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진과 함께 보는 영화 - 당통(Danton, 1982)
이번 달의 영화는 안제이 바이다 감독의 "당통(Danton, 1982)"입니다.
7월 영화를 프랑스대혁명에 관한 영화로 선택한 이유는 1789년 7월 14일이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한 날이며 프랑스는 이 날을 혁명기념일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대혁명은 모든 혁명의 모범으로 생각되고 있으며, 프랑스대혁명에서 혁명의 구호로 주장했던 자유, 평등, 박애의 이념이 근대 이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서 받아들여지고 있어, 이러한 이념이 주장되고 전개되는 과정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안제이 바이다 감독은 제가 좋아하는 감독으로 초기의 3부작인 “세대(A Generation, 1954)”, “지하수도(Canal, 1957)”, “재와 다이아몬드(Ashes and Diamonds, 1958)”와 폴란드 자유 노조에 관여하면서 만든 영화들인 “대리석의 사나이(Man of Mar-ble, 1977)”와 “철의 사나이 (Man of Iron, 1981)”도 좋아하는 영화들입니다.
안제이 바이다가 1981년 군사계엄령이 내려진 폴란드를 떠나 프랑스로 망명해서 1982년에 만든 영화가 “당통”입니다.
1981년부터 1995년까지 집권한 사회당은 프랑스혁명 200주년인 1989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안제이 바이다가 만드는 “당통”에 대해 기대를 많이 하여 300만 프랑의 제작 지원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안제이 바이다가 만든 “당통”을 본 사회당 정부와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은 크게 실망하게 됩니다. 프랑스대혁명 당시의 자코뱅파와 로베스피에르는 사회당의 모범이자 존경받는 인물인데 안제이 바이다가 만든 “당통”에서 로베스피에르를 왜곡하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지식인들로부터 비난을 받은 안제이 바이다는 ‘당통에 대해서 공감하는 것은 사실이나, 영화 자체는 객관적이고 로베스피에르와 프랑스대혁명의 정신을 부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안제이 바이다는 폴란드 민족운동의 뿌리를 프랑스대혁명의 정신에서 찾았고, 연대노조운동에 참여하면서 지도부에게 느꼈던 경험과 인간적인 반성이 이 영화를 만든 동기였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1835년에 만들어진 게오르크 뷔히너의 희곡 <당통의 죽음>은 당통과 로베스피에르가 서로 첨예하게 대치하다가 당통과 그의 동료들이 처형을 당하는 약 10일 정도의 기간을 다루고 있는데, “당통”의 각본은 안제이 바이다를 포함한 3인이 만들었지만, 큰 틀은 <당통의 죽음>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1794년 봄부터 당통이 잡혀 처형되는 8일간 내용을 영화로 만들었으며, 로베스피에르에 대한 해석에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그 당시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으며, 감명 깊게 본 영화입니다. 소련에 의해서 억압받고 있는 폴란드와 자유노조운동을 통한 경험과 생각이 영화 속에서 로베스피에르보다는 당통을 주인공으로 만들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1984년에 전미 비평가 협회 남우주연상과 영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런던 비평가 협회 감독상을 받았습니다.
프랑스대혁명에 대해 소개할만한 영화는 3편이 더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프랑스 문화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프랑스혁명 200주년이 되는 1989년에 만들어진 “프랑스대혁명(La Revolution Francaise, The French Revolution, 1989)”입니다. 200주년을 맞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영국이 같이 힘을 합쳐 만든 영화로,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인 영화를 만들면서 대혁명의 전 기간을 자세하고 섬세하게 다룬다는 계획으로 상영시간이 360분이나 되는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국내에서도 “프랑스대혁명”이란 제목으로 1995년에 128분으로 편집되어 비디오로 나온 적이 있습니다.
바스티유 감옥을 해방시킨 1789년 7월 14일부터 로베스피에르가 단두대에서 처형되는 1794년 7월 27일까지 주요사건을 연대순으로 보여주는 인물 중심의 영화입니다. 2부로 나뉘어져 있으며 1부는 ‘희망의 날들(The Year of Light)’, 2부는 ‘공포의 날들(The Year of Terror)’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프랑스대혁명 1부
https://www.youtube.com/watch?v=k5CI-JS4Flk&feature=youtu.be
프랑스대혁명 2부
https://www.youtube.com/watch?v=NKilvlmJonM&feature=youtu.be
다른 영화는 프랑스혁명 230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원 네이션(Un peuple et son roi, 2018)”으로 1789년 7월 바스티유 감옥 습격부터 1793년 1월 루이 16세 처형까지 주요 사건을 다룬 영화입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영화는 장 르누아르 감독의 “라 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 1938)”입니다. 프랑스 혁명 당시 500명의 지원병으로 구성된 마르세유 군대가 마르세유에서 파리까지 이동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들이 부르던 노래가 ‘라 마르세예즈’라는 이름이 되었고, 1795년 7월 14일 프랑스 국가로 지정이 됩니다. 영화의 진행과정에서 왕족, 귀족, 군대, 시민들이 등장하여 각기 자신들의 입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형편없는 한글자막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게 되지만 장 르누아르 감독의 시선과 민중의 입장을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 La Marseillai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