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현우진의 홀로요리]

c8d6ca

현우진의 홀로요리 25 - 가슴에 찬 바람이 불 때, 따뜻한 뱅쇼

posted Nov 01, 2020
Extra Form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현우진의 홀로요리 25 - 가슴에 찬 바람이 불 때, 따뜻한 뱅쇼

 

 

의미 있는 인생은 무엇일까요?

저는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합니다. 과도한 책임감은 나를 집중하게 하고 열심히 살게 했습니다. 가끔은 특유의 우울함과 고독감이 저를 짓누를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살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고독뿐입니다. 늘 인생은 마이너로 살았고, 마이너스가 되는 삶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요사이 나는 가끔 무엇을 하고 살았나. 아무것도 남긴 게 없고, 남길 것도 없는 삶이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억울합니다. 이렇게 죽으면 하느님 옆으로 가는 대열을 이탈해서 이승에 머물러 구천을 떠돌 겁니다. 너무나 억울하고 이승에 미련이 남아서.

 

그래서 요새 저는 행복하게 살려고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다짐이 무색합니다. 왜냐면 저를 보는 친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로 이야기하는 것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친구1 : 지금 시칠리아 와인에 에슈레 버터와 크로와상을 먹으면서 뭔 인생이 우울해?

친구2 : 넌 피곤함을 잘 느껴서 기본적으로 열심히 하지는 않아.

친구3 : 넌 이제까지 메인이었는데. 나처럼 등록금 걱정한 적도 없었고, 집행부 해본 적도 없고. 너는 직선 간부만 하고.

친구4 : 오빠, 옆에서 지켜본 후배로서 한마디만 할게. 오빠는 하고 싶은 거 하면서 기본적으로 개망나니 같이 살았어. 어 억, 입 틀어막지마!!!

친구5 : 우울? 글쎄... 너처럼 큰 고민 있으면 갑자기 잠들어버리는 성격이 우울증이라고?

 

제가 생각하는 제 모습과 남들이 보는 제 모습이 왜 다를까요? 내가 생각하는 자아는 맞기도 하지만, 남이 보는 나도 내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좀 고독한 이미지를 연출하려고 했는데 안되네요. 이런 평가를 받으니 갑자기 내 마음속에 찬바람이 후욱 지나가는군요. 찬바람이 불 때는 뱅쇼가 생각나네요. 와인차죠.

몽마르뜨 언덕을 걷다가 ‘프랑스 팔도 농수산물 행사’ 비슷한 것을 하길래 얻어먹었던 치즈와 뱅쇼가 생각나는군요. 추운데 먹었던 뱅쇼 - 와인차는 맛있었습니다. 그때 처음 먹었거든요. 말로만 듣고요. 만들어 볼까요.

 

뱅쇼는 와인을 끓이는 겁니다. 

어렵게 말고 생강, 귤, 와인, 계피(없으면 시나몬 가루, 그것도 없으면 넣지 마세요)를 넣고 끓이면 끝납니다. 간단하죠.

와인은 5천 원짜리 미만으로 구매하시면 됩니다. 사실 5천 원짜리 와인도 끓여 먹기 아깝긴 한데요. 쩝. 

 

재료는 홀로요리의 정신 아시죠? 그냥 있는 거 쓰는 거.

과일은 집에 있는 거 쓰시면 됩니다. 귤과 사과, 배, 단감을 넣어 주시면 좋아요. 근데 있는 데로 하세요. 귤만 넣어도 되고, 사과만 넣어도 되고, 단감만 넣어도 됩니다. 

귤 없으면 먹다 남은 사과도 좋고요. 배도 좋아요. 귤은 시큼한 맛을 더해주고, 사과는 달콤함과 신맛을 더 돋구어 주고요. 배는 단맛과 건강한 맛을 더해 줍니다. 단감은 할머니처럼 편안한 단맛을 줍니다. 와인은 포도로 만드는 거니까, 잘 어울리는 과일을 생각하시면 돼요.

뱅쇼에 참외나 수박, 멜론은 안 어울리잖아요. 왜일까요? 일단 이름에 '외'나 '박'이 들어가는 것은 다 차가운 성질이에요. 참외나 오이는 찬 과일이어서 여름에 어울리죠. 수박도 마찬가지이고요. 뱅쇼는 추울 때 먹는 거여서 기본적으로 따뜻한 기운과 어울립니다.

 

특히 추위를 잘 타는 사람에게는 아주 괜찮습니다. 열을 내주는 생강과 계피가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냥 생강과 계피, 설탕만을 가지고 끓여도 됩니다. 바로 계피생강차이니까요.

 

일단 만들어 봅시다.

 

1. 와인 - 와인 한 병

2. 계피 - 계피 10cm 2개 (이번에는 계피가 집에 없어서 시나몬 가루를 밥숟갈 한 스푼 넣었어요.)

3. 생강 - 생강 2개

4. 설탕 - 밥숟갈로 5스푼 정도 넣습니다. 개인의 취향대로 넣으세요. 넣지 말고 끓이시다가 드실 때 개인취향으로 각설탕 하나씩 넣어도 좋습니다.

5. 과일 - 단감 1개, 사과 1개, 귤 3개(이번에는 집에 남은 천혜향 3개, 사과대추 5개를 넣었어요.) 

 

 

사진1_resize.jpg

솥에 과일과 생강을 넣고 와인을 부으면 간단하게 끝!!

 

 

만드는 법

 

1. 과일 뭉텅뭉텅 썹니다.

2. 생강은 감자 깎는 칼로 껍질 벗겨서 얇게 썰어줍니다. 계피는 한번 씻어주시고

3. 냄비에 모든 재료를 넣습니다. 

4. 와인을 붓습니다.

5. 끓입니다. 

6. 끓으면 약불로 10분 정도 푸욱 고아요.

 

 

사진2_resize.jpg

한번 끓이면 약불로 놓고 10분간 서서히 끓여주세요

 

 

7. 그 동안 잠깐 문밖에 나갔다가 들어옵니다. 그러면 거실에 따뜻한 와인향이 가득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8. 설탕은 취향껏 넣으세요. 많게는 밥숟갈 5스푼인데, 적게 넣거나 안 넣으셔도 됩니다. 

9. 과일은 많이 넣고 조금 연하게 드시려면 머그잔 물 한 컵에서 두 컵 넣으셔도 돼요.

 

다 만드시고 냉장고에 두고 조금씩 데워서 드세요. 한잔 주욱.

 

 

사진3_resize.jpg

뱅쇼완성

 
현우진-프로필이미지.gif

 


  1. 현우진의 홀로요리 34 - 등심, 살아남은 자들의 식사

    현우진의 홀로요리 34 - 등심, 살아남은 자들의 식사 음식을 즐겁게 먹은 적이 언제죠? 떠올려 보세요. 한 세 가지 정도 떠올려 보세요. 꼭 순위를 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억에 남는 게 뭘까요? 물론 음식을 즐겁게 먹은 기억도 있고, 음식 맛을 보고 놀란 ...
    Date2021.08.30 Views208
    Read More
  2. 현우진의 홀로요리 33 – 늙지 않는 법, 제육볶음

    현우진의 홀로요리 33 – 늙지 않는 법, 제육볶음 늙지 않는 법은 무엇일까. 많은 것들이 있다. 운동하고 영양제 챙겨 먹고 등등. 채식을 많이 하라는 말도 있고 단백질을 잘 섭취하도록 고기를 잘 먹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늙지 않는 법...
    Date2021.07.30 Views247
    Read More
  3. 현우진의 홀로요리 32 – 영혼의 스프, 버터 김치찌개 vs 돼지김치찌개 vs 멸치김치찌개

    현우진의 홀로요리 32 – 영혼의 스프, 버터 김치찌개 vs 돼지김치찌개 vs 멸치김치찌개 이번 이야기는 스트레이트하게 요리하는 거 먼저. 김치찌개를 만들어 보자. [] 기본 재료 - 김치(이왕이면 김치가 발효가 너무나 돼서 맛이 시큼한 걸로) - 식용유...
    Date2021.07.04 Views389
    Read More
  4. 현우진의 홀로요리 31 – 내 세 번의 합격 수기, 칼질과 두부 스테이크

    현우진의 홀로요리 31 – 내 세 번의 합격 수기, 칼질과 두부 스테이크 “오늘 칼질 한번 하자” 이 말은 한국인들의 관용구입니다. 기쁜 날이나 축하할 일이 있어서 멋진 저녁을 사줄 때 쓰는 말입니다. 여기서 칼은 스테이크를 사용할 때 쓰...
    Date2021.05.31 Views233
    Read More
  5. 현우진의 홀로요리 30 – 생선구이와 전복밥

    현우진의 홀로요리 30 – 생선구이와 전복밥 사람은 눈동자로 순간이지만 아주 멀리 과거로 이동하여 무언가를 볼 수 있다. 그것을 아련함이라고 한다. 당신의 눈동자를 통해 과거로 이동한 순간은 무엇일까? 당신의 아련함은 무엇인가? 엄마는 그래도 있...
    Date2021.05.01 Views828
    Read More
  6. 현우진의 홀로요리 29 - 난 길 잃은 양과 같아

    현우진의 홀로요리 29 - 난 길 잃은 양과 같아 1. 길 잃은 양에게는 몽둥이를 지금은 봄, 양자리의 계절이다. 양자리의 별은 3월 말부터 4월 20일 내외 정도이다. 양이 온순한 것 같아도 성깔이 있다. 양자리의 별도 전쟁과 남성, 창과 방패를 뜻하는 화성이...
    Date2021.03.31 Views249
    Read More
  7. 현우진의 홀로요리 28 - 파스타 점심 도시락과 배추국 저녁식사

    현우진의 홀로요리 28 - 파스타 점심 도시락과 배추국 저녁식사 “득남이라고 답했다.” 나는 최근 사람들에게 백일기도를 시작했다고 말했는데, 그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딱히 뭐라고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단지 새벽에 일찍이 일...
    Date2021.02.01 Views300
    Read More
  8. 현우진의 홀로요리 27 - 오만과 편견, 무 피클

    현우진의 홀로요리 27 – 오만과 편견, 무 피클 겨울 무는 인삼이라고 합니다. 달고 시원하고 맛있습니다. 예전에 이야기했듯이 겨울 무는 그냥 물 넣고 다시마만 넣어도 시원한 국이 됩니다. 다시마가 짭조름한 맛을 내서 아무것도 안 넣어도 국물 맛이 ...
    Date2020.12.30 Views292
    Read More
  9. 현우진의 홀로요리 26 -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떡으로 만드는 간식들

    현우진의 홀로요리 26 -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떡으로 만드는 간식들 어느 날 문득 바라보았다. 사무실에 굴러다니는 과자 중 초코파이. 파리에서 먹던 장미 향이 가득한 로즈 마카롱이나 부드러운 마들렌, 한남동 레스토랑에서 파는 달콤한 티라미슈도 ...
    Date2020.11.30 Views295
    Read More
  10. 현우진의 홀로요리 25 - 가슴에 찬 바람이 불 때, 따뜻한 뱅쇼

    현우진의 홀로요리 25 - 가슴에 찬 바람이 불 때, 따뜻한 뱅쇼 의미 있는 인생은 무엇일까요? 저는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합니다. 과도한 책임감은 나를 집중하게 하고 열심히 살게 했습니다. 가끔은 특유의 우울함과 고독감이 저를 짓누를 때도 있습니다. 그...
    Date2020.11.01 Views41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Next
/ 6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