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진과 함께 보는 영화 - 하나 그리고 둘(A One and a Two, 2000)
이번 달 영화는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A One and a Two, 2000)"입니다.
’코로나 19’로 마음대로 사람들을 만나지도 못하고 기분이 울적할 때는 생각을 가다듬고 나를 다시 되돌아 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였고, “영화를 보면서 우리 자신이나 주변을 다시 되돌아 볼 수 있는 영화가 없을까?”하고 찾던 중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 2000"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지날 달에 “우리들, 2015”를 소개하면서 김보라 감독의 “벌새, 2018”에 대한 언급을 하였는데, 김보라 감독이 영화를 만들면서 어려움을 겪을 때 추천받은 영화가 "하나 그리고 둘"이었으며 20번 정도를 보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벌새”를 만들 때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을 생각하면서 영화 촬영을 하였다고 합니다.
영화 애호가 층에서는 상당히 호평을 받고 있어 알고 있었던 영화이지만 그동안 보지 않고 있었습니다.
처음 이 영화를 보기 전 DVD 영화 표지를 보았을 때, 아이가 시진을 찍는 장면이 있어 "하나 그리고 둘"이라는 제목의 의미가 ‘사진 찍을 때 하나, 둘, 셋하고 찍는 것을 표현하려는 것인가?’ 그런데 '왜 "하나 그리고 둘"이지?'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제목에 관련된 기사를 찾아보니까, 2018년 6월에 SBS 김지혜 기자가 소개한 기사에서는 '하나 그리고 둘'의 중국어 제목인 'Yi Yi'를 직역하면 '하나 하나'다. 이는 곧 '개별적'이라는 말을 의미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10대, 20대, 30대, 40대까지 각 나이 대를 살아가는 인간 군상을 대표해 출생부터 죽음까지 개개인의 삶을 보여주며, 에드워드 양 감독은 "재즈 뮤지션들이 즉흥 연주를 시작하기 전 리듬을 세는 말에서 영감을 얻어 영어 제목은 "A One And A Two'라고 정했다"며 "인생을 미리 정해놓지 않고 연주하는 재즈 선율과 같다."라고 제목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고 합니다.
또 2019년 8월의 박재환의 영화리뷰에서는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 수상 후에 대만의 영화 팬이 양 감독에게 제목을 해석해달라고 물어봤을 때 양 감독은 중국어 제목 “Yi Yi 일일(一一)”은 시작을 뜻한다. '하나'라는 것은 일체의 시작을 대표하는 것이며, 영어제목 “A One and A Two는 영어에서 노래 시작할 때 하는 말이다. ‘하나~ 둘~ 노래 시작!’ 할 때의 그런 시작을 알리는 표현이다"라고 했다고 하면서 감독이 해설한 이 영화제목으로 보건데 이 영화의 전체 주제는 "시작"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둘 중에 어떤 해석이 맞는 지는 영화를 보고나서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하나 그리고 둘”이라는 한국어 영화 제목은 그대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제목인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2000년대 초에는 잡지를 사면 DVD 영화를 부록으로 끼워주던 때가 있었습니다. 주간지인 <필름 2.0>에서 DVD 영화를 부록으로 끼워준 적이 있는데 바로 "하나 그리고 둘"이었고, 그 때 구입해서 지금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보지 않고 있다가 이번에 보게 되었는데 이 DVD 영화를 본 것이 아니고, HD 화질의 영화를 인터넷에서 구입해서 보았습니다. 그동안 영화를 모으면서 DVD 영화들을 구입하여 갖고 있는데, 화질 때문에 기존에 출시되었던 영화 중 일부는 블루레이 영화로 다시 구입하게 되었고, 최근에는 영화를 볼 때 DVD 영화를 찾아보는 것보다 인터넷으로 동영상을 구입하거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해 보게 되었습니다. DVD 영화의 경우 특별 부가영상이 들어가 있는 경우는 소장 가치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DVD 영화들은 책장만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에게 대만 영화하면 호금전으로 대표되는 무술영화이지만, 국민당 독재가 힘을 잃는 1980년대에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영화 애호가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는 에드워드 양(양덕창), 허우샤오시엔과 차이밍랑 등에 의해서 뉴웨이브 영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이 당시 대만의 뉴웨이브 영화를 만들던 그룹은 어려운 제작 환경 속에서 배우의 고액 출연료가 영화를 좌지우지해서는 안 되고 호흡이 잘 맞는 사람들과 영화를 찍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전문배우를 쓰지 않고 친한 동료들을 출연시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양 감독은 “타이페이 스토리, 1985”에 허우샤오시엔을 주연으로 출연시켰고, 본인도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동동의 여름방학, 1984”에 주연으로 출연했습니다.
에드워드 양 감독은 뉴 웨이브 영화를 선도하며 "타이페이 스토리, 1985”, "공포분자,1986" 와 "고령가 살인사건, 1991"으로 명성을 얻지만, 대만 관객에게는 냉대를 받으며, 미국으로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2000년에 일본 자본의 도움으로 대만에서 "하나 그리고 둘“을 만들어 53회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지만, 대만에서는 10년 후에 양 감독이 대장암으로 사망하고 나서 1달 후에야 상영하게 됩니다.
에드워드 양 감독이 “하나 그리고 둘”을 영화로 만들 생각을 하고 실제로 영화를 만들기까지 10년이 걸렸는데, 늦어진 이유 중 가장 큰 것 중 하나가 배역에 맞는 배우를 찾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아버지 NJ 역을 맡고 있는 오념진은 영화에서 보면 영화배우 같이 보이지 않는데, 에드워드 양 감독은 '하나 그리고 둘'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아빠 'NJ'역으로 오념진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합니다. 오념진은 시나리오 작가이면서 영화 출연도 하였는데, "마작, 1996"에서는 각본도 쓰고 출연을 했으며,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비정성시, 1989"의 각본도 썼습니다.
"하나 그리고 둘"은 대만의 도시 중산층 한 가족에게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과 고민들을 천천히 긴 호흡으로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느린 흐름 속에서 가족들의 구성원인 중년, 청년과 아이가 갖고 있는 고민들을 보다보면, 어느덧 저도 같이 나 나름대로 고민을 하면서 보게 됩니다.
마지막 작품이 된 “하나 그리고 둘”이 감독상을 받은 제53회 칸 영화제에는 좋은 영화들이 많이 출품했는데, 임권택 감독이 “춘향뎐”으로 경쟁부문에 진출하였고,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 라스폰 트리에 감독의 “어둠 속의 댄서”, 켄 로치 감독의 “빵과 장미”가 출품하여, 황금종려상은 “어둠 속의 댄서”가 받게 됩니다.
“타이페이 스토리”와 “고령가 살인사건”은 인터넷에서 볼 수 있으며 “공포분자”는 한국영상자료원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영화 애호가들이 ‘내 인생의 영화’로 꼽는 173분짜리 “하나 그리고 둘”을 적극 추천하며, 237분짜리 “고령가 살인사건”도 같이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