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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국의 걸으며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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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조끼 14번째 시위: 투석전

posted May 3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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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조끼 14번째 시위 : 투석전

 

 

고향 가는 기차 안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열한 시간 반 비행기를 타고 와서 공항철도로 서울역까지 그리고 지금은 KTX 안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중간중간 세수도 하고 밥도 먹고 우연히 서울역 엘리베이터 앞에서 직장동료를 만나기도 하였습니다. 아직 집에 도착하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들리는 모든 음성이 이해가 되는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이 있습니다. 파견기간 중에 출장으로 서울과 세종을 방문할 기회가 두어 번 있었습니다. 그 어느 출장보다 고국을 방문하는 출장이 설레네요. 2018년 4월에 출장을 왔으니 그사이 열 달이 흘렀습니다. 일정을 이리저리 맞추다 보니 서울에서 사위 오기를 기다리던 장인어른께는 안부 전화만 드리고 시골집에 어머니 뵈러 내려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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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가로에 투석전에 쓸 만한 돌을 구하기 위해선 무엇인가를 부수어야 한다. 이렇게 시위의 현장은 부상의 흔적이 남는다.

 

 

지난 토요일 14번째 노란조끼 시위에서는 투석전이 펼쳐졌습니다. 정확히는 한쪽에선 돌을 던지고 맞은편에선 최루탄을 쏘았으니 투석(投石) 투탄(投彈)전이라 해야 할까요? 시위대로 접근하던 방향이 경찰 저지선 뒤쪽이어서 상황이 좀 애매하게 되었습니다. 시위대가 던지는 돌을 마주 보아야 해서 여간 신경이 곤두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날아오는 돌을 이리저리 살피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귓가로 바람소리를 내며 무엇인가 스쳐 지나가더군요. 제일 처음 든 생각은 돌이든 무엇이든 맞게 되면 그 얼굴로 어찌 어머니를 볼 것인가였습니다. 그리하여 내내 두리번거리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다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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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저지선 뒤쪽으로 접근하여 시위대로부터 날아온 돌을 피해가며 사진을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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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 널린 전투의 잔해들이 그날의 과격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 중의 몇몇은 나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으리라.

 

 

분노를 보았습니다. 노란조끼를 입은 건장한 체구의 중년의 친구가 경찰을 주먹으로 칠 듯이 달려듭니다. 주변의 친구들이 만류해도 그는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눈을 치뜨고 욕설을 퍼붓는 듯하였으나 옆에 있던 경찰들이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게 보입니다. 나이 들어가면서 주체하지 못하며 널뛰는 감정의 기복이 잦아드리라 기대했지만, 이 또한 나이 든다고 저절로 되는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기도나 명상으로 주체할 줄 모르는 마음을 다스리는 경지에 이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세간에 흔히 하는 말로 나이가 들수록 쉬이 마음이 토라지고 한번 뒤틀린 마음은 다시 돌리기가 어려우며 이러한 상황에는 예외가 극히 드물다고도 합니다. 나도 그러할진대 누구한테 기대를 할 수 있겠습니까? 한번 헝클어진 마음이 다시 제자리로 오기가 천리길 가기만큼 고됩니다. 공권력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던 중년의 그 사내는 무엇이 그를 그토록 분노하게 하였을까요? 그 분노를 삭이고 다시 평온으로 돌아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마음씀이 필요할까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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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를 들고나온 세례요한 복장의 노란조끼 시위대. 그가 든 십자가에 써진 구호가 분노의 근원이 어디인지 짐작케 한다. “공정한 분배 없이 사회적 평화 없다. 민중은 젖소가 아니다!”

 

 

오늘 저녁상은 어머니, 큰 형수 그리고 작은 형과 함께 먹을 것입니다. 동대구역에서 고향인 경산으로 가는 무궁화로 갈아타는데 마침 그 기차에 작은 형이 타고 있다는 전갈을 받았습니다. 잠시 후 형제는 기차 안에서 조우할 예정입니다. 일찍 세상을 버린 큰 형이 무척이나 사무치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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