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와 버터마늘 사과구이 - 요리는 삶과 죽음의 문제
음식은 삶과 죽음이 교차합니다.
그냥 쉽게 말하면 정말 “먹고 사는”문제입니다.
못 먹으면 굶어 죽습니다.
살기 위해 예전부터 동물을 사냥하고 도살하고, 식물을 채집합니다. 즉 죽음이 있어야 먹고 그 영양분으로 새로운 생명을 키웁니다.
요리는 그래서 생명을 다루지만 죽음을 다루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육류보다 때로는 채소류에서 더욱 생명과 죽음을 느끼기도 합니다.
가끔 가지 손질하다 보면 따가울 때가 있고, 미나리를 적당히 넣어야지 많이 넣으면 설사를 유발합니다. 식물도 살려고 나름 방어력을 키운 것입니다.
그리고 식물들이 곧게 솟아 올라가지만은 않습니다.
나무가 뻗어내는 가지들은 자신 주변에 그늘로, 어둠을 만듭니다. 어둠을 통해 자기 주변에 안착한 어린 나무들을 다 죽여 버리는 것이죠. 땅의 영양분을 뺏기지 않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깔끔하게 가지치기한 나무만 봐서 몰랐지만, 사실 밑둥에 자라나는 가지와 잎은 굉장한 공격적 무기입니다.
귀여운 방울토마토도 지지대를 놔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분수모양으로 자라나서 주변 식물에 그늘을 만들어 버립니다. 혼자서 햇빛을 독식해야 하니까요.
이렇게 각자 삶을 위해 투쟁하고 있습니다.
저 바다 밑 심해에도 고요하지만 강렬하게 삶과 죽음으로 각자의 생을 영위합니다. 조개는 껍질이 있고, 문어는 영리한 변신술이 있듯이 말입니다.
물론 투쟁의 함성은 고요함으로 바뀌고, 강렬한 햇빛의 기운은 냉장시스템을 통해 부엌 싱크대로 옵니다.
홀로 안주?
그래요. 홀로요리는 꼭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라 혼자서 간단히 먹을 것을 찾습니다. 거의 홀로요리라기 보다는 거의 “홀로안주”같은 느낌이랄까
오늘은 이렇게 냉장으로 잘 전달된 관자 요리를 해볼까 합니다.
관자가 요리일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사서, 잘라서, 구우면 끝나니까요.
오늘은 바다에 사는 조개, 그 중 관자부위를 구우려고 합니다. 사실 관자 요리라고 할 것까지도 없죠. 구우면 됩니다.
아기 주먹만한 관자 요리를 잘 구우려면 어떻게 할까요?
그냥 관자를 얇게 잘라서 하는 방법이 더 쉽습니다. 스테이크의 경우 너무 슬라이스하면 육즙이 빠져나가서 맛이 없지만, 관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1. 관자 굽기
바다에 사는 키조개의 관자를 가지고 팬에 올려놓고 기름을 살짝 붓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구우면 약한 불로 하세요. 꽤 두꺼운 관자가 속 안이 익지 않기 때문입니다.
관자를 잘 씻고 물기를 빼줍니다
2. 곁들임 (1) - 버터 마늘 사과 구이
관자의 비릿함을 없애줄 곁들임을 만들까 합니다.
먼저 버터를 녹이고 다진 마늘을 함께 굽습니다. 그리고 사과를 얇게 잘라 프라이팬에 넣어 노릇할 때까지 굽습니다.
버터의 풍미, 그리고 알싸한 마늘이 관자와 잘 어울릴 겁니다. 그리고 관자의 비릿한 맛을 다시 사과의 단맛이 잡아줍니다.
버터에 마늘과 사과를 볶아주기
3. 곁들임(2) - 고추구이
고추는 후라이팬에 기름 간단히 두르고 굽습니다. 그것만으로 끝.
고추를 기름에 구울 때, 그냥 통으로 간단히 구우세요. 아니면 버터와 구울 때는 고추에 포크로 살짝 칼집을 내주어서 풍성한 육즙을 머금게 할 수도 있습니다. 알싸하고 싱싱한 고추향이 벌써 상큼합니다.
통고추 굽기...간단합니다
4. 곁들임 (3) - 생선구이
마침 바닷가 근처에 사는 친구가 고추하고 생선을 보내줬거든요. 병어는 아니고, 자리돔입니다. 나름 돔입니다. 작지만 도톰한 살집이 있는 이 생선도 오늘 같이 곁들일게요. 관자만 먹으면 배고프니까요.
친구가 바닷가에서 보내준 생선
5. 상차림
어차피 혼자 먹을 것이라도 해도, 플레이팅을 잘 하셔야죠.
오늘은 우리가 어디에 살던 깊은 심해에 있어보아요.
혼자 먹더라도 플레이팅은 깔끔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