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진과 함께 보는 영화 - 걸어도 걸어도 (Still walking, 2008)
이번 달 영화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 (Still walking, 2008)” 입니다.
나이도 점점 더 먹어가고 연로하신 아버님과 같이 지내다 보니까, 가족을 다룬 영화를 보게 되면, 이전과는 다르게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되며, 이전에 보았을때 흘려 보냈던 장면들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는 어머님이 생전에 했던 말들을 기억하기 위해 만든 영화로, 대사 중 반 정도는 어머님이 실제로 했던 말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영화 전체는 실제와는 다릅니다. 아버지는 의사가 아니었고, 원래와는 다른 모습으로 나옵니다.
영화는 큰 아들 기일에 가족들이 만나 하루를 지내는 것이 내용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습니다.
다시 이 영화를 보면서, 부모와 가족, 그리고 지나간 것들과 앞으로 다가올 일들에 대해 생각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걸어도 걸어도”라는 영화 제목은 ‘불루 나이트 요코하마’라는 노래에서 따왔습니다.
박정희 군사정권은 1970년대 말까지 일본 음악을 금지하고 있었는데, ‘블루 나이트 요코하마’는 이 당시 한국에 알려진 유일한 일본 가요여서 우리들에게도 비교적 잘 알려진 노래입니다.
"걸어도 걸어도"는 영화에서 이 노래에 얽힌 사연뿐만 아니라, 이 노래와 상관없이,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영화를 보시면서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어머님을 기억하기 위한 영화답게 엄마 토시코 역을 맡은 키키 키린의 역할이 중요한데, 키키 키린이 그 역할을 잘해 주며, 연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키키 키린은 “걸어도 걸어도”에 원래 다른 배우가 정해져있었지만 감독을 설득해서 배역을 맡게 되었고, 그 후 10년간 고레에다 감독의 대부분의 작품에 출연하게 됩니다.
키키 키린은 2003년 1월 왼쪽 눈의 망막이 박리되어 왼쪽 눈을 보지 못하게 되었고, 2004년는 유방암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영화에 출연하였으며, 투병생활을 하다가 2018년 9월 15일 사망하게 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함께 찍은 6번째 장편 영화 "어느 가족, 2018"은 고레에다 감독과 함께한 유작 영화가 되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를 보면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들이 생각이 납니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들이 주로 도시 소시민의 일상적인 삶과 가족의 갈등을 다루는데, "걸어도 걸어도"도 그런 분위기의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감독 본인은 나루시 미키오 감독의 영화와 유사하다고 주장하며, 나루시 마키오 감독은 비열하고, 하찮은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는 영화들을 만들었는데, 이 영화를 통해 그런 사람들을 그리고 싶었다고 합니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들과 나루시 미키오 감독의 영화들을 같이 보면서 누구의 영화와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인지 한번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들은 보고 실망한 적이 없어, 따로 고르지 않고 보는 편입니다.
대부분의 영화들을 인터넷으로 구매해서 볼 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