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진의 홀로요리 34 - 등심, 살아남은 자들의 식사

현우진의 홀로요리 34 - 등심, 살아남은 자들의 식사

 

 

음식을 즐겁게 먹은 적이 언제죠?

떠올려 보세요. 한 세 가지 정도 떠올려 보세요. 꼭 순위를 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억에 남는 게 뭘까요? 물론 음식을 즐겁게 먹은 기억도 있고, 음식 맛을 보고 놀란 것도 기억해 볼까요? 서로 기억나는 것을 말해 봅시다.

 

아 제가 먼저 말을 해볼까요?

 

콩잎, 

그것도 된장에 삭힌 콩잎입니다. 콩잎을 밥에 싸먹는 여름날도 생각나네요. 삭힌 콩잎은 뻑뻑한 된장과 먹습니다. 삭힌 콩잎 냄새가 손바닥에 72시간은 가는 느낌이에요. 거실에 앉아서 여름날 식구들과 먹은 기억입니다. 엄마처럼 뻑뻑한 된장을 저는 잘 못 끓이겠어요.

 

계란 프라이 10개. 

 

계란 프라이는 지금도 먹습니다.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10개 정도는 구울 수는 있죠. 지금은 경제력이 되니까. 그런데 뷔페가 아닌 이상 가정집에서 계란 10개를 구워본 적 있으세요? 아주 어릴 적 이야기입니다. 저희는 식구가 10명이 같이 살아서 일요일 아침에는 엄마가 계란 프라이를 했던 기억이 나요. 큰 접시위에 계란이 10개가 있었죠. 계란 프라이 10개는 한옥 집 마루에서 10명이 먹었던 아침식사를 생각나게 하죠. 공간은 이상하게 서울 한옥 집만 기억나네요. 그래서 엄마는 계란을 늘 완숙으로 익힙니다. 하지만 나는 성인이 되도 늘 계란 노른자 때문에 엄마한테 늘 투정을 부렸습니다. “아 정말 계란을 반숙으로 익혀달라니까.”

 

마요네즈와 케첩, 그리고 식빵입니다. 

 

1980년 초반 이야기입니다. 오뚜기에서 마요네즈와 케첩이 대중적으로 생산되는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그것을 식빵에 마요네즈와 케첩을 발라서 일요일 점심에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굉장히 나름 서구화된 일요일 점심이었습니다. 점심은 그렇게 대충 때우는 게 시대적 과제라고나 할까요. 엄마가 밥을 다 차리기 힘들었으니까요. 그 당시 광고에도 나온 표현이 “일요일은 (엄마 대신) 내가 요리사. 짜파게티~”이런 표현도 당시 하루 세끼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여성이 타겟층이겠죠. 그러니 엄마들의 말이 있죠. “집밥 생각나..”라는 말은 “집밥 안 차려본 새끼가 하는 말이라고” 

요새는 버터와 버터베리잼, 그리고 고다치즈에 빵을 발라 먹지만 말입니다. 

 

이렇게 세 가지 기억이 나네요. 물론 호텔에서 비싼 것도 먹어 보았습니다. 팔도강산 산해진미도 먹어보았고 주지육림에 빠져 흥청망청 먹어보았습니다. 그런데 기억에 남는 맛 세 가지를 말해보라고 하니 세 가지가 얼른 기억에 납니다. 지금 기억에 남는 것은 콩잎, 계란 프라이 10개, 마요네즈와 케첩 바른 식빵입니다. 

 

그렇습니다. 음식은 함께 먹은 사람들이 기억납니다. 그리고 같이 먹었던 그 시간이 기억나고 그 공간이 기억납니다. 시간과 공간, 사람이 기억나는 것이죠. 음~ 좀 있어 보이게 말하면 이게 다 천지인(天地人-하늘과 땅, 사람의 한문)의 오묘한 조합이랄까.

 

물론 신기하거나 강렬한 맛으로 기억에 남는 것들도 있어요. 저의 경우 맛보고 놀란 것을 말씀드리죠. 

 

그건 스니커즈였습니다. 

초코바. 그게 1980년대 초반이었으니까요. 먹어보고 놀랐죠. 미국의 맛이었습니다. 아 이게 초콜릿이구나. 함께 먹은 허쉬초콜릿도 있었죠. 그래서 1950년대 한국전쟁 때 미군이 지나갈 때마다 한국 어린이들이 트럭을 쫓아가며 했던 말을 공감했습니다. 그 말은 바로 “기브 미 쪼코렛”이었습니다. 아..나 역시도 그 말을 했겠구나. 그 초콜릿으로 1950년대 시간까지 확장이 가능하였고, 미국으로 건너간 큰 누나의 공간까지 확장된 경험이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KFC입니다. 닭을 이렇게 튀기는구나. 너무나 놀란 맛이었습니다. 이것도 1980년대 후반입니다. 이런 맛도 있구나. 한국이 경제성장을 할 때 가파르게 할 때입니다. 거리에는 나이키와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은 10대 들이 늘어날 때였습니다. 햄버거 때문에 콜라도 많이 마시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미국의 맛이군요. 물론 대학에 들어가 팍스아메리카의 전략이나 제국주의론, 미국의 환율정책 등을 공부하면서 왜 미국의 맛을 알게 되었는지 배웠습니다. 강렬한 맛은 개인의 취향이나 맛의 감각에 있지 않습니다. 환율정책이나 구매력과 경제력, 약탈 또는 무역, 시장개방에 따라 맛을 경험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고기의 맛 중 대표적인 맛은 후추입니다. 그것은 아시아 무역, 식민지 또는 남아시아인들의 노예노동을 통한 후추재배와도 연관이 있듯이 말입니다. 

 

최근 계란 프라이 10개를 먹었던 사람들 중 ‘생존하는’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먹어 보았거든요. 살아남은 사람은 당연히 저의 형제자매남매죠. 아! 엄마도 있었네요. 

최근 어떤 맛을 여러분은 기억할까요? 저는 최근 편백찜을 먹어보았어요. 온라인으로 편백찜 밀키트도 파니까 가정에서도 쉽게 먹는 세상입니다. 저는 편백찜까지는 아니고 간단하게 집에서 등심을 구워서 같이 먹어보았죠. 비슷하게 말이죠.

그냥 대충 초간단하게 먹은 겁니다. 의도치 않았던 파티였으니까요. 어떻게 했더라?

 

 

재료

 

  • 등심 – 얇고 넓적한 것으로
  • 배추(청경채, 버섯도 있음 넣고 없으면 말고)
  • 계란 노른자
  • 간장 

 

만들기

 

일단 냉동실에 있는 등심을 꺼내 해동합니다. 정육점에서 사왔다면 해동은 필요 없겠죠. 

어쨌든 넙데데한 등심을 구울 준비를 합니다. 편백찜에서는 찌지만 우리는 집에서 그냥 굽습니다.

납작한 냄비에 물을 자작자작 붓고 멸치 두어 마리를 넣습니다. 한 1센티 깊이 정도만 불을 넣습니다. 그리고 맛간장을 밥숟갈로 두 수픈 넣어줍니다. 

그 냄비에 배춧잎을 넣습니다. 청경채나 버섯이 있으면 같이 넣어주셔도 좋습니다. 

찍어먹을 소스를 만들어 봅니다. 날계란을 까서 노른자만 따로 담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맛간장을 밥숟갈로 한 스픈 붓습니다. 여기에 등심을 찍어먹으면 맛있죠.

결들임용으로 프라이팬에 가지를 길쭉하게 잘라 노릇하게 굽습니다. 구울 때 올리브유 조금 넣으세요

가지를 구운 후, 프라이팬에 등심을 굽습니다.

 

플레이팅

 

접시에 넓게 된 등심하나 세팅하시고

또 한 접시에 자작하게 데친 배추와 채소를 담아 둡니다.

각자 앞에는 간장과 계란 노른자 소스를 둡니다.

개인마다 채소와 등심을 한입 먹기 좋게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소스에 찍어서 먹습니다.

 

어떠세요? 오늘 드신 것이 나중에 기억이 남을까요? 그런 저녁 식사가 되길 바랍니다.  

 

 

사진으로 보기

 

1. 배추를 찔 때 쓸 육수를 만듭니다

 

사진1_국물내기_resize.jpg

 

2. 육수에 배추를 익힙니다

 

사진2_배추익히기_resize.jpg

 

3. 곁들임용으로 가지를 좀 구웠어요. 가지를 구운 후, 여기에 등심을 굽습니다

 

사진3_곁들임용_resize.jpg

 

4. 등심과 익힌 배추, 계란 소스, 곁들임까지 완성

 

사진4_완성_resize.jpg

 

5. 드실 때 등심하고 배추, 가지하고 적당히 썰어서 소스에 찍어 드세요

 

사진5_먹을때_resize.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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