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진과 함께 보는 영화 -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컨테이젼(Contagion, 2011)
이번 달 영화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컨테이젼(Contagion, 2011)”입니다.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지금쯤 코로나19와 연관된 영화 한편을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고, 영화중에는 "컨테이젼"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세계적 대유행을 일으킬 수 있는 전염병은 코로나19를 시작으로 앞으로 간격은 알 수 없지만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되고. 이러한 전염병이 발생하면 전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쉽게 갈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영화를 통해서라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려고 하였습니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과 전염병에 대한 영화를 만들기로 한 스컷 Z 번스는 각본을 쓰면서 할리우드식 과장이 없는 현실 가능한 내용으로 만들기로 하고, 세계보건기구의 천연두 박멸 계획을 진행하여 1979년에 천연두 박멸을 성공시킨 래리 브릴리언트와 400개 이상의 바이러스를 새로 확인한 바이러스 헌터로 .알려져 있는 컬럼비아대학 병리, 신경학 및 역학 교수인 이안 립킨의 자문을 받아 영화의 내용을 만들게 됩니다.
특히 이안 립킨 교수는 사스가 유행할 때 중국정부의 초청으로 2003년 북경에서 전염병 관리 사업에 참여한 경험을 영화에 반영하고 있고, 전염병을 일으키는 영화 속 가상의 바이러스 ‘MEV-1’은 1998년에 말레이시아에서 시작돼 방글라데시와 인도까지 발생한 ‘니파바이러스’의 몇 가지 특징을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나파 바이러스’는 박쥐가 자연 숙주로 돼지와의 잦은 접촉으로 돼지에게 감염이 되고, 집단 사육 중인 돼지에게 전파되어, 이 감염돼지를 통하여 사람에게 감염시켜 중증 호흡기 및 신경증상을 보이며 치명적인 뇌염을 일으키는 질병으로 사망률이 40-89%나 됩니다. 박쥐로부터 사람에게, 감염된 사람으로부터 감염도 가능한 질병입니다.
전문가의 의학적인 지식과 경험이 잘 반영되어 있고, 실제 상황을 보는 것 같은 배우들의 연기도 영화를 더욱 실감나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간 겪은 경험들이 영화에 반영되어 있는데, 에린 미어스 박사는 사스 환자를 치료하다가 감염되어 46세에 사망한 이탈리안 과학자가 모델이었습니다.
영화의 끝부분에 나오는 내용은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안 립킨 교수는 이 문제를 강조하고 있고, 감염을 전공하는 한 교수는 이 내용을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벌목 등으로 없어지는 야생동물의 서식지 때문에 박쥐를 포함한 야생동물들은 도시 근교로 밀려오게 되고, 대도시 근교에는 세계적인 대자본이 만든 가금류나 돼지들의 대규모 공장식 농장들이 들어서 있어, 야생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들이 가금류나 돼지를 통하여 재조립됩니다. 이중 사람간 감염이 가능한 바이러스가 만들어지고 사람이 감염되면, 대도시에서 전파가 되기 시작하고 교통연결망을 통하여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새로운 전염병이 계속 발생하고 전파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를 바꾸기 전에 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방법은 조기 발견, 조기 대응 밖에 없습니다.
Larry Brilliant: TED Prize wish: Help stop the next pandemic
1995년에 나온 아웃브레이크(Outbreak, 1995)는 전염병을 주제로 한 영화이긴 하지만, 영화의 재미를 위해 과학적인 진실의 전달을 소흘히 하였다고 생각되며, 조류 인플루엔자 변이 바이러스가 문제가 되는 한국 영화 "감기(The Flu, 2013)"도 주요 골격을 아웃브레이크(1955)를 참고하여 만든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0년에 나온 아웃브레이크(Épidémie, 2020)는 “컨테이젼” 다음으로 추천할 만한 영화입니다.
‘컨테이젼“ 대신 "전염병”이라고 제목을 붙였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Outbreak(돌발, 갑작스러운 발생)는 의학에서 일반적으로 예상보다 많이 발생했을 때를 말하며 유행과 같은 의미로 시용할 수도 있습니다.
특정한 시기와 장소에서 예상되는 것보다 더 큰 질병의 발생을 기술하기 위해 역학에서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일본 시리즈물은 제목이 “Outbreak”인데 부제를 “감염확대”라고 하였더군요.
좋은 한국말 제목을 정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26세에 데뷔작인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Sex, Lies, And Videotape. 1989)"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으며, 다작으로 유명한데 2000년에는 트래픽(Traffic, 2000)과 에린 브로코비치(Erin Brockovich, 2000)로 동시에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로 오르기도 하였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영화를 감독하였으며, 이 감독의 볼만한 영화들이 많습니다.
스컷 Z 번스는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 2006)” 제작에 참여했으며, “더 리포트(The Report, 2019)”를 감독했습니다.