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진의 홀로요리 32 – 영혼의 스프, 버터 김치찌개 vs 돼지김치찌개 vs 멸치김치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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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진의 홀로요리 32 – 영혼의 스프, 버터 김치찌개 vs 돼지김치찌개 vs 멸치김치찌개

 

 

이번 이야기는 스트레이트하게 요리하는 거 먼저.

김치찌개를 만들어 보자. 

 

[] 기본 재료 

 

 - 김치(이왕이면 김치가 발효가 너무나 돼서 맛이 시큼한 걸로)

 - 식용유(식용유 대신 버터를 넣어 끓이면 맛이 풍성하다.) 

 - 물

 - 양파와 파, 고춧가루(없어도 된다)

 - 돼지고기의 경우, 카레용 돼지고기보다는 듬성듬성 썬 것, 아기 주먹 또는 아기 주먹 반만한 크기의 덩어리면 좋다. (버터로 김치를 볶는 경우에는 돼지고기에 지방질이 없는 게 좋다.) 

 

[] 돼지고기 김치찌개 만들기

 

1. 냄비에 식용유를 두른다.

2. 김치를 넣고 살짝 볶는 다. (설탕 넣지 말 것, 그 이유는 김치찌개는 신 맛이어야 한다)

3. 돼지고기가 있을 경우에는 뭉텅뭉텅 썬 것을 넣고 한 번 같이 볶는 다. 

4. 물을 넣는 다. 푸욱 익힌다. 돼지고기를 푸욱 익히는 게 중요하다.

5. 양파와 파를 썰어서 넣는 다. 고춧가루도 넣는 다.

6. 끓인다. 

 

그런데 김치찌개를 뭘 넣고 끓이느냐에 따라 풍부한 맛을 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김치이다. 이왕이면 발효가 너무나 진전된 김치가 좋다. 우리는 그것은 신 김치라고 한다. 맛이 시다. 그래서 김치찌개는 기름기가 있는 것이 잘 어울린다. 그래서 소고기나 담백한 닭고기보다는 돼지고기가 어울린다. 또는 버터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 돼지고기가 없을 때는 버터로만 해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식주의자도 있을 터이고, 집에 돼지고기가 없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돼지고기를 대체할 재료를 넣으면 된다. 대표적인 게 두부이다. 돼지고기 대신 두부를 넣으면 된다. 두부 외에 재료도 있다. 재료 특성에 따라 아래처럼 만드는 법이 조금 다를 수 있다. 

 

1. 돼지고기 : 돼지고기 찜을 한다고 생각하고 돼지고기를 충분히 푸욱 익히는 게 핵심이다. 위에서 이야기한데로 김치를 살짝 볶은 후, 돼지고기를 넣고 물을 넣고 푸욱 익히는 게 중요하다.

 

2. 멸치 : 김치찌개의 국물 맛을 내기도 하고, 실제로 멸치를 먹는 다. 이왕이면 볶음용 멸치가 아닌 어른의 손가락만한 멸치가 좋다. 이때는 담백한 맛을 낼 때 쓴다.   

 

 - 멸치 김치찌개의 경우는 냄비에 물을 먼저 붓고 멸치를 끓여라. 육수를 충분히 내어주고 김치와 양파, 파를 넣어주면 된다. 전혀 기름기 없는 김치찌개가 된다. 

 

3. 버터 :  정말 맛있다. 이때 버터를 넣을 때는 매운 고춧가루를 넣어주면 좋다. 버터의 풍미와 매운 고춧가루, 신 맛의 김치와 조화를 이뤄준다. 

 

 - 버터로 할 때는 먼저, 식용유 대신 버터로 김치를 볶아준다. 그 다음 물을 넣고 양파와 파, 고춧가루를 넣어주고 끓이면 된다.

 

4. 두부 : 식용유에 김치를 살짝 볶은 후, 물을 넣고 두부를 넣으면 된다. 간단하다.

 

당신이 정말 맛있게 먹어본 김치찌개는 언제 어디서인가? 

 

김치찌개가 정말 맛있다고 생각한 것은 일본 도쿄에 갔을 때였다. 신오쿠부역 근처였다. 그곳은 일본의 코리아타운이기도 하다. 한국인 할머니가 하는 김치찌개 집이었다. 벌써 20년 전이었다.  

 

그때가 IMF 직전이었다. 일본이 세계 경제규모 2위였던 시절이었다. 한국 대학에서는 일어일문학과가 인기였었고, 대표 어학원 파고다학원에는 당연히 일본어 강좌가 영어만큼 열렸던 시절이었다. 너무나 풍요로웠고 네온사인이 화려했던 도쿄거리와 한국인 할머니의 식당과는 너무나 대비가 되는 풍경이었다.

 

그 집은 2층 계단 밑에 1층 여유 공간에 허름하게 하는 곳이었다. 무허가 느낌이 났다. 테이블도 몇 개 없었다. 하지만 정말 맛있었다. 김치찌개는 존엄하다고 느꼈다. 너무 맛있어서. 너무나 흔하게 먹는 김치찌개 중 최고의 맛이었다.

 

할머니의 얼굴에는 가난한 한국의 근대화 시절이 묻어났다. 할머니의 청춘시절 때는 아마도 가난해서 일본으로 돈 벌러 갔거나, 신문물을 배우러 공부를 하러갔거나 했을 텐데. 아니면 한국이 일본 식민지였던 시절로 올라가야 하나라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할머니의 사연은 모르겠으나 그녀의 얼굴 주름살만으로 짐작만 할 뿐이었다. 가게의 위치와 낡은 테이블 만으로도 개인의 역사, 한국의 역사가 묻어났다. 

 

음식은 누가 만들고, 어디서 먹는가, 누구랑 함께하는가에 따라 역사가 되고 이야기가 된다. 신오쿠부역 한인 타운, 일본에서의 한국인 또는 조선인, 이 모든 게 역사이기 때문이다.

 

김치찌개 하나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한국인은 할 수 있다. 그 만큼 자주 먹기 때문이다. 엄마가 만들어 준 김치찌개 이야기, 여의도에서 철야근무를 마치고 공덕역에서 먹던 김치찌개 집에서 만난 배우 김혜수(정말 예뻤다.), 그리고 서대문 근처 김치찌개 집 등

 

얼마나 자주 먹고 흔하면 평소 김치찌개는 사진으로도 안 찍어 놓는다. 그래서 이번 호에는 사진이 없다. 

 

사진도 없는 데 이번 달 홀로요리 주제는 김치찌개로 정했다. 무엇보다 외할머니가 만들어주신 김치찌개가 사실 너무나 맛있었다. 김치찌개의 핵심은 돼지고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셨다. 난 참 좋아했다. 최근 아프시다는 데, 건강하길 기원한다. 아. 사실... 나의 외할머니는 아니고. 이 글은 사실 그 분 생각이 나서 쓰는 것이다. 건강하길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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