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진의 홀로요리 29 - 난 길 잃은 양과 같아
1. 길 잃은 양에게는 몽둥이를
지금은 봄, 양자리의 계절이다.
양자리의 별은 3월 말부터 4월 20일 내외 정도이다. 양이 온순한 것 같아도 성깔이 있다. 양자리의 별도 전쟁과 남성, 창과 방패를 뜻하는 화성이다. 양자리의 별자리를 가진 분에게는 죄송하지만, 양자리의 특징도 평상시 굉장히 순수한 데, 한 번 까칠하면 12개 별자리 중 가장 별날 수 있다. 예를 들면 화가 고흐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런 까칠한 양을 위해 목자와 지팡이라는 말이 나왔나 보다.
목자의 지팡이로 양을 인도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실 목자의 지팡이에서 목자는 양치기를 말하고, 지팡이는 채찍 또는 몽둥이, 나무 막대기 뭐 이런 것이다. 그것으로 양 떼들을 위협하며 인도한다. 그리고 옆에 폭력적인 개들이 가이드를 한다. 그렇게 양들은 자신의 길을 간다. 무리를 지어서 간다.
그처럼 나의 올바른 길을 위해 목자의 지팡이로 맞아야 정신을 차릴까? 아니, 이미 신에게 지팡이로 호되게 맞았던가? 그래야 내가 길을 잃은 양처럼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나만의 길이 있다고 생각했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다른 길을 가보곤 했다. 그 길은 드넓은 푸른 초원이었고, 그만큼 늑대와 대머리 독수리가 사는 곳이다. 사실 생존이 쉽지 않은 곳이다.
그래서 길 잃은 양에게는 지팡이가 필요하다. 그건 채찍이고 몽둥이인 상당히 가학적인 표현이기는 하다. 하지만 길을 잃고 늑대에 물릴지, 하늘에서 떨어진 독수리 발톱에 목뼈가 부러질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안전하게 채찍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갈지 판단을 해봐야 할 것이다. 드넓은 초원으로 간다면 생명을 담보로 뛰어들어야 한다. 채찍과 몽둥이가 없는 대신 이빨과 발톱이 득실거린다. 하지만 이빨과 발톱 대신 드넓은 초원이 있다. 무엇을 선택하던 나의 자유이다.
사실, 판단할 필요도 없다. 올바른 길, 신이 인도한 길을 찾아 스스로 걸어가면 된다. 목자가 지팡이를 들기 전 자신이 찾아가면 되지 않을까. 아니면 내가 그렇게 알아서 가고 있다고 하느님에게 거짓말을 하고 살아왔을까. 아니면 나는 사실 양이 애초에 아니었을까. 늑대였나? 양의 탈을 쓴.
2. 99마리의 양을 가진 나는 행복했던 사람
가끔은 내가 목자가 되어서 양을 세어 보았다. 99마리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소유한 99마리를 모른 채, 한 마리를 더 가져서 100마리로 채우고 싶었다. 나는 행복이 뭔지를 몰랐다. 그래서 늘 부족했다. 그게 얼마나 소중했는지 몰랐다. 바보처럼 한 마리의 양을 더 얻기 위해 동분서주 다녔다. 그러다가 나머지 99마리를 잃어버렸다. 늑대에 뺏기고, 몇몇은 도망갔으며 몇 마리는 누가 훔쳐 갔다. 나는 99마리를 갖고 있던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다.
당신이 가진 99마리의 양은 무엇일까? 98마리라고? 아니 그 정도면 99마리의 양이다. 친구 또는 가족일 수 있고, 쥐꼬리만 한 월급의 직장. 또는 작은 가게일 수 있다. 낡은 집일 수 있고 펜트하우스일 수도 있다. 또는 깨달음일 수 있고, 평온함일 수 있으며, 충만함일 수도 있다.
99마리의 양은 꼭 재산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분명히 당신은 99마리를 갖고 있다. 사람마다 다른 형태로 99마리를 갖고 있다. 내가 99마리를 갖고 있음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
나는 잃어버린 99마리 중 겨우 두 마리를 찾았다. 지금은 이 작은 양이 9마리가 되고 조금씩 불어나갈 거라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한 마리를 소중하고 세심하게 다루어야 하겠다.
내가 가진 두 마리 중, 홀로요리에 오신 손님들을 위해 기꺼이 한 마리를 바쳐야겠다. 어린 양의 피를 뿌려 신의 제단에 바치고 고기 중에 일부를 도려내어 양갈비를 해 먹어야겠다. 두 마리밖에 없지만 기꺼이 신과 당신들을 위해 양 한 마리를 내놓겠다.
3. 그럼 양갈비를 먹어볼까요
저는 옛날 양고기들이 좋거든요. 지금은 너무 대중화돼서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중화되었습니다. 심한 양고기 냄새를 기대했는데 요새는 잡내도 없고 고기 냄새도 없습니다.
특히 냄새나는 양갈비를 먹을 때는 우리는 초원의 기억을 꺼냅니다. 초원을 달렸던 DNA가 당신을 일깨울 겁니다. 옛날 당신은 초원에서 양을 키우고 목축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던 중 어쩌다 징기스칸의 군대를 따라 헝가리를 지나갔다는 DNA 기억 말입니다. 우리는 말을 잘 타고 활을 잘 쏘는 오랑캐 출신의 유전자이니까요. 그래서 지금 냄새나는 양고기를 좋아했을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유전자 기억이 있네요. 우리는 조선시대에 한반도로 들어와 살게 되었고, 목축 기술이 있어서 아마 평안도까지 내려와 양젖과 소젖을 짜는 일을 했을 겁니다. 우유와 쌀로 타락죽을 만들었는데 워낙 맛있어서 궁중에 납품까지 했었던 유전자의 기억도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제가 아닌 유전자의 기억일 뿐입니다.
자 쓸데없는 소리 말고 이제 만들어 볼까요.
삼겹살 구이는 프라이팬에 삼겹살을 구우면 끝나듯 양갈비 구이도 쉽습니다.
□ 양갈비 구매 방법
1) 새벽배송에서 구매
특히 요사이는 새벽 배달로 먹기 좋게 양갈비가 잘 손질되어 배달됩니다. 그냥 굽기만 하면 되도록 손질이 다 되었습니다.
2) 동네 양꼬치집에서 구매
그냥 동네 양꼬치집에 가서 생 양갈비를 사는 게 온라인 쇼핑보다 더 양이 많을 수 있습니다.
□ 양갈비 만들기
양갈비를 올리브 기름을 잘 바르시고 후추와 오레가노 잎을 적당히 뿌려주세요. 없으면 말고요. 집에서는 식용유로 살짝 발라주시고 후추 간만 적당히 해주세요.
양고기를 올리브기름과 향신료로 간단히 마사지를 해준다
□ 양갈비 곁들이기
1) 파와 양파로 이따 같이 구워줄 것을 준비하세요.
2) 온라인 통신판매용으로는 곁들일 파채 소스도 있어요.
양고기와 같이 구울 파와 방울토마토
□ 양갈비 굽기
저는 낡은 에어프라이어를 잘 쓰고 있어요.
에어프라이어에 고기를 넣고 15분 200도 구워주시면 끝납니다.
10분 정도에 뒤집어 주세요.
미디움 웰던이시면 5분~7분 정도 더 구워주세요.
□ 양갈비 찍어 먹을 소스는 당연히 민트젤리
민트젤리는 양갈비의 필수품입니다. 회 먹을 때 초장이고 양갈비는 민트젤리입니다. 영국에서 양고기 먹을 때 먹는 건데요. 민트향과 달달한 젤리가 일품입니다.
민트향이 양고기의 잡내를 잡아주고, 양고기 기름의 느끼함을 젤리가 달달하게 달래줍니다.
취향에 따라서 구운 파와 구운 방울토마토를 곁들여 주면 좋습니다.
양갈비와 민트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