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진과 함께 보는 영화 - 나는 부정한다(Denial, 2016)
이번 달 영화는 믹 잭슨 감독의 ‘나는 부정한다(Denial, 2016)’입니다.
이 영화는 사협 길목 독서모임에서 읽은 <기억전쟁>을 통해 알게 된 영화입니다.
이미 길목 소식지 5월호에 소개된 적이 있고, 저에게 홀로코스트와 제노사이드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하게 한 책입니다. 가해자가 희생자라고 주장하고, 누가 더 큰 희생자인지 경쟁하는 사람들에 대한 내용을 읽게 되었고, 이 책을 통해 독일 나치스가 어떻게 그 많은 유대인을 학살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부정한다’는 책에 나온 내용 자체가 흥미가 있어서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내용도 좋지만 잘 만들어진 영화였습니다.
신나치 세력들이 득세하고 역사적 진실을 부정하는 주장들이 횡행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립스타트 교수는 이러한 세력들을 고발하는 책을 쓰게 됩니다. 이에 대해 홀로코스트 부정론자인 영국학자 어빙은 영국 법원에 립스타트 교수를 명예훼손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합니다.
미국법은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명예훼손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지만, 영국 법정은 소송을 당한 피고가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야 합니다. 립스타트 교수가 홀로코스트가 실재하고 책에 어빙을 비판한 것이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것입니다. 믹 잭슨 감독과 배우들이 이 과정을 생생하게 영화로 잘 재현해내고 있습니다.
힘 있는 가해자가 문서와 공식적인 역사를 독점한 상황에서 힘없는 희생자들이 가진 것은 대개 불완전하고 감정적인 기억과 증언뿐이라, 실증주의의 폭력에 고통당할 수밖에 없는데, 영화에서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보면서, 이러한 것들이 좀 더 구체적으로 느껴졌고, 우리 위안부 할머니들 생각을 하였습니다.
실제로 진실이라도 명예훼손이라고 법정에 세우면 진실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이 악법은 결국 2013년에 가서 명예훼손법률에 의해 개정됩니다.
홀로코스트에 관한 영화라면 클로스 란츠만 감독의 9시간 30분짜리 다큐멘터리 ‘쇼아, 1985’가 가장 유명한 영화로, ‘쇼아’는 히브리어로 ‘대말살’ 이란 의미입니다. 한번 볼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