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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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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35 - 작은 기쁨

posted Dec 3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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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Cho, Children’s Story Book Series, 2018. Acrylic, 46 x 46 in.

 

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35 - 작은 기쁨 

 

 

코로나 백신이 승인되고 이제 터널의 끝이 보이는 것 같은데, 12월이 되니 오랫동안 삭혀왔던 어둡고 침체한 마음을 끌어 올리기가 버겁다. 다시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조심스러워, 답답한 아파트에서 밖에 나가지 못하고 발코니에 나가본다. 옆집은 벽이 막혀서 볼 수는 없지만, 대단한 골초인지 나가면 담배 연기가 자욱할 때가 많다. 짜증이 확 밀려오면서 오피스에 전화 걸어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워도 되는지 알아볼까 하다, 거기서 담배라도 못 피우면 그 사람은 혹시 미치지나 않을까, 옷을 주섬주섬 입고 아파트 단지의 정원으로 나온다.

 

미로를 헤매듯 정원을 왔다 갔다 한다. 어린이도 아니고 청소년도 아닌 30대 쯤 돼 보이는 장정 대여섯 명이 스케이트보드를 하나씩 들고 우리 정원에 나타났다. 한숨이 푹 나온다. 이젠 보드까지 피해서 걸어야 하나? 그들은 마당을 구석구석 한참 점검하다가 한 코너에 계단 공사로 입구가 막힌 곳에 자리 잡고 한 명씩 보드를 타고 있었다. 속으로 “그래도 그 구석을 잘 택했네. 나의 미로 걷기에는 별 지장이 없겠어.” 안심을 한다. 얼마 안 돼 그 청년들이 우르르 보드를 들고 마당을 나서고 있었다. 누가 신고를 했는지 시큐리티 가드가 두 명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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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도심의 옹색한 공간에서 이러고 걷고 있는 것은 비단 우리들 뿐 아니라 도시의 새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잎사귀가 다 떨어지고 나니 나무사이로 새소리가 유난히 많이 들린다. 사람들 눈을 피해 사철푸른 나지막한 부쉬(bush)속에 숨어 있는 귀여운 참새들의 재재거리는 소리가 듣기 좋다. 작은 기쁨이 마음 한구석에서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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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폭설 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바람이 심하게 불면서 밤새 내린 눈이 하얗게 소복이 쌓였다. 창밖을 내다보니 마당에서 한 아빠가 눈 위에 누어 스노우 앤젤을 그린다. 그것을 보고 있던 아이가 발랑 눕더니 조그만 스노우 앤젤을 따라서 그린다. 석 달 전쯤 본 손녀 생각이 난다. 아이 출생 증명서가 있어야 주는 놀이터 열쇠는, 손녀 태어나자마자 받아 놓았는데 아직 한 번도 쓰지 못하고 입구에 얌전히 걸려 있다. 단단히 무장하고 궂은 날에만 가는 워싱톤 스퀘어 파크로 향했다. 날씨 좋은 날은 사람들이 너무 붐벼 맘 편히 걸을 수가 없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아이들이 죄다 나온 것 같다. 군데군데 눈사람을 만들고 있다. 눈이 건조해서 잘 안 뭉쳐지던데 용케도 만들었네. 다른 한쪽에서는 그것도 언덕이라고, 얕은 경사가 진 곳을 어떻게 알고선, 가지고 온 눈썰매와 소서( Saucer)로 미끄러져 내려오며 신난다고 아우성친다. 유리공을 흔들고 나면 한바탕 눈가루가 날리는 장식품(Snow Globe Ornament)처럼 우리의 무거운 마음이 온통 흩어진다. 아이들도 엄마아빠도. 보는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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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선생님의 글, “작은 기쁨”이 생각난다.

 

큰 슬픔을 견디기 위해서

반드시 그만한 크기의 기쁨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작은 기쁨 하나가

큰 슬픔을 견디게 합니다.

 

우리는 작은 기쁨에 대하여

인색해서는 안됩니다.

마찬가지로 큰 슬픔에

절망해서도 안됩니다.

 

우리의 일상은

작은 기쁨과 우연한 만남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크리스마스 즈음 어두운 겨울을 밝혀주었던 “작은 기쁨” 하나가 떠오른다. 리버사이드 교회(Riverside Church)에 오랜 전통으로 내려오는 촛불 캐롤 축제(Candlelight Carol Festival)이다. 2016년 크리스마스, 모처럼 우리 가족이 뉴욕에 다 모였다. 엎드리면 코 닿을 거리에 있었던 리버사이드 교회를 추위에 입김을 호호 불면서 함께 팔짱끼고 걸어갔다. 아름다운 본당에서 파이프 오르간과 핸드벨, 하프 연주와 어우러진 성가대의 찬양을 듣고, 캐롤을 함께 불렀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불꽃들이 전 예배당에 밝혀질 때,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부르고, 모두 한 마음으로 기도를 했다. 끝나고 걸어오면서 우리 매년 리튜얼로 하자고 했는데 그 후론 다시 가지 못했다. 올해는 가족들이 만나지 못하는 대신 온라인으로 촛불 캐롤 축제를 함께 할 수 있으니, 코로나가 가져다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나 할까?

 

 

교회촛불캐롤_resize.jpg

2016년 리버사이드 교회 촛불 캐롤 축제 https: //vimeo.com/198199766

 

 

PS. “2021년에 희망과 기쁨, 사랑과 평화가 함께 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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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입구에 내가 만든 꼬마 눈사람

 

수 조( Sue  Cho) 

미시간 주립대학에서 서양화, 판화를 전공하고, 부르클린 칼리지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뉴욕 해리슨 공립 도서관, 코네디컷주 다리엔의 아트리아 갤러리 등지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뉴욕 한국 문화원 그룹전( 1986, 2009), 리버사이드갤러리(NJ), Kacal 그룹전에 참가했다. 2020년 K and P Gallery에서 “ Blooming” 이란 타이틀로 온라인 전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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