸 블랙퍼스트이죠. 그건 미국의 축산관련 협회의 로비 덕분에 생긴 캠페인입니다. 베이컨 소비를 늘리기 위해 아메리칸 블랙퍼스트 스타일을 고안해 놓은 거죠.
아침을 영어로하면 breakfast.
블랙퍼스트는 브레이크 파스트라고..한문식으로 파자를 해보면, 브레이크는 끊다, 파스트는 종교적인 의미로 금식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즉 금식을 끊는다는 뜻입니다. 아니면 자느라고 금식중이었으니 말이 되네요.
그러다가 아침이 되었네요.
그리고 옛날에는 하루에 두끼정도만 먹고 살았으니까요. 하루에 두끼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아침엔 간단하게라도 드세요. 그래야 뇌도 살고, 아침에 맛있는 커피를 먹기 위해서라도 충분히 위장을 달랠 수 있습니다.

돌이켜보니까 소식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소식은 검소한 삶입니다. 때로는 저도 흥청망청 거리는 삶이 있었어요. 내가 이 정도 일하고 이 정도 기획도 잘하고 머리가 좋으니 보상이라도 받아야지. ...
그렇게 바로 나에게 주는 선물이 맛있는 음식들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산해진미를 많이 먹었습니다. 운동도 안하고.
결과는 삐적마른 몸에 배만 나온 복어꼴이 되었네요. 비쩍 마른 사람이 배만 나오면 건강도 건강이지만 불운의 시작입니다.


불운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돼지 고기집에서 삼겹살 구워먹고, 된장찌개를 먹습니다. 집에 돌아와 샤워하고 나서 맥주 한 캔 마시면서 허전하게 라면을 끓여먹는 현상입니다. 집에 오면 허기지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그 허기짐은 바로 마음의 허기였습니다.
허기짐은 사람들과 술 먹고 또 먹고 집에 와서 또 먹는 겁니다. 마음을 돌보지 않으면 몸도 허기지게 느끼는 겁니다. 심야의 반복된 라면 습관은 불운의 시작입니다. 자기 몸을 돌보지 않으니 행운이 찾아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행운은 사나운 야생마같은 녀석이라 확 붙들어매지 않으면 날뜁니다. 그래서 힘이 좋아야 야생마같은 녀석을 잡을 수 있습니다.
제일 좋은 건 간단한 아침식사. 점심엔 맛없는 구내식당에서 절반만 먹기, 저녁은 회식이 많으니까 참석은 하더라도 밥은 먹지 말기. 이 정도로만 지키더라도 굉장히 몸이 좋은 것 같습니다.
 
아침은 어떻게 드시나요. 저는 엄마가 아침을 늘 한상 차려주셨거든요. 빨리 가야하는 데 뜨거운 밥과 뜨거운 국물 때문에 짜증이 났습니다. 그리고 겨우 다 먹었는데 뜨거운 누룽지를 주십니다. 배부른데 또 먹으라고?
친구들이 기억하는 건 저의 집 아침 누룽지입니다. 디저트이지요. 왜 그때 난 짜증냈을까? 엄마한테..늘 보물을 받고 비단옷을 입을 땐 그 가치를 모릅니다.
한번쯤 인생에서 돌덩이를 지고 젖은 옷을 입고 머나먼 인생의 길을 홀로 걸을 때, 그때야 정신 차립니다.
내가 내 손안에 보물을 쥐고, 비단옷을 둘렀는데 더욱 욕심만 내고 만족할 줄 몰랐구나. 엄마가 해준 밥이 그렇게 좋을 줄을 몰랐습니다.
 
지금은 간단히 먹습니다.
저는 세수를 하기 전에 뜨거운 물을 끓이고 컵에 누룽지와 물을 넣습니다. 
세수하고 로션 바르는 동안 컵안에 누룽지는 충분히 불어서 먹기가 좋습니다. 또는 빵하고 치즈, 커피하고 토마토를 먹기도 합니다. 커피는 멋부린다고 커피콩 갈아서 종이 깔고 드립을 해서 먹긴 했지요. 하지만 저의 부주의로 커피가루만 부엌에 쏟고 치우고 정신없더라고요.

 

 

사진1_누릉지_resize.jpg

간단한 아침식사, 누릉지와 물, 그리고 빵과 채소

 

 

그래 허세보다 심플하게 살자. 그래서 아침커피는 드립커피보다 카누 아메리카노로 바꿨습니다. 제가 공유(카누 광고 모델)가 된 것 같은 착각도 들고 아주 좋습니다.
주말아침에 몸이 으스스할때는 토마토스프가 좋지요.
토마토하고 물만 넣고 삶다가 소금 후추 마늘 조금 넣고 더 끓이면 됩니다. 양파나 샐러리가 있으면 좋고요. 사진은 토마토만 넣고 올리브 오일하고 쌀가루를 넣고 끓였습니다. 먹다남은 빵이 있으면 곁들였습니다.

 

 

사진2_토마토_resize.jpg

쌀가루를 넣은 토마토 스프

 

 

아침은 어제 먹다 남은 국물정도에 밥만 말아먹고 가도 행복합니다. 뜨겁지 않은 국물 뜨겁지 않은 밥이지만 그렇게라도 먹고 가면 행복합니다. 그전에 엄마가 아침밥을 먹고가라는 것이 내 행운의 시작인지도 몰랐습니다.
여러분도 아침은 꼭 드세요. 그게 행운의 비결입니다.

 

현우진-프로필이미지.gif

 


  1. 현우진의 홀로요리 24 - 리더의 길, 두반장 가지볶음

    현우진의 홀로요리 24 - 리더의 길, 두반장 가지볶음 예전엔 반에서 1등을 해야 반장을 하니까, 저는 반장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부반장 정도. 그런데, 커가면서 고등학교 때 동아리 회장을 했습니다. 그리고 대학교 들어가서 3월 첫 학기 개강하기 전에 임시...
    Date2020.09.29 Views353
    Read More
  2. 현우진의 홀로요리 23 : 투정 부리고 싶을 때 먹는 음식, 된장찌개

    투정 부리고 싶을 때 먹는 음식, 된장찌개 안녕하세요. 오늘은 홀로요리의 대가를 만나보겠는데요. 함께 인터뷰를 하면서 요리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오늘은 된장찌개를 만드는 법에 대해 이야기 할까요? - 하하하!!! 그렇지 방법을 알려주지. 와아,...
    Date2020.08.30 Views282
    Read More
  3. 현우진의 홀로요리 22 : 못생긴 골뱅이무침

    못생긴 골뱅이무침 '잘생긴 거지가 밥 얻어먹는다.' 잘생긴 거지가 밥 얻어먹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어릴 때부터 저에게 늘 하시던 말씀입니다. 사실 어릴 적에는 그저 세수나 하라는 뜻으로 들었습니다. 즉 이 말씀은 미모지상주의...
    Date2020.07.30 Views351
    Read More
  4. 현우진의 홀로요리 21 : 중화식 돼지 야채볶음(일명 고추잡채)

    중화식 돼지 야채볶음(일명 고추잡채) 누구에게나 모두 독특한 향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 대한 후각으로 느끼는 향이 있고, 인품으로 전해지는 향이 있고, 웃음소리로 기억하는 향이 있습니다. 그 향은 사실 가치 중립적입니다. 즉, 향은 좋은 거 나쁜 거 ...
    Date2020.06.30 Views425
    Read More
  5. 현우진의 홀로요리 20 : 아무것도 하지 않는 홀로요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홀로요리 사실 홀로요리의 진수는 사실 “버튼을 누른다”입니다. 바로 전자레인지 버튼을 누른 다입니다. 노인들에게, 바쁜 직장인, 취업준비생, 육아에 지친 워킹맘에게 맛있는 요리를 직접 만드는 것이 사치일 수 있습니다. ...
    Date2020.05.30 Views211
    Read More
  6. 현우진의 홀로요리 19 : 관자와 버터마늘 사과구이 - 요리는 삶과 죽음의 문제

    관자와 버터마늘 사과구이 - 요리는 삶과 죽음의 문제 음식은 삶과 죽음이 교차합니다. 그냥 쉽게 말하면 정말 “먹고 사는”문제입니다. 못 먹으면 굶어 죽습니다. 살기 위해 예전부터 동물을 사냥하고 도살하고, 식물을 채집합니다. 즉 죽음이 있...
    Date2020.05.02 Views363
    Read More
  7. 현우진의 홀로요리 18 : 멀리 날아갈고 싶을 때 - 사과소스와 닭날개 구이

    멀리 날아갈고 싶을 때 - 사과소스와 닭날개 구이 한강대교 위를 날아가는 철새들 1. 새 봄입니다. 이제 강가에 있는 철새들이 다시 떠나겠죠. 멀리 시베리아로 떠날 겁니다. 늦가을에 한강대교 위에서 새들이 도착하는 모습을 본 게 엊그제 같은 데, 한강대교...
    Date2020.03.29 Views237
    Read More
  8. 현우진의 홀로요리 17 : 블랙퍼스트 – 행운의 비결

    블랙퍼스트 – 행운의 비결 아메리칸 블랙퍼스트라고 아시죠? 빵과 계란,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베이컨입니다. 베이컨이 있어야 아메리칸 블랙퍼스트이죠. 그건 미국의 축산관련 협회의 로비 덕분에 생긴 캠페인입니다. 베이컨 소비를 늘리기 위...
    Date2020.03.02 Views409
    Read More
  9. 현우진의 홀로요리 16 : 크랩 칼국수와 진저 아이스 아메리카노

    크랩 칼국수와 진저 아이스 아메리카노 고흥 출신 친구가 게를 보냈습니다. 딱 봐도 남해바다의 튼실한 게입니다. 게 껍질 색깔이 아마추어가 봐도 야생의 느낌이 옵니다. 갈치도 얼린 것을 보냈습니다. 수협이름이 나로도 수협이네요. 나로도는 아시죠? 우주...
    Date2019.12.29 Views317
    Read More
  10. 현우진의 홀로요리 15 : 외롭지 않은 찹쌀팝콘과 올리브 도미구이

    외롭지 않은 찹쌀팝콘과 올리브 도미구이 외로움이 마음속에 파도처럼 밀려올 때가 있어요. 파도처럼 밀려올 때 외로움은 검은 바다처럼 보여요. 바람이 많이 부는 날, 바닷가에서 발만 담가도 위험해요. 잦은 파도를 바라보고 실바람이라도 계속 맞으면 균형 ...
    Date2019.11.30 Views38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Next
/ 6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