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V_노란조끼 다섯 번째 시위: 상징적 두 장면
2018년 12월 15일 노란조끼 5번째 시위가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졌다. 지난주 마크롱 대통령의 특별담화 이후 처음 맞이하는 토요일의 시위 양상은 이전 시위와 비교하여 다른 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록 시위대의 규모가 전보다 축소된 듯하고 폭력성도 감소한 듯 보인다. 다만 이전의 시위에서는 보지 못한 장면들이 눈에 띈다. 첫 번째 프랑스의 유명 방송사의 화면에서 보이듯 시위대가 경찰차를 검문하는 듯한 장면이 이 시위가 가지는 의미를 한눈에 알게 해 준다. 경찰도 민중 속에 있으며 전국 각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위가 발생하면 결국 치안과 안정은 경찰의 몫이 아니라 깨어 있는 다수 대중의 자발적 질서유지 노력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 아닌가 한다. 더불어 노란조끼에 매직으로 쓴 문구가 이 시위의 근원적 분노가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번역하자면 다음과 같다. “마크롱, 네 롤렉스를 봐, 지금은 반란의 시기야”
(FRANCE24 Youtube captured)
앞으로의 시위 양상이 어떻게 변해갈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또 다른 장면은 바로 아래 사진이다. 일군의 (행위예술가로 보이는) 여성 시위대가 자유와 이성을 기치로 내건 프랑스 공화국 상징인 마리앤(Marianne 또는 Maire-Anne) 복장을 하고(또는 가슴을 드러내고) 경찰 저지선 앞에 나타난 것이다.대중의 폭력은 제압하기 용이하다. 국가가 가진 권위와 물리력은 오합지졸 시위대가 이제까지 보여온 폭력성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크고 강하다. 하지만 마리앤과 같은 문화적 상징 그것도 공화국 성립의 근원이 되는 정체성 요소를 겸비하여 비폭력적 방식의 시위로 나타난다면 그것을 보는 사람들의 감성이 어디로 향할지 묻지 않아도 답이 저절로 나온다.
더구나 이들 젖가슴을 드러낸 시위대는 들라크루와의 그림에 나온 마리앤처럼 무기를 손에 들고 있지도 않다. 이로써 나의 지난 예측은 반은 맞고 반을 틀렸다. 시위는 지속될 것이다. 앞으로 시위대가 들고 나올 구호와 퍼포먼스는 이전보다 덜 폭력적이나 마크롱의 한계와 아픈 지점을 더 선명하고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으로 전개될 것이다.
2018년 여름에 루브르 박물관에서 들라크루와 특별전시를 열었다. 전시관 입구에서 들라크루와의 대표작인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작품을 포스터로 제작하여 입구에 크게 장식하였다. 마침 그 전시회를 갔다가 찍어둔 사진이 있어 사용한다. 오늘의 사족 : 들라크루와의 작품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원제는 ‘La Liberté guidant le peuple’이다. 직역하면 “민중을 이끄는 자유”이다. 한 손에 프랑스 국기를 들고 다른 손에 총검을 쥔 이는 여신이 아니다. 그녀는 자유를 상징할 뿐이다. 위 데일리 메일의 기사에서도 자유와 이성을 인격화한이라고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